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상속세 최고세율은 50%다. 여기에다 기업을 승계하려면 최대주주의 주식 가격에 20%를 가산해 과세하는 ‘최대주주 주식 할증 평가’ 규정에 따라 최고세율이 60%까지 확대된다. 최고세율 60%는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치로, ‘징벌적 상속세’가 기업 영속성의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에 본지는 주요 선진 국가들의 상속세 현황을 알아보고 중‧장기적으로는 상속세를 폐지하고 자본이득세를 도입하는 방안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미디어펜=조우현 기자]우리나라 상속세의 경우 지나치게 높다는 문제 뿐 아니라 최대주주 주식에 일률적인 할증평가를 적용하는 점, 소득세에 더해 상속세까지 지불하는 이중 과세라는 모순을 안고 있다.
이를 완화하기 위해 가업상속공제제도가 마련돼 있지만 요건이 까다로워 별다른 해결책이 되지 못하고 있다.
24일 재계에 따르면 최대 60%에 달하는 상속세율과 실효성 없는 가업상속공제 때문에 기업승계 포기 사례가 늘고 있다.
기업을 상속 받으려면 상속 받을 재산의 절반 이상 액수를 세금으로 납부해야 하는데, 현금 확보가 어렵다 보니 사모펀드에 매각하는 등 경영을 포기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세계 1위 손톱깎이 생산 업체였던 쓰리세븐은 지난 2008년 150억 원의 상속세를 지불하기 위해 지분을 전략 매각한 후 적자 기업으로 전락했다. 콘돔 생산업체인 유니더스와 밀폐용기 제조업체 락앤락도 각각 비슷한 사정으로 사모펀드에 지분을 매각했다.
과도한 상속세가 기업 영속성을 꺾어놓은 것이다. 때문에 지나치게 높은 상속세율도 문제지만, OECD 최고 수준의 상속세율의 원인이 된 획일적인 최대주주 할증평가가 가장 큰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나라 상속세의 경우 지나치게 높다는 문제 뿐 아니라 최대주주 주식에 일률적인 할증평가를 적용하는 점, 소득세에 더해 상속세까지 지불하는 이중 과세라는 모순을 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주식 할증 평가의 경우, 기업마다 다양한 요인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여지가 있음에도 획일적인 할증을 적용해 불합리하다는 비판이다. 실제로 할증평가로 어려워진 경영권 승계는 해당 기업을 위태롭게 하고, 기업의 위기는 한국 경제의 위기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때문에 재계에서는 상속세율 인하에 대한 목소리가 오래 전부터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지난 수십 년간 상속세율은 한 번도 조정되지 않았다. 지난 7월 감세를 골자로 하는 ‘2022 세제개편안’이 발표되긴 했지만, 가업상속공제 요건 완화와 적용 대상 확대에 그쳤다.
이에 추광호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1999년 이후 22년간 개편되지 않고 있는 세율과 과표 구간 조정이 이번에도 포함되지 않은 점은 아쉬운 부분”이라며 “향후 입법 논의 과정에서 충분한 보완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상속세가 이중 과세라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이미 소득세를 지불한 재산에 대해, 상속을 이유로 세금을 한 번 더 물리는 것은 이중과세라는 지적이다. 더군다나 우리나라는 소득세율과 상속세율이 모두 높아, 세금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1997년부터 상속세 부담을 완화해주는 가업상속공제를 도입했지만, 적용 대상 범위가 적고 요건이 까다로워 활용률이 저조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 발표된 세제개편안에도 가업상속공제 적용대상은 중견기업으로 확대되는데 그쳤다.
때문에 상속세율 인하는 물론 가업상속공제 적용 대상 확대 및 연부연납을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임동연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24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코리아 디스카운트 극복을 위한 개혁과제 세미나’에 참석해 “가업상속공제의 적용대상을 모든 기업으로 확대하고, 연부연납기간을 연장해 상속세 일시납부에 따른 자금 압박을 해소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장기적인 개선방안으로 자본이득세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 연구위원은 “과도한 상속세로 인한 기업 승계의 장애요인을 제거하면서 동시에 조세형평성을 유지할 수 있는 자본이득세(승계취득가액 과세)의 도입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