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희연 기자]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13일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들과 끝까지 싸울 것"이라며 법적 투쟁을 계속 할 뜻을 피력했다. 당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체제 전환과 관련해서는 "반민주적"이라며 "모든 과정은 절대 반지에 눈이 돌아간 사람들로서 진행됐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당의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에 반발하는 가처분 신청 기자회견에서 "결국 이 정권이 위기인 것은 윤핵관이 바라는 것과 대통령이 바라는 것, 그리고 많은 당원과 국민이 바라는 것이 전혀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이 대표가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 7월 8일 당 윤리위원회로부터 '당원권 정지 6개월' 중징계를 받은 이후 36일 만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소속 권성동·이철규·장제원 의원을 '윤핵관'으로, 정진석·김정재·박수영 의원을 '윤핵관 호소인'으로 규정하며 "죽은 당에 표를 줄 국민은 없다"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윤핵관들을 향해 수도권 열세지역에 출마할 것을 요구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13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에 대한 가처분 신청 등과 관련해 직접 입장을 밝히던 중 눈물을 닦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 대표는 "호가호위한다고 지목받는 윤핵관과 호소인들이 각자의 장원을 버리고 열세 지역구에 출마할 것을 선언한다면 어쩌면 저는 윤핵관과 같은 방향을 향해 뛸 수 있을지도 모른다면"면서도 "윤핵관들이 그런 선택을 할 리가 만무한 이상 저는 그들과 끝까지 싸울 것이고 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방식으로 가려고 한다"라고 강조했다.
비대위 전환과 관련해서는 "이번 비대위 전환을 위해 누더기로 만든 당헌·당규와 그 과정은 검수완박 한다고 모든 무리수를 다 동원하던 민주당의 모습과 데칼코마니 같다"라고 꼬집었다.
이 대표는 "제가 비대위 출범에 대해서 가처분 신청 하겠다고 하니 갑자기 선당후사 하라는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라며 "이 선당후사라는 을씨년스러운 표현은 사자성어라도 되는양 정치권에서 금과옥조처럼 받아들여지지만, 사실 소설 삼국지연의에서 쓰였던 삼성가노보다 훨씬 더 근본없는 용어"라고 지적했다.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한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이 대표는 윤 대통령과 권성동 원내대표가 나눈 '내부총질 당대표' 문자와 관련해서는 "대통령이 원내대표에 보낸 어떤 메시지가 국민의 손가락질을 받는다면 그것은 당의 위기가 아니라 대통령의 지도력의 위기"라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내부총질이라는 표현을 봤을 때 그 표현 자체에서는 큰 상처를 받지 않았다"라며 "그저 올 것이 왔다는 생각과 함께 양의 머리를 걸고 진짜 무엇을 팔고 있었던 것인가 하는 생각만 들었다"라고 말했다.
또한 "선거 과정 중에서 그 자괴감에 몇 번을 뿌리치고 연을 끊고 싶었다"라고도 했다. 이 대표는 "저한테 선당후사를 이야기하시는 분들은 매우 가혹하다"라며 "선당후사란 대통령 선거 과정 내내 한쪽으로는 저에 대해서 '이 x', '저 x' 하는 사람을 대통령 만들기 위해 당 대표로서 열심히 뛰어야 했던 제 쓰린 마음이, 여러분이 입으로 말하는 선당후사 보다 훨씬 아린 선당후사였다"라고 거듭 윤 대통령을 겨냥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13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에 대한 가처분 신청 등과 관련해 직접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 대표는 자신의 향후 행보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그는 "다음 주부터 더 많은 당원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공개하겠다"라며 "지방 선거가 끝나고 당에서 프로그래머를 고용해 추진하려고 하던 당원 소통공간, 제가 직접 프로그래머로 뛰어들어서 만들어 내겠다"라고 밝혔다. 아울러 혁신 방향에 관한 책도 탈고를 앞두고 있다며 조만간 출간 예정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 도중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그는 "사상 처음 정당이라는 것에 가입했다며 당원 가입 화면 캡처 사진을 보내온 수많은 젊은 세대를 생각하면서 마약 같은 행복함에 잠시 빠졌다"라며 "전라도에서 보수 정당에 기대를 하고 민원을 가져오는 도서 벽지 주민의 절박한 표정을 보면서 진통제를 맞은 듯 바로 새벽 기차를 타고 심야 고속버스를 탔다"라며 목이 멘 듯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기자회견 후 눈물의 의미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분노의 의미가 가장 큰 것 같다"라며 "한 달 남짓한 사이에 지방 당원 만난 것밖에 없고 조용히 책 쓰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자기들끼리 북치고 장구치더니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이런 상황을 만들었다"라고 거듭 비판했다.
[미디어펜=이희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