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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상승 덕본 은행권…한신평 "금융정책 대응력따라 실적 엇갈릴 듯"

2022-09-01 16:05 | 류준현 기자 | jhryu@mediapen.com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은행권이 잇단 금리상승에 힘입어 예대마진(예금과 대출금리 격차에 따른 이익)을 크게 누렸다. 하지만 은행들이 금융정책을 얼마나 수용하느냐에 따라 향후 실적이 엇갈릴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한층 강화된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외에도 은행권 예대금리차 공시가 대출금리 인하 경쟁을 부추겨 수익성을 악화할 것이라는 평가다. 더불어 코로나19 대출 상환유예책의 종료와 10월 출범하는 새출발기금도 은행권으로선 악재요인이라는 설명이다.

은행권이 잇단 금리상승에 힘입어 예대마진(예금과 대출금리 격차에 따른 이익) 수익에 취한 가운데, 정부가 추진 중인 각종 금융정책을 얼마나 수용하느냐에 따라 향후 실적 향배가 나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1일 한국신용평가는 '은행업 Peer Report'를 통해 이 같이 분석했다. 한신평은 보고서에서 "금리상승으로 인한 예대금리차 확대가 지속될 것"이라면서도 "향후 금융규제 유연화 방안이 정상화되면서 (은행별) 실적 차별화가 전망된다"고 평가했다. 

현재의 은행업황은 긍정적이다. 금리인상에 따른 순이자마진(NIM) 개선과 지속적인 판관비 감축 노력으로 수익성이 개선되는 까닭이다. 특히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예대금리차 확대는 수익 확대를 배가할 전망이다. 한신평에 따르면 (11개 평가)은행 원화대출 중 변동금리 비중이 약 70%에 달하는 반면, 원화예수금 중 변동금리 비중은 1%에 불과하다. 최근 금리 인상 여파로 단기채 금리가 크게 오르면서 예대금리차도 2.40%로 확대됐다.

하지만 새 금융정책 도입으로 은행권 실적전망은 밝지 못하다. 우선 은행연합회의 예대금리차 공시 개선이 큰 발목을 잡고 있다. 은행별로 구체적인 예대금리차가 공개되면서 일부 은행의 수치가 두드러지고 있다. 한신평은 예대금리차 공시가 장기적으로 은행 간 경쟁을 부추겨 업계 수익성에 부정적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가계대출 규제도 부정적 전망에 한 몫 한다. 정부가 생애최초 주택 구매자를 대상으로 담보가치인정비율(LTV)을 80%까지 제공하겠다고 밝혔지만, 7월부터 차주별 DSR 규제 3단계를 적용하고 있다. 최근 부동산 거래시장도 큰 침체를 맞은 터라 가계대출은 감소할 것이라는 게 한신평의 분석이다. 특히 금리가 오르면서 부채비율이 높은 부동산업의 상환부담이 크게 확대돼, 부동산업 관련 대출채권의 부실 위험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산건전성은 양날의 검이다. 현재로선 정부가 △코로나19 대출 원금만기 연장 △이자상환 유예 조치 △풍부한 유동성 공급 등을 펼친 덕분에 은행들의 자산건전성이 양호한 것처럼 나온다는 게 한신평의 분석이다. 하지만 이 대책이 종료되면 일정 수준의 부실여신비율 상승이 예상되고, 은행별 코로나19 민감도와 부실흡수능력에 따라 실적도 차별화될 것이라는 평가다.

금융권이 코로나19 관련 중소기업·소상공인에게 대출 만기연장·상환유예를 지원한 금액은 지난해 7월까지 317조 7000억원, 올해 7월 8일 기준으로는 대출잔액이 81조 9000억원에 달했다. 정부는 2020년 4월부터 금융규제 유연화 방안을 펼쳐 지금까지 4차례 연장했으며, 계획대로라면 이달 종료된다. 하지만 상환유예 조치가 장기화되면서 지원액수가 늘어났고, 수차례 금리인상으로 차주의 상환부담이 늘어났다. 

한신평은 이러한 요인들을 짚으며, 당초 예상보다 지표상 드러나지 않은 잠재적 부실이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코로나19 민감업종의 여신 비중이 높고 중소기업 및 개인사업자의 담보·보증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지방은행의 자산건전성 지표가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분석했다. 

새출발기금 출범에 따른 영향도 점검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했다. 새출발기금은 자영업자·소상공인의 채무를 장기·분할상환으로 전환해주고 부실신용채무는 원금을 최대 90% 감면해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기금은 은행권 부실채권 매입으로 약 30조원을 책정한 상태다. 

한신평은 잠재부실 위험이 상존한 만큼, 은행권이 충분한 부실흡수능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신평은 "금융규제 유연화 방안 종료 이후 일정 수준의 재무건전성 저하가 예상된다"며 "잠재부실이 상존하는 상황으로 충분한 부실흡수능력이 여전히 중요해, (한신평은) 대손충당금 적립 수준, 자본비율 유지 여부를 점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금리 인상 및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인해 부동산업 관련 대출채권의 부실 확대 가능성이 증가하고 있다"며 "금리 인상과 부동산 경기의 변동성 확대 영향에 대해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이날 2분기 은행권 부실채권 현황을 공개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6월 말 은행권 부실채권비율은 0.41%로 전분기 말 0.45% 대비 0.03%포인트(p) 하락했다. 금감원은 △부실채권비율의 지속적인 하락 △꾸준한 대손충당금 잔액 증가 △부실채권 대비 대손충당금적립률 상승 등을 근거로 은행권 자산건전성 지표가 양호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정부의 금융지원 조치에 따른 지표 착시가능성, 대내외 경제여건 악화에 따른 신용손실 확대 가능성을 언급하며 선제적으로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당국은 은행들을대상으로 손실흡수능력을 확충하도록 유도하고, 대손충당금 적립내역을 분기별로 점검한다는 입장이다.

금감원은 "대내외 경제충격에도 은행이 건전성을 유지해 본연의 자금공급 기능을 충실히 수행하도록 손실흡수능력 확충을 유도할 계획"이라며 "은행의 대손충당금 적립내역을 분기별로 지속 점검하고 자본 비율이 취약한 은행들에 대해 자본 확충을 지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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