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태우 기자]한국지엠 노사가 지난 2일 2022년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시작 이후 두 달여 만에 잠정합의안을 도출하고 찬반투표에 돌입했다.
이번 찬반투표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것은 그동안 가장 힘든 임단협을 보여줬던 한국지엠 노사의 화합무드가 빠르게 형성됐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기 때문이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지엠 지부는 6일 오전 7시부터 부재자 투표를 시작해 이튿날까지 조합원 7622명을 대상으로 임단협 잠정합의안에 대한 찬반 투표를 진행한다. 앞서 한국지엠 노사는 지난 2일 18차 교섭을 벌여 잠정합의안을 무분규로 도출하는데 성공했다.
지난 6월 인천 파라다이스시티에서 가진 'GM 브랜드 데이'에서 로베르토 렘펠 한국지엠 신임 사장이 앞으로의 자사 방향성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한국지엠 제공
합의안에는 기본급 5만5000원 인상(호봉승급분 포함), 타결 일시금 500만 원, 위기 극복을 위한 격려금 100만 원 등 임금 인상과 총 730만 원 상당의 일시금·격려금 지급 관련 내용이 담겼다. 직장 내 성희롱 방지·괴롭힘 금지 신설안과 공장별 발전 전망, 내수시장 활성화 대책, 쉐보레 브랜드 수입차에 임직원 10% 할인 혜택 등 내용도 포함됐다.
이같은 내용으로 잠정합의안을 도출한 한국지엠 노사는 완성차 업계의 위기상황과 올해 흑자전환의 초석을 마련할 필요성에 공감한 것으로 보여진다.
앞서 지난 6월 로베트토 럼펠 한국지엠 사장은 연말까지 손익분기점을 넘겨 재무구조를 정상적으로 돌려놓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한국지엠은 당기순손실을 2020년 2968억 원에서 2021년 1752억 원으로 줄이며, 2023년 흑자전환 달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글로벌 완성차 시장은 코로나19에 따른 반도체 수급문제와 인플레이션, 제조원가 상승 등의 대내외적인 악재가 거듭되며 완성차 업체들 모두 어려운 경영환경에 처해있다. 더욱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전동화로 인해 시장의 불확실성 또한 높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지엠 노사역시 리스크 요인을 최소화하기 위해 화합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현재 지난 2018년부터 시작된 한국지엠의 경영정상화 작업은 순항 중이다. 당시 GM은 한국사업장의 지속 가능성과 수익성 확보를 위해 두 종류의 글로벌 신차 개발과 생산을 한국지엠에 배정하며 28억 달러의 신규 투자를 약속한 바 있다.
그 중 첫 번째 차량은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다. 이 모델은 현재까지도 국내를 비롯한 글로벌 시장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남은 한 종은 오는 2023년 글로벌 출시를 앞둔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이다.
이 모델은 한국지엠 창원공장에서 생산돼 글로벌 시장으로 판매될 계획이다.
차세대 CUV는 한국지엠의 지속가능한 수익성은 물론, GM의 완전한 전동화 미래로 가는 전환에 있어 중요한 마중물 역할을 수행할 모델로 알려져 있다.
한국지엠은 차세대 CUV의 성공적인 생산을 위해 지난해 3월 신 도장공장을 완공한 데 이어, 올해 대규모 신규 설비 공사를 단행했다. 한국지엠은 차세대 CUV의 차질 없는 생산을 위해 올해 4월, 노조와 공장별 생산 운영 조정 및 인력 배치전환에도 합의를 이뤄낸 바 있다.
한국지엠 부평공장 생산라인. /사진=한국지엠 제공
특히, 올해 짧은 시간 내 임단협을 마무리 지은 것도 CUV의 성공을 위한 노사가 한마음이 된 것에 따른 결과물이다.
난관이 예상됐던 한국지엠의 극적인 잠정합의안 도출로 국내완성차 업체들의 2022 임단협이 추석 전 마무리 가능성이 커졌다.
앞서 현대자동차 지난 7월 무분규로 임단협을 마무리했고, 쌍용자동차 역시 같은 달 특별협약서를 체결했다. 또 르노코리아자동차는 지난달 말 2022년 임단협이 마무리됐다.
현재 남겨진 곳은 기아와 한국지엠으로 양사 모두 잠정합의안의 통과되면 올해 국내 완성차업계 임단협은 끝난다.
완성차 업계의 이 같은 조속한 임단협 마무리는 반도체 수급 대란 장기화와 글로벌 경기 침체, 우크라이나 전쟁 등 대내·외 리스크가 큰 상황에서 한국 자동차산업의 생존을 위해 노사가 한마음 한 뜻으로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현재 업계의 위기 상황에서 과도한 임금상승 요구와 집단행동은 명분이 없어 사회적인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도 화사 측과 협업하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성이 있다.
내연기관에서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전동화 작업에 글로벌 생산기지들이 문을 닫고 있는 만큼 일자리 보존이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다.
이런 상황은 한국지엠도 마찬가지다. 한국지엠에는 약 1만2000여 명의 직원과 전국적으로 수십만 명의 고용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국내 최대의 외국인 투자기업이다. 이런 기업이 국내에서 철수하게 되면 산업계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한 만큼 중요한 일감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에 GM 한국사업장의 경영정상화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한국지엠 노조의 대승적 결단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이날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찬반 투표에서 투표 인원의 과반수가 합의안에 찬성하면 한국지엠 임단협 협상은 최종 타결된다.
개표는 오는 7일 오후 2시부터 한국지엠 부평공장 복지회관에서 진행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앞서 현대차와 기아가 지난 2011년 각각 45일과 21일 만에 임단협을 타결한 바 있지만 보통 수 개월에서 1년이 넘게 걸리는 게 완성차 업계의 임단협이었다"며 "늦게 시작했지만 두 달여 만에 잠정합의안을 도출한 이번 한국지엠 노사의 결과는 이례적인 모습이며 그만큼 경영정상화를 위해 노사가 한 뜻으로 바라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