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희연 기자]국민의힘 새 비상대책위원장(비대위원장)에 국회 부의장을 맡고 있는 5선의 중진 정진석 의원이 임명됐다. 권성동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7일, 정 의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요청했고 정 의원이 이를 수락하면서다.
그러나 법원의 가처분 인용으로 첫 비대위가 좌절된 이후 등장한 새로운 구원투수 정 의원 앞에는 '이준석 사법리스크'와 차기 지도체제를 위한 '전당대회 준비', 여기에 거대 야당 더불어민주당에 맞서 윤석열 정부 첫 국정감사를 치러야 하는 등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첩첩이 쌓여있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의원총회(의총)를 열고 국회 부의장인 정 의원을 비대위원장으로 추대했다. 이날 의총에는 당 소속 의원 75명이 참석했고 정 부의장의 비대위원장 지명을 박수로 추인했다. 다만 일부 의원들은 반대의사를 표현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권성동 원내대표, 정진석 의원(왼쪽)이 6월 1일 지방선거 출구 조사 결과 발표에 이야기를 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권 대행은 이날 오후 의총 이후 기자들과 만나 "차기 비대위원장으로 정 부의장을 모시기로 의총에서 추인을 받았다"라고 밝혔다.
권 대행은 비대위원장에 정 의원은 내정한 과정에 대해 "이번에 새 비대위원장 후보를 물색할 당시 제일 처음 떠오른 인물이 정 부의장이었다. 그런데 정 부의장이 여러 이유를 대면서 고사했다"라고 전했다. 이어 "외부로 방향을 돌렸는데 접촉한 외부 인사께서 '우리 당에 대해 잘 모른다, 잘 모르는 당에 와서 비대위원장 하는 게 적절치 않다'는 이유로 완강하게 고사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 다시 정 부의장과 통화하고 세 번이나 방에 찾아가 설득했다. 당 원내대표를 역임했고 의원들 신임을 받아서 부의장까지 하는데 당이 가장 어려울 때 좀 도와주셔야 한다, 그리고 총대, 아니 책임져야 한다고 계속해서 설득했다"며 "그랬더니 (정 부의장이) 4년 동안 끊었던 담배도 피우면서 처음에는 완강하게 거절하다가 조금 전 세 번째 찾아갔더니 마지막에 승낙해줬다"라고 전했다.
새 비대위원장으로 낙점된 정 의원은 이날 의원총회가 끝난 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직 활주로에 머물러 있는 윤석열 정부가 힘차게 이륙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집권여당 책무다. 책임을 다하기 위해 고심 끝에 비대위원장을 수락했다"라고 밝혔다.
정 의원은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해 집권 여당을 안정시키고, 집권 여당으로서 책임을 다하겠다. 그것이 제게 주어진 대의이고 애국이라고 생각한다"라며 "당내 혼란에 대해 당원과 국민들에게 죄송하기 그지없다. 할 수만 있다면 몇 달간의 당 내분과 분열상을 지우개로 지우고 싶은 심정"이라며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정진석 비대위는 오는 8일 열리는 전국위원회 의결과 이후 상임전국위에서 비대위원 의결을 거쳐 공식 출범하게 된다. 하지만 새롭게 출항하는 비대위 앞에 놓인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다. '이준석 사법리스크'에 대한 대응과 함께 차기 지도부 구성을 위한 전당대회 개최시기를 둘러싼 당 내 갈등 봉합 그리고 거대 야당 민주당에 맞서 새 정부 첫 국정감사를 치러야 하는 막중한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우선 새 비대위원장직을 맡게 된 정 의원이 이 대표와의 갈등을 어떻게 풀어나가느냐가 가장 큰 숙제다. 이준석 전 대표가 줄줄이 제기한 가처분 신청에 대한 결과가 아직 나오진 않은 상태여서 법원 결정에 따라 정진석 비대위의 존폐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권성동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9월 7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회에 참석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이런 가운데, 오는 14일에는 이 대표가 제기한 전국위 개최금지 가처분·효력정지 가처분 심문이 예정되어 있다. 여기에 이 전 대표가 새 비대위원회가 출범하는 즉시 새 비대위원 전원에 '직무정지 가처분'을 신청하겠다고 예고한 상태여서 새 비대위의 운명도 위태위태 하다.
정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이준석 (전) 대표가 당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다면 저는 계속되는 이런 분열상과 갈등상을 이어가지 않도록 현명한 판단해주길 요청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와의 만남 가능성에 대해서는 "누구라도 못 만날 이유가 없다. 당을 안정화하고 정상화해서 새롭게 결집된 에너지를 충전하기 위해서는 무엇이라도 할 수 있다"라며 "23년 동안 정치를 해오면서 계파에 치우친 정치인도 아니었고, 늘 통합의 정신 앞세워서 중심을 잡으려 노력해왔다. 누구와도 대화하는데 장애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미디어펜=이희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