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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손흥민도 못 피한 '인종차별', 재발 막으려면

2022-08-25 22:04 | 석명 부국장 | yoonbbada@hanmail.net

석명 연예스포츠팀장

[미디어펜=석명 연예스포츠팀장] 한국 축구 간판스타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이 최근 인종차별을 당했다. 현재 몸담고 있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경기장에서 벌어진 일이다.

손흥민의 소속팀 토트넘은 지난 15일(한국시간) 프리미어리그 2라운드로 첼시 원정경기를 치러 치열한 접전 끝에 2-2로 비겼다. 이 경기에 선발 출전한 손흥민은 코너킥을 차러 가던 중 근처 관중석의 한 축구팬으로부터 모욕적인 행위를 당했다. 이 관중은 손으로 눈을 찢는 제스처를 취했다. 동양인을 비하할 때 하는 대표적인 인종차별 행위다.

짧은 시간 순간적으로 벌어진 일이지만, 중계 화면을 유심히 지켜본 팬들에 의해 이런 사실이 확인됐다. 팬 커뮤니티를 통해 중계화면 캡처 사진이 퍼지면서 크게 논란이 일었다.

손흥민에 대한 인종차별이 포착된 TV 중계 화면. /사진=SBS 방송 캡처



홈 경기에서 벌어진 일에 책임이 있는 첼시 구단이 적극적으로 나섰다. 사실 확인이 되자 첼시는 즉각 성명서를 내고 "우리는 어떠한 형태의 차별적 행동도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해왔다. 가증스러운 차별 행위를 하는 사람은 첼시에서뿐 아니라 어느 곳에서도 설 자리가 없다. 팬이라는 이름 뒤에 숨어 차별행위를 하는 바보 같은 이들이 있다. 사건을 조사하고 있고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일단락이 됐다. 해당 인종차별 행위를 한 팬의 신원이 확인됐고, 첼시 구단은 무기한 경기장 출입 정지 조치를 취했다. 이 팬은 법에 따른 처벌도 받게 될 것이다.

오로지 실력 하나로 축구의 본고장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로 진출해 월드클래스 반열에 오른 손흥민이 인종차별을 당한 것은 화나고 안타까운 일이다.

손흥민이 인종차별의 피해자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2018년 10월 웨스트햄의 팬이 손흥민에게 인종차별적 발언을 했다가 벌금형에 처해진 일이 있었다. 또 지난해 4월에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경기 후 일부 맨유 팬들이 SNS를 통해 손흥민에게 인종차별 공격을 해 물의를 빚었고, 경찰 조사 끝에 인종차별 글을 올린 12명이 손흥민에게 사과편지를 써야 했다. 

사진=토트넘 홋스퍼 SNS


인종차별은 어제오늘 일도 아니고, 전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어느 국가, 사회, 단체를 가리지 않고 발생하는 병폐다. 하지만 적어도 스포츠만큼은 인종차별의 청정지역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스포츠의 본질과 상징성 때문이다.

스포츠는 공정함을 대전제로 한다. 같은 조건에서 동일한 룰의 적용을 받으며 오직 실력으로(때로는 운이 따라야 하는 측면도 있지만) 승부를 가린다. 정말 공정하게 맞붙어 승패가 결정나고 나면 최선을 다한 패자가 결과를 받아들이고 승자에게 축하를 해주는 미덕도 볼 수 있다. 월드컵 축구와 올림픽 같은 대형 스포츠 이벤트가 '지구촌 축제'라는 수식어와 함께 오래토록 관심과 지지를 받는 주요 이유가 바로 그런 점 때문일 것이다.  

스포츠마저 인종차별에 오염되면 순수하게 경쟁 그 자체를 즐길 거리로 무엇이 남을까 싶다.

미국에서 흑인들이 인종차별에 희생당하는 일이 전세계적인 이슈가 되자 지난 2020년 스포츠계에서 무릎꿇기 세리머니가 확산됐다. 경기 전 선수들이 무릎을 꿇는 퍼포먼스로 인종차별에 반대한다는 뜻을 강력히 나타냈다. 스포츠에서 정치적 구호를 금지한다는 대원칙에 따라 일부 반대 의견도 있었지만, 보편적인 선을 추구하는 공감대가 확산되면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도 선수들이 무릎꿇기 세리머니에 동참했다. 국내 K리그에서도 이에 동참하는 선수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손흥민(맨 오른쪽)을 비롯한 선수들이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무릎꿇기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사진=토트넘 홋스퍼 SNS



이번 시즌 들면서 프리미어리그의 무릎꿇기 세리머니는 중단됐고, 특정 경기에서만 실시하기로 했다. 여러가지 면들을 고려한 결정이지만, 이번에 다시 손흥민에 대한 인종차별이 일어난 것을 보면 캠페인이 중단된 것은 아쉽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는 매년 4월 15일을 '재키 로빈슨 데이'로 지정해 기념하고 있다. 온갖 차별과 편견을 이겨내고 흑인 최초의 메이저리거가 됐던 재키 로빈슨의 데뷔일(1947년 4월 15일)을 기념하면서 인종차별 없는 세상을 만들자는 메시지를 전파한다.

스포츠계는 인종차별의 검은 그림자가 드리우지 않기 위해 이와 같은 노력을 자체적으로 해오고 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첼시 구단의 표현대로 '차별행위를 하는 바보 같은 이들'은 또 어딘가에서 어리석음을 드러낼 것이다.

스포츠에서 인종차별을 없애려면 시스템을 잘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스포츠 현장 언제 어디서 벌어질지 모르는 인종차별을 철저히 감시하고, 인종차별을 하는 몰상식한 이들은 반드시 찾아내 평생 후회할 만한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리고 이같은 사실을 널리 알려 계속 경각심을 갖도록 할 필요도 있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점. 손흥민은 잇따라 인종차별을 당하면서도 전혀 흔들림없이 의연하게 대처하며 꿋꿋이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지난 시즌 EPL 득점왕에 오르는 놀라운 업적을 세운 손흥민이다. 앞으로도 골을 펑펑 터뜨려 얕잡아보는 인종차별주의자들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미디어펜=석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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