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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교 30주년에 불거진 ‘사드 정상화’, 한중관계 시험대

2022-08-27 10:50 | 김소정 부장 | sojung510@gmail.com
[미디어펜=김소정 기자]한중수교 30주년을 맞아 서울과 베이징에서 기념행사가 동시에 열리고 이를 계기로 한중 정상간 메시지도 전달됐지만 미중갈등이 격화되는 신냉전 국면에서 한중관계가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공약인 ‘사드 정상화’에 따라 정부는 ‘8월 말 주한미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기지 정상화’를 공언한 바 있고, 무엇보다 중국은 이를 문제 삼고 있다. 지난 9일 중국 칭다오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회담에 사드 문제가 집중 논의됐고, 24일 수교 30주년을 계기로 중국측에서 “한중관계에서 가장 민감하고 중요한 사안은 사드 문제”란 말이 나왔다.

한중 외교장관회담 직후 중국 외무성은 ‘사드 3불 1한’까지 공식 언급하면서 사드 추가배치 불가, 미국 미사일방어체계 불참, 한미일 3자 군사동맹 불가에 더해 사드의 운용 제한을 공개 압박하고 나섰다. 중국은 한국의 이전 정부가 사드 3불 1한을 약속했으니 현 정부도 지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11일 직접 사드 기지가 이달 말 정상화될 것이라고 재확인했다. 이에 따라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사드 기지 주변에도 긴장감이 돌고 있다. 지난 5년동안 사드 기지를 반대해온 단체 및 주민과 당국 간 충돌 가능성도 감지된다. 이런 상황에서 윤석열정부의 공약이던 사드 추가 배치는 아직 언급되지 않고 있다.

외교부는 25일 “사드 문제는 북한의 핵·미사일에 대비하기 위한 우리의 안보주권 사안이므로 어느 국가와도 타협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밝혔다.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중국도 우리의 이런 생각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하며 전략적 소통 이행을 강조했다.

윤석열정부 첫 한중 외교장관회담에서 재점화된 사드 갈등은 6년 전 논란을 재현하고 있을 뿐 진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한미는 사드가 자위적 방어수단이라고 주장하지만 중국정부는 미국이 한국에 사드를 배치해 중국의 전략적 안보를 해치려 한다고 보고 있다. 지난 2016년 사드 배치가 결정됐을 때 중국은 ‘한한령’(한류 제한령) 등 경제보복을 단행한 바 있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인 2017년 10월 한중 양국은 ‘한중관계 개선 관련 협의 결과’를 발표하면서 갈등을 봉합하려고 노력했지만 그 불씨는 여전히 남아 이번 한중수교 30주년 정상 메시지에도 반영됐다. 윤 대통령은 공급망을 비롯해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촉구하며 적극적인 태도를 취했지만, 시진핑 주석은 원론적인 얘기에 ‘한미 밀착’에 대한 견제까지 담았다.

윤석열 대통령은 “공급망을 비롯한 경제안보 문제, 환경, 기후변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실질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외교장관회담에서 미국 주도의 ‘칩4’(한국·미국·대만·일본) 예비회의 참여를 중국에 통보한 것을 감안해 중국과도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하겠다고 강조한 것이다. 

태극기와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 2012.3.4./사진=연합뉴스


반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30년간 한중관계가 발전할 수 있었던 이유는 서로의 핵심이익을 배려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하면서 “중한관계 발전을 고도로 중시한다. 대세를 파악해, 방해요소를 배제하며, 친선을 돈독히 하고, 협력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했다. 

그동안 한국의 진보·보수정권 가리지 않고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란 말이 통할 만큼 한중은 경제협력에서 큰 성과를 거뒀다. 수교를 맺던 1992년 63억 달러에 불과했던 한중 간 연간 교역액이 지난해 47배에 달하는 3015억 달러를 기록했다. 하지만 ‘사드 사태’ 이후 균열은 계속되고 있으며, 지난 3개월동안 대중 무역수지는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중국의 평균 10%대 성장세와 한국의 경제발전 단계가 맞아떨어져서 누렸던 엄청난 기회와 달리 앞으로 한중관계 30년은 이전과 다를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과 격차를 많이 추월한 중국이 이제 목표를 미국으로 삼고 있는 현실을 직시하고, 북핵 문제 해결에 대한 중국의 역할을 기대해온 정책도 점검해야 할 때라는 것이다.
   
김흥규 아주대 교수(미중정책연구소 소장)는 먼저 사드 문제와 관련해 “2016년 한국정부가 입장을 급전환해 사드 배치를 결정했고, 당시 시 주석의 체면이 크게 손상돼 경제보복으로 이어진 사실이 있다”고 상기시키면서 “우리로서는 사드를 이슈화시키지 않고, 미중 간 소통할 문제로 이해시키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또한 김 교수는 “중국이 북한에 핵포기나 핵실험을 못하도록 저지할 수 있다는 기대를 버려야 한다”면서 “지난 30년과 달리 앞으로 30년은 다를 수 있다. 여러면에서 위협적 존재로 변한 중국이 우리에게 얼마나 많은 비용을 치르게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도 던져야 한다. 적대관계일지, 협력으로 이익을 공유할지, 최소한 공존을 위한 토대를 마련할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한반도전략연구실 안제노·이수석 박사는 23일 발간한 이슈브리프를 통해 “미중 전략경쟁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중국에게 북한의 전략적 가치는 그만큼 높아질 수밖에 없다. 북핵 문제와 관련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대해 미온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라면서 “그 어느 때보다 북한에 대한 압박을 강화해 비핵화 목표를 달성하려는 윤석열정부와 협력하기 힘든 요소”라고 진단했다.

또한 “한중관계에서 전략적 모호성보다 전략적 투명성을 검토하는 것도 필요하다. 한국의 입장을 투명하게 할 때 단기적으로 중국의 불만이 증폭될 수 있어도 중장기적인 신뢰는 오히려 높아질 수 있다”고 지적하고, “한국의 대 중국정책, 지역 및 세계 차원의 안보정책의 투명성이 높아져야 중국도 이를 감안해 현실적인 대 한반도정책을 구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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