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금융소비자가 은행별 예대금리차(예금과 대출금리 간 격차)를 매월 비교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은행들이 신용점수별 금리와 예대금리차를 공개해 은행권 예대마진의 정도를 가늠할 수 있을 전망이다. 한편으로 은행의 원가·수익구조를 드러내는 데다, 업계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 채 단순 수치만 나열해 이를 우려하는 시각도 나온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연합회는 이날 홈페이지 소비자포털에 예대금리차를 비교 공시할 수 있도록 개선했다. 대출평균(가계+기업) 기준 및 가계대출 기준으로 금리를 모두 공시했는데, 신용평가사(CB)의 신용점수 600~1000점을 50점 단위로 구간을 나눴다. 예대금리차는 평균 대출금리(해당월 신규 취급한 가계대출 및 기업대출의 가중평균금리)에서 저축성수신금리(해당월 신규 취급한 정기예적금 및 CD·금융채 등의 가중평균금리)를 뺀 값이다. 은행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준다.
은행권이 예대금리차를 비교할 수 있도록 본격 공시했다. 5대 은행의 주담대·신용대출 예대금리차는 NH농협은행이 최고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토스뱅크는 신용대출과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이 높아 예대금리차가 두드러졌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이날 은행연 8월 신규취급액 기준 공시에 따르면 5대 은행 중 분할상환방식 주택담보대출(만기 10년 이상) 평균금리는 우리은행이 4.65%로 가장 높았다. 뒤이어 NH농협 4.48%, 신한 4.46%, 하나 4.17%, KB국민 4.13% 순이었다. 예대금리차는 NH농협이 1.94%로 가장 높았다. 뒤이어 우리 1.83%, 신한 1.51%, KB국민 1.15%, 하나 1.09% 순이었다.
일반신용대출 평균금리는 신한은행이 5.43%로 가장 높았다. 뒤이어 NH농협 5.39%, 우리 4.99%, KB국민 4.97%, 하나 4.81% 순이었다. 예대금리차는 NH농협이 2.85%로 가장 높았다. 뒤이어 신한 2.48%, 우리 2.17%, KB국민 1.99%, 하나 1.73% 순이었다.
'예대금리차 공시제도 확대'는 윤석열 대통령의 주요 대선공약 중 하나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기존 공시자료 외에도 가산금리의 기준이 되는 리스크 관리비용, 업무 원가 등 세부 항목도 공개토록 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개인과 기업들이 코로나19와 금리인상으로 어려움을 겪을 때 은행들은 특수를 맞아 대출금리를 올리는 등 역대급 호실적을 거둔 까닭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취임 후 은행장들과의 첫 상견례 자리에서 '이자장사'를 비판한 바 있다. 당시 이 원장은 "금리 상승기에 예대금리차가 확대되는 경향이 있어 지나친 이익추구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며 "금융당국과 은행권이 추진 중인 예대금리 산정체계 및 공시 개선방안이 실효성 있게 시행되도록 철저히 준비해달라"고 당부했다.
실제 예대마진은 지난해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실(경남 진주시을)에 따르면, 은행들이 예대금리차로 벌어들인 수익은 지난 4년간 168조 3838억원에 달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예대마진이 46조 79억원(1.80%)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예금금리 평균이 1.08%에 그친 반면, 대출금리는 2.88%였다.
은행 중에서는 KB국민이 7조 2648억원으로 가장 많은 수익을 거뒀고, 뒤이어 NH농협 5조 8096억원, 신한 5조 7889억원, 하나 5조 6325억원, 기업 5조 5893억원, 우리 5조 3475억원, SC제일 9835억원, 한국씨티 7880억원 순이었다.
공시제도가 본격화되는 만큼, 은행들의 금리인상 자제노력도 기대된다. 한편으로 이러한 공시제도가 근본적인 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해결책이 아니라는 의견도 나온다. 여수신금리의 특성을 잘 반영하지 못하는 까닭이다.
대표적으로 기준금리 인상은 채권시장의 조달금리를 자극해 대출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대출금리는 기준금리가 하나의 '시장금리'로 즉각 반영되지만, 예금금리는 서서히 반영된다. 시차의 문제로 예대금리 격차가 일시적으로 크게 보이는 셈이다. 하지만 한은이 금리를 매회 인상하고 있는 만큼, 당분간 예대금리 격차는 두드러질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또 소비자 바람대로 은행이 수신금리를 경쟁적으로 올릴 경우, 조달 비용이 늘어나 대출금리도 덩달아 올려야 한다. 차주의 이자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국은행 기준금리 및 은행권 예대금리차 추이/자료=은행연합회 제공
공시가 획일적으로 수치만 단순 나열해 '일반화의 오류'를 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은행연이 이날 배포한 자료에 따르면, 예대금리차가 확대되는 케이스는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이 높은 경우 △주담대 비중이 낮고 신용대출 비중이 높은 경우 △저신용자를 위한 정책상품 취급 비중이 높은 경우 △예적금 기본금리는 낮고 만기시 우대금리가 높은 경우 △금융채 발행 비중이 높은 경우 △유동성 관리를 위해 고금리로 예금을 조달한 경우 등이다.
이러한 사례들을 놓고 볼 때 가장 불리한 곳은 포용금융을 집중적으로 하는 인터넷은행이다. 중·저신용자 대출의 경우 7월 신규취급액 기준 5대 시중은행 대출비중이 평균 14.3%에 그친 반면, 인터넷은행은 평균 31.1%에 육박해 격차가 16.8%p에 달했다.
후발주자인 '토스뱅크'의 대출금리·예대금리차 수치는 더욱 두드러진다. 실제 토뱅의 8월 신용대출 평균금리는 6.57%로 전북, 대구, 광주에 이어 네 번째로 높았고, 서민금융을 제외한 평균금리는 7.14%에 달했다. 예대금리차는 5.57%(포용금융 제외시 6.14%)로 전북(6.11%)에 이어 비교군 중 두 번째로 높았다.
토뱅은 이날 자체 입장문에서 △상대적으로 대출금리가 높은 중저신용자 및 개인사업자 중점 포용 △2% 요구불예금 중심의 사업적 특성이 수신금리에 미반영 △신용대출 위주의 여신포트폴리오를 내세워 예대금리차가 클 수밖에 없음을 설명했다.
토뱅 측은 "중저신용자 비율은 약 38%(7월 말 기준)로 모든 은행 중 가장 높으며 6월 말 공시 기준 타 인터넷은행과 비교해도 1.5배 이상 높다"며 "(2% 요구불예금은) 이번 예대금리차 공시에서 요구불예금 금리는 반영되지 않아 당행 수신금리가 고객이 실제 체감하는 금리 대비 낮게 공시됐다"고 해명했다.
이어 여신포트폴리오에 따른 격차 확대를 두고 "신생 은행으로서 현재는 전세자금대출이나 주담대와 같은 담보대출보다 비교적 금리가 높은 신용대출로 주로 구성된 여신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도 공시의 당행 평균 대출금리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은행별 수익모델이 제각각인데, 예대금리차 공시로 이자장사의 수준이 상당한 것처럼 비춰질 수 있는 대목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예대금리 격차는 시간 격차에 따른 현상이다"며 "예금금리가 오르면 조달금리가 오르게 돼 사후적으로 대출금리도 오를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