[미디어펜=조한진 기자]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족쇄’가 풀리면서 향후 글로벌 행보가 빨라질 전망이다. 이 부회장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삼성의 ‘미래전략’을 더욱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
12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지난 2016년부터 6년여간 이어진 ‘국정농단’ 여파로 글로벌 경영에 큰 제약을 받아왔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6월 15일(현지 시간) 벨기에 루벤에 위치한 imec을 방문해 루크 반 덴 호브 imec CEO와 만나 미래 기술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이 부회장의 보폭이 좁아지면서 국가 경제와 삼성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 주요 시장 고위 관계자들과의 교류가 줄면서 글로벌 네트워크도 손상됐다.
복권 후에도 이 부회장은 자유롭게 글로벌 경영에 나설 수 없는 상황이다. 현재 진행 중인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관련 재판에 매주 출석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시장의 불확실성이 증폭하고, 경영환경이 악화하는 만큼 이 부회장은 재판 사이사이 해외 줄장에 나서 글로벌 네트워크 복원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삼성의 미래 전략도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그동안 이 부회장은 글로벌 기업 등과 교류하며 삼성의 핵심 사업 경쟁력 강화에 큰 역할을 해왔다.
지난 5월 삼성전자가 미국 디시네트워크와 대규모 5G 통신장비 수주 계약을 체결한 것도 이 부회장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9월 한국을 방문한 디시 네트워크 창업자 에르겐 회장과 산행을 하며 5G 통신장비 사업에 관한 협력을 논의했고, 결국 삼성전자는 조 단위 수주를 따냈다.
지난 2020년 버라이즌과 계약에도 이 부회장이 막후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11월 미국 출장에서 이 부회장은 한스 베스트베리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굳은 신뢰를 확인하기도 했다.
이 부회장 네트워크의 힘은 반도체 시장에서도 빛을 발하고 있다. 이부회장은 지난 6월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위치한 ASML 본사를 방문해 피터 베닝크 최고경영자(CEO), 마틴 반 덴 브링크 최고기술책임자(CTO) 등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이 부회장은 미래 반도체 트렌드와 중장기 사업전략 방향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차세대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의 원활한 수급 방안을 논의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6월 14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위치한 ASML 본사에서 피터 베닝크 ASML CEO, 마틴 반 덴 브링크 ASML CTO 등과 함께 반도체 장비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EUV 노광 기술은 극자외선으로 반도체에 회로를 새기는 기술이다. 이를 활용한 EUV 장비는 최첨단 고성능‧고용량‧저전력 반도체 생산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요소다.
이 부회장이 EUV 장비 확보에 직접 나서면서 삼성전자가 ASML 장비 확보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이 부회장의 반도체 선도전략을 바탕으로 삼성전자는 지난 6월 30일 세계 최초로 3나노 파운드리 시대를 열기도 했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크 복원은 삼성에 호재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신성장동력 확보, 미래 경영 전략, 대규모 투자 등에서 리스크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글로벌 경영 확대는 삼성의 성장동력 강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며 “또 다른 재판이 진행 중이지만, 이 부회장이 글로벌 네트워크 복원에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 같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조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