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경찰이 '성남FC 후원금 의혹사건'을 두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제3자 뇌물공여 혐의가 인정된다는 내용의 보완수사 결과를 검찰에 통보했다. 경찰은 두산건설이 성남FC에 광고비를 후원하는 대가로 사업부지 용도 변경 편의를 제공 받았다고 보고, 당시 성남시장이자 성남FC 구단주이던 이 대표에게 형사 책임이 있다고 최종 판단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당대표가 지난달 29일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13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이 대표와 성남시 공무원 1명에 대해 제3자 뇌물공여 혐의가 인정된다는 의견의 보완수사 결과를 검찰에 통보했다. 경찰은 또 전 두산건설 대표이사 이모 씨에 대해 뇌물공여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이 대표 등은 성남시장 시절 성남FC 구단주로 있으면서 2014∼2016년 두산건설로부터 55억원 상당의 광고 후원금을 유치했다. 그 대가로 2015년 두산그룹이 소유한 분당구 정자동 병원 부지 3000여평을 상업용지로 용도를 변경해 준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성남시는 용적률과 건축 규모, 연면적 등을 약 3배 높여주고, 전체 부지 면적의 10% 만을 기부채납으로 받았다. 이로써 두산 측이 막대한 이익을 봤다는 의혹이 일었다. 지난해 두산은 해당 부지에 분당두산타워를 완공했다. 당시 매입가가 70억원 대에 불과했지만, 현재 이 부지의 부동산 가치는 1조원에 육박한다는 말도 나온다.
경찰은 지난해 9월 이 사건을 불송치 결정했다. 하지만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로 2차 수사를 하는 과정에서 사건 관계인의 새로운 진술을 받고, 압수수색을 통해 이를 뒷받침할 증거를 확보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1차 수사에서 성남시와 두산건설은 "성남FC 광고 후원금과 용도 변경 사이에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하지만 경찰은 양측이 용도 변경 관련 협상 단계에서부터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당초 기부채납 면적이 전체의 15%였다가 10%로 줄어들면서 성남시가 이 5%에 해당하는 50억원 상당의 금액을 성남FC의 광고 후원금 명목으로 받기로 약속했다는 것. 경찰은 두산건설이 성남FC에 광고 후원금을 집행하지 않을 경우, 용도 변경이 불가능할 것으로 보고 성남시의 구체적인 요구 사항에 대해 논의했던 정황도 포착했다.
경찰은 이 사건에서의 제3자인 성남FC는 별도의 주식회사로, 광고 후원금을 유치한 성남FC의 이익을 성남시의 이익으로 볼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오히려 이 대표의 정치적 이익에 부합하는 행위라는 판단이다.
경찰은 2차 수사 과정에서 이 대표에 대한 소환 및 서면조사를 하지 못했다. 이를 두고 경찰은 "보완수사 요구에 따른 수사이므로 수사 주체는 검찰"이라며 "보완수사 요구 범위에 이 대표 관련 건은 없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성남FC에 광고 후원금을 제공한 기업 6곳 중 두산건설을 제외한 네이버, 농협, 분당차병원, 알파돔시티, 현대백화점 등은 혐의가 없다고 결론냈다.
성남FC에 들어간 후원금 중 일부가 이 대표의 측근에게 부당 지급됐다는 의혹은 별도로 확인된 게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 관계자는 "계좌 추적 등을 했으나, 이 후원금이 이 대표 측근들에게 성과급으로 부당하게 지급된 정황은 없었다"며 "후원금이 이 대표 본인이나 주변인에게 흘러 들어간 정황도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후원금 의혹 사건은 이 대표가 경기지사에 출마한 2018년 6월 지방선거 과정에서 불거졌다. 당시 바른미래당 측은 이 대표가 성남FC 구단주로 있으면서 기업들에 각종 인허가 편의를 봐준 대가로 뇌물을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그를 고발했다. 일선 경찰서인 경기 분당경찰서는 3년이 넘는 수사 끝에 지난해 9월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고발인 이의신청에 따라 수원지검 성남지청이 사건을 이어받아 수사 여부를 검토했다. 이 과정에서 박은정 성남지청장은 수사팀 요청을 여러 차례 반려하며 묵살했다. 이로 인해 수사를 맡은 박하영 차장 검사가 지난 1월 사의를 표명했다는 의혹도 나왔다. 논란 끝에 성남지청은 지난 2월 경찰에 보완 수사를 요구했고, 사건을 맡게 된 분당서는 지난 5월 수사를 강제수사로 전환했다. 뒤이어 지난 7월에는 분당서의 상급기관이자 이 대표 관련 의혹 수사를 맡고 있는 경기남부청으로 사건을 이관했고, 이로부터 2개월 여 만에 결론이 지어졌다.
경찰 관계자는 "보완수사 과정에서 임의수사·강제수사를 통해 확보한 자료를 검토하고, 여러 판례를 분석해 종합한 결과"라며 수사 결과가 뒤바뀐 점을 설명했다.
분당서의 수사가 부실했던 것 아니냐는 점에 대해서는 "재판도 1심과 2심이 달라질 수 있듯이 수사도 마찬가지"라며 "오히려 분당서의 폭넓은 수사가 있었기에 경기남부청으로 사건 이관 후 신속히 결론을 낼 수 있었다"고 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