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태우 기자]미국의 조바이든 대통령이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사인하면서 GM, 포드 등 자국 기업을을 제외한 현대차그룹 및 독일산 전기차 메이커도 악재를 피하기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법안에 미국에서 생산되는 전기차에만 혜택을 주는 내용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약 7400억 달러(약 910조 원) 규모의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서명했다.
지난 5월 방한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면담후 담화문을 밝표하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제공
바이든 대통령은 "국가는 변화될 수 있다. 그것이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이고, 이 법은 내일에 대한 것이며, 미국 가정에 진전과 번영을 가져다줄 수 있는 것에 대한 것"이라며 "민주주의가 여전히 미국에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미국과 미국민들에게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한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지난해 제시한 '더 나은 재건(BBB) 법안'을 일부 수정한 것이다. 이를 통해 미국은 향후 10년 동안 에너지 안보 및 기후 변화 대응에 3750억 달러(약 492조 원), 처방 약 가격을 낮추기 위해 전국민건강보험에 640억 달러(약 83조 원)를 각각 투자하는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연간 10억 달러(약 1조3000억 원) 이상의 수익을 올리는 대기업에 최소 15% 법인세를 부과하고 초부유층에 대한 과세 보완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러한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자국 제조업 경쟁력 손실을 최소화한다는 전략이다. 이러한 배경에는 미국 자동차 산업 판매를 주도하고 있는 현대차그룹이 포함된 해외 브랜드의 상승세를 겨냥한 것으로 분석된다.
전기차 배터리 핵심광물의 40%가 자국 또는 자국과 자유무역협장(FTA)을 맺은 국가에서 채굴·가공돼야 세액 공제를 해주겠다는 게 주된 내용이다.
나머지 배터리 주요 부품도 절반 이상 미국에서 제조돼야 한다는 조건도 있다. 현재 40~50% 수준에서 오는 2028년 최대 100%까지 높아진다. 이에 세제 공제 대상에서 제외된 차종은 가격 경쟁력에서 대 당 최대 7500달러(약 1000만 원) 가량 저하된다.
당장 상반기 글로벌 판매 '톱3' 견인차 역할을 맡았던 현대차 아이오닉과 기아 EV6 등 주력 모델은 법안이 시행되는 내년부터 세액 공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그렇다고 당장 공장을 완공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이미 현대차그룹은 지난 5월 6조3000억 원을 투입하여 연간 30만 대 규모의 전기차 생산기지를 미국 조지아에 짓기로 발표했다. 완공은 2025년 상반기에나 가능하지만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당장 내년에 시행되어 2년이라는 공백 우려가 크다.
현대차그룹은 2025년 신공장 가동으로 지난 2005년 미국 앨라배마에 처음 공장을 가동한 이후 20년 만에 내연기관차가 아닌 순수 전기차만을 생산하는 완성차 공장을 확충하게 됐지만 인플레이션 감축법의 시행으로 상승세가 꺾일 위기다.
하지만 무조건 비관할 필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현대차의 경우 제네시스GV60과 아이오닉5의 생산라인을 구축을 위해 공장의 가동중단하고 생산설비를 교체 한 바 있는 만큼 미국 공장의 신공장 교체전 라인변경작업을 실행 할 수는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현대차그룹은 오는 11월부터 제네시스 브랜드의 전기차 GV70 EV를 앨라배마 공장에서 생산할 예정이다. 해당모델의 경우 기존 차체를 활용한 전기차 인 만큼 특별한 생산라인의 수정없이도 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기아 전용 전기차 ‘EV6’ 생산라인 /사진=현대차그룹 제공
다만 제네시스 브랜드가 고급차 브랜드를 지향하고 있고 주력 전기차 판매모델이 아니기 때문에 큰 볼륨을 차지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기아의 경우 현재 생산라인을 교체하는 작업을 통해 전기차의 생산량에 속도를 맞출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던 만큼 새로운 전략구성기 기대되고 있다.
나아가 유예법안도 업계에서는 기대하고 있다. 이미 대규모의 대미투자를 결정한 바 있는 현대차그룹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는 법안을 일방적으로 추진해 공멸하는 상황을 만들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에 또 다른 일각에서는 연쇄효과에 따른 정책유예 가능성에도 집중하고 있다. 미국이 자국중심의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자국브랜드 역시 규제에 대응이 힘들어지면 정부에서 정책 적용을 유예하는 방안 등을 검토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당장 미국 브랜드 제너럴모터스(GM)만 봐도 LG에너지 솔루션과 긴밀한 협업관계를 유지하며, 전기차의 미래비전을 그리고 있다.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원자재 의존도가 중국에 높은 만큼 법안이 통과돼 시행되면 GM의 전기차도 보조금을 받을 수 없게 된다.
이에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시행까지는 시간이 더 소요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지난 트럼프 정부때도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국내기업들의 대규모 투자가 약속과 함께 유예 받은 바 있다"며 "이번 역시 현대차그룹이 미국 내에서 이미 전기차 공장을 만들겠다고 했고, 계획이 진행 중인만큼 행정조치 상 예외를 둘 수 있는 여지는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