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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부부, 팬심 아니라 민심만 봐야 하는 이유

2022-08-27 10:55 | 김규태 차장 | suslater53@gmail.com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민심이 아니라 팬심이 문제다. 바로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에 대한 팬클럽 말이다.

바로 경호 보안 문제와 관련해서다. 사적 경로를 통한 사진·일정 유출 등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상황이 잇달아 연출되면서 여권에서 팬클럽에 대한 해체·해산 목소리가 높다.

앞서 지난 5월 취임 초 윤 대통령 내외가 주말에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을 방문해 촬영한 사진이 이튿날 '건희사랑'에 올라오면서 보안 규정 위반 의혹이 일어난 바 있다.

이번 주에는 대외비인 윤 대통령 공식 일정이 사전에 팬클럽 페이스북을 통해 유출되면서 '경호 보안' 논란이 불거졌다.

김건희 여사의 페이스북 공식 팬클럽인 '건희사랑'(희사모)에서 한 게시물에 댓글을 달았는데, 그 댓글에 '경호 엠바고'가 걸려 있는 윤 대통령의 일정 내역이 공개된 것이다.

'건희사랑'은 멤버가 2만 3000명에 달하는 페이스북 공개그룹이다. 누구나 그룹 게시물을 볼 수 있는 구조다.

문제의 댓글에는 "공지합니다 윤석열 대통령 XXXXXX 8월 XX일 XX시 방문 입니다 많은 참석 홍보부탁드립니다 (집결)장소는 공용 주차장으로 오세요"라고 적혀 있었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8월 19일 충북 충주시 중앙경찰학교에서 열린 310기 졸업식에서 졸업생들과 축하 기념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원래 이러한 대통령 동선은 사전에 공개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일국의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의 경호 문제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댓글에는 윤 대통령의 방문 일시 및 장소가 정확하게 나와 있었고, 이는 출입기자단도 전혀 모르는 정보로 대통령 세부 동선이 사전에 완전히 노출된 것이다.

윤 대통령의 40년 지기로 알려진 석동현 변호사는 지난 26일 MBC 라디오에 출연해 "역대 대통령 중에 영부인(팬클럽)이 이렇게 활동하거나 지금처럼 논란거리가 된 사례가 없지 않느냐"며 "굳이 정치를 해오지도 않은 영부인에 대해 팬클럽을 만들어 괜히 구설을 낳게 하는 것은 마이너스"라고 지적하고 나섰다.

25일 석 변호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다가도 "역대 어느 대통령도 영부인 팬클럽은 없었다"며 "정말 김건희 여사를 좋아하거나 위하는 마음이 있다면 '건희사랑'을 비롯해 '건희'라는 단어가 들어간 모임은 모두 오늘부로 해체하고, 모임에서 운영하는 SNS도 당장 다 문을 닫으라"고 촉구했다.

특히 석 변호사는 "김 여사나 대통령에게 털끝만큼도 도움이 안 되고 오히려 사고 칠 가능성이 더 많은데도 해체 않고 버틴다면, 이제 그들은 대통령 부부를 해코지하려는 위장 프락치로 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40년 지기뿐만 아니다. 정우택 국민의힘 의원은 YTN에 나와 이번 팬클럽 유출 사건에 대해 "다음에 또 이런 것이 터진다면 결정적인 데미지를 정부에 주는 것"이라며 "(팬클럽을) 해체, 해산하는 게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논란의 한가운데 있던 윤 대통령의 대구서문시장 방문 일정과 관련해, 홍준표 대구시장 또한 "그만하시고 이젠 (팬클럽/카페를) 해산하시라"며 "그런 카페는 윤 대통령을 국민들과 멀어지게 하고 나라를 더욱 어렵게 할 뿐"이라고 내다봤다.

대통령실은 지난 24일 팬클럽 유출 사건과 관련해 "거듭 죄송하다"며 "이같은 일이 벌어지지 말아야 한다, 재차 벌어지지 않도록 더 긴장하면서 살피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기자들을 만나 "한차례 연기된 바 있고 시당 차원에서 참석하려는 당원들이 적지 않아 일정이 알려졌던 상황"이라며 "시당에서 행사를 준비하면서 이 행사에 참여를 원하는 많은 분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에 특별하게 누군가 특정한 의도가 있다라기보다는 당의 행사로서 마음을 보태주려다 이렇게 나온 것이 아니었을까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일정 노출이) 당원 행사 과정에서 나왔던 것으로 추정된다"며 "경호처를 통해 어떻게 이같은 일이 벌어졌는지 파악해서 다시 되풀이되지 않도록 최선의 조치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실 입장은 '재발 막겠다', '최선의 조치를 하겠다' 정도로 정리되지만 실효적인 예방조치를 취할지 관심이 쏠린다.

중요한건 대통령실이 꺼낸 말이 아니라 실질적인 행동이자 조치다. 윤 대통령이든 김건희 여사든 팬클럽이 또 한번 대통령실과 관련해 사고를 친다면 그 후에는 대통령실이 수습하기 힘들 정도로 사태가 커질 수 있다.

지난 여름 휴가 후 윤 대통령 행보는 '오직 국민 뜻', 민심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앞으로 대통령실이 이러한 대통령 행보의 토대를 잘 닦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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