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우현 기자]‘시장주의자’로 알려진 한기정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공정거래위원장으로 지명 되면서 공정위의 변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기업 저격수 역할을 했던 ‘기업집단국’ 등을 없애고 시장의 반칙 행위를 엄단하는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2일 재계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는 첫 공정거래위원장 후보로 한기정 교수를 지명했다. 한 후보자는 지난 19일 기자들과 만나 “역동적 혁신 성장이라는 목표를 위해서는 자유롭고 공정한 시장 경제를 복원하는 것이 굉장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종시에 위치한 공정거래위원회 청사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그러면서 “불필요한 규제를 과감히 혁신해서 마음껏 자유롭게 기업(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시장에서의 반칙 행위를 엄단하고,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의해 피를 입는 행위에 대해서는 철저히 단속하되 불필요한 규제는 없애겠다는 방침이다.
이는 ‘민간이 끌고 정부가 미는 역동적 경제’를 강조하는 윤석열 정부의 기조와 맞닿아 있다. 앞서 윤 정부는 규제 혁파, 신속한 기업 인수·합병(M&A) 심사, 과감한 세제 완화를 통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윤 정부의 기조에 맞춰 공정위는 지난 16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사건을 처리할 때 처벌보다 피해 구제에 초점을 두고, 민간의 창의가 최대한 발현되도록 불필요한 규제를 과감히 개혁하겠다고 밝혔다.
또 최근에는 대기업 총수(동일인) 친족 범위를 축소하는 공정거래법 시행령을 입법 예고했고, 대형마트가 의무휴업일에 온라인 배송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침도 내놓았다.
이는 문재인 정부의 공정위가 ‘재벌 개혁’이라는 기조 하에 ‘기업 저격수’ 역할을 했던 것과 180도 달라진 모습이다. 문 정부는 김상조 한성대 교수를 첫 공정위원장으로 임명해 재벌 개혁에 앞장서도록 했다.
당시 김 전 위원장은 “경제력 집중으로 인해 공정한 경쟁이 깨졌고 경제 생태계가 왜곡됐다”며 “공정한 시장경제 질서를 재확립함으로써 더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며 재벌개혁은 그 궁극적 목표로 가기 위한 중간 단계”라고 주장했다.
김 전 위원장의 이 같은 의지는 대기업의 거래를 집중적으로 조사하는 기업집단국을 신설로 이어졌다. 이후 기업집단국은 기업 계열사 간 거래를 불공정 거래, 내부 거래, 총수의 사익 편취 등으로 규정하며 대대적으로 규제해 왔다.
그러나 기업 규모가 크다는 이유로 경영 전략의 일환인 계열사 간 거래를 불공정하다고 규제하는 것은 기업 경영 자유에 위배되는 것이라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때문에 공정위가 진정으로 민간 주도 성장을 뒷받침 하려면 기업집단국을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공정위가 기업 규제를 과감하게 혁파하기 위해서는 문 정부와 김 전 위원장의 작품인 조직 내 규제 조직을 폐지하고, 경쟁 촉진 위주로 재편하는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