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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군사 빠지고 '핵-경제' 교환만 담은 尹의 '담대한 구상'

2022-08-15 14:55 | 김소정 부장 | sojung510@gmail.com
[미디어펜=김소정 기자]윤석열 대통령이 15일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대북정책인 ‘담대한 구상’을 공개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 잔디마당에서 개최한 제77주년 광복절 경축식에 참석해 경축사를 통해 북한에 대규모 식량공급, 발전 및 송배전 인프라, 항만·공항 현대화, 농업 기술, 병원·의료 현대화, 국제 투자·금융 등 6가지 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윤 대통령은 이런 구상에 ‘북한이 핵개발을 중단하고 실질적인 비핵화로 전환’하는 것을 전제조건으로 제시했으며, “북한 비핵화 단계에 맞춰서 진행해 앞으로 북한의 경제와 민생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밝힌 담대한 구상에는 사실 북한에 가장 시급한 과제이자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북한 현실에서 가장 아쉽게 생각하는 부분이 담겨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동시에 북한이 개혁개방에 나설 때 담대한 구상이 완성되는 것이므로 3대세습까지 고수하고 체제를 바꾸지 않으려는 북한 지도부의 구상과 상반된다.

또한 6가지 지원 계획은 북한의 비핵화 전환 시 남한과 국제사회가 취할 수 있는 보상 로드맵으로 보인다. 하지만 비핵화 및 보상 단계 이전에 북한을 대화로 견인할 대책은 빠져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이전 정부에서 북한이 핵무력 완성 선언을 한 뒤 대화에 나섰으나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 개최에도 불구하고 협상에 성공하지 못한 채 다시 교착 국면에 빠진 과정에 대한 고려가 없다는 평가도 있다.

무엇보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북한의 주장을 고려할 때 ‘안보’ 대 ‘경제’ 교환의 프레임만으로는 북한의 비핵화를 유도해낼 수 없고, 북한의 체제안전보장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안보’ 대 ‘안보’ 전략이 없어 북한이 이를 수용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평가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4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한국광복군 선열 합동 봉송식에 참석하고 있다. 2022.08.14./사진=대통령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이 제기하는 소위 대북적대시정책 철회 그리고 안전보장에는 정치·외교, 군사, 경제가 모두 포함된다. 체제 존중 및 평화협정, 군축과 한미훈련 및 전략자산 전개 중단, 대북제재 해제가 이에 해당한다”면서 “이번 제안은 경제 보상만 담아서 북한에게는 2017년 대결 시대로의 회귀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게다가 북한이 최근 남한에 동족이 아닌 주적 프레임을 씌우고, 금강산의 남측 시설물을 철거하는 등 기존 경제협력의 남북관계 패러다임을 전환시킨 사실도 간과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이름처럼) 담대하려면 프레임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대북 경제발전계획 구상과 함께 군사 문제, 평화 협상, 북미수교까지 염두에 둔 포괄적인 교환 패키지가 필요하다”면서 “이번 담대한 구상은 이미 실패한 ‘비핵·개방·3000 구상’과 같다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고, 특히 안보와 관계 정상화가 빠진 단순한 핵과 경제의 교환이라는 점에서 북한이 받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전망한다”고 말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만약 대통령실에서 북한 지도부가 북한경제의 대남 종속을 가져올 대규모 경제지원을 받기 위해 핵무기를 포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이는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북정책이 180도 바뀌는 것을 경험해온 북한에 신뢰를 주려면 초당적 대북정책 추진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전 정부와 차별화에만 급급한 현 정부를 북한이 신뢰할 리 만무하다”고 평가했다.

정 센터장은 “이전 정부에서 모두 실패한 비핵화 목표에 집착할수록 시간만 허비하고 더 위협적인 핵위협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면서 “윤석열정부가 진정으로 안보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핵억제력 보유를 추진하면서, 동시에 국민 81.3%가 지지하는 남북정상회담을 개최를 통해 남북한 군사적 긴장완화와 평화공존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윤석열정부 5년은 남북 간 이산가족의 고령화 및 생존자 감소를 볼 때 이산가족상봉의 마지막 기회라고 볼 수 있으며, 이는 시급한 과제로서 통일부 업무보고에도 담겨 있다. 편견에 갇힌 북한 맞춤형 제안보다 남북한에 현실적으로 시급한 과제에 초점을 맞춰서 국민적 동의를 얻고 동시에 북한을 견인할 담대한 구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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