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태우 기자]현대모비스가 생산 자회사 설립계획을 발표하고 새로운 미래모빌리티 시장에 대한 효율적 대응에 나선다.
일각에서는 이번 현대모비스의 결정이 현대자동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밑그림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사업 효율화와 최근 불거지고 있는 불법파견 리스크 문제를 원천 차단 하기 위한 전략으로 분석된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모비스는 모듈과 부품 제조 영역을 전담할 2개의 생산전문 통합계열사를 설립해 100% 자회사로 편입한다고 지난 18일 공시했다.
울산과 화성, 광주 등지의 모듈공장 생산조직은 모듈통합계열사(가칭)로, 에어백, 램프, 제동, 조향, 전동화 등 핵심부품공장 생산조직은 부품통합계열사(가칭)로 재배치된다.
업계에서는 현대모비스의 자회사 설립을 두고 지난 2018년 현대차그룹이 시도했다 주주들의 반대로 무산된 지배구조 개편과 연관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당시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의 투자 및 핵심부품사업부를 존속법인으로 두고 A/S 부품 및 모듈 사업부를 분할해 현대글로비스와 0.61대 1 비율로 합병하는 방식의 지배구조 개편을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현대모비스의 자회사 설립은 당시와는 전혀 결이 다르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이번 사업 개편은 '분할'이 아닌 국내 공장에서 외주를 줬던 일감 및 인력을 흡수해 100% 자회사하는 개념"이라며 "기존 기획, 연구개발(R&D) 분야는 물론, 모듈, 부품, 영업 부문까지 그대로 남는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현대모비스는 그동안 남아있던 불법파견에 대한 리스크를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그동안 진천과 창원을 제외한 모듈‧부품 공장은 생산 전문 협력사들과 도급 계약을 맺고 사내 하청 형태로 생산을 진행해 왔다. 하지만 이번에 새로 설립되는 자회사가 이들 협력사를 흡수한다. 기존 국내 직영 공장과 해외 공장은 그대로 존속한다.
이는 앞서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의 분할 방식과도 다르다. LG에너지솔루션은 LG화학의 배터리 사업부문을 분할해 설립했지만, 현대모비스는 기존 조직의 변화 없이 협력사의 일감과 인력을 자회사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신설법인은 현대모비스가 100% 지분을 보유하는 구조여서, 현대모비스의 연결 기준 매출과 영업이익도 기존과 동일하게 유지된다.
현대모비스의 이번 자회사 설립에는 미래 모빌리티의 대응력 강화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사내하청 파견근로자 관련 리스크를 해소하는 것이 크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내 제조업체들은 사내하청 근로자들로부터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 휘말려 있고, 현대모비스 하청 근로자들 일부도 '현대모비스 직원임을 인정해 달라'며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자회사를 설립해 하청 일감과 인력을 흡수할 경우 이 같은 상황이 해소될 수 있다. 이미 같은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현대제철이 지난해 현대ITC·ISC·IMC 등 자회사를 설립해 협력사 직원 상당수를 고용하며 불법파견 문제를 해결한 전례가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모비스가 생산 전문회사의 직원들을 그대로 자회사에서 승계해 도급 하청 구조에서 정규직으로 편입한다면 불법파견과 관련된 사회적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당초 목표인 사업 효율화에도 크게 도움이 될 전망이다. 현대모비스는 이번 자회사 설립이 '제조 역량 제고 및 주력 제품에 대한 시장 경쟁력 확보를 통한 미래모빌리티 대응력 확대'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회사의 규모가 커지면서 완성차에 공급되는 하드웨어 제조를 비롯해 소프트웨어 개발까지 다 맡다 보니 각각의 사업에 집중하는 데 어려움이 컸다"며 "생산 부문을 독립적으로 운영하면 생산 효율성을 높이고 경영 스피드도 가속화하는 한편, 기존 사업계획인 미래모빌리티 사업에 집중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한편, 기존 현대모비스 직원들이 우려하는 자회사로의 이동도 최소화될 예정이다. 자회사 설립 자체가 '분할'이 아닌 만큼 인력 구조도 큰 변화가 없다는 것이다.
현대모비스는 기존 조직이 떨어져 나가는 게 아니기 때문에 대부분의 인력은 잔류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 다만 직영화로 인해 높아지는 인건비를 상쇄하기 위한 생산 효율성 및 전문성 확보 차원에서 생산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관리인력이 자회사로 이동한다. 이 인력은 대략 전체의 1~2%정도에 불과할 것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