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희연 기자]정진석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가 14일 첫 공식 일정을 시작한 가운데, 이준석 전 대표측과 국민의힘은 지난 5일 전국위원회(전국위)에서 의결한 당헌 개정안을 놓고 정면으로 맞붙었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회의 설치 근거가 되는 당헌 개정안을 두고 이 전 대표 측은 위법이라며 무효라는 주장을 폈고, 국민의힘 측은 당이 비상상황이며 절차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논리를 펴면서 1시간 넘는 시간동안 치열한 공방전을 펼쳤다.
서울남부지법 민사51부(수석부장판사 황정수)는 이날 오전 11시, 이 전 대표가 신청한 2·3차 가처분 사건과 주호영 전 비대위원장이 제기한 이의신청 사건을 일괄 심리했다.
국민의힘은 법원이 지난달 26일 이 전 대표가 국민의힘과 당시 주호영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효력정치 가처분을 일부 인용하자 지난 5일 전국위를 열어 비대위 전환 요건을 명확히 하는 등의 당헌 개정안을 의결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9월14일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국민의힘 당헌 효력 정지 가처분 심문에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개정안에는 비대위 전환 요건인 최고위원회 기능 상실을 '선출직 최고위원 및 청년 최고위원 중 4인 이상의 사퇴 등 궐위'로 구체화하고 기존 요건인 '당 대표 궐위' 외에도 '최고위 회의에서 전원 찬성으로 비대위 설치를 의결한 경우'에도 비대위를 출범시킬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이 전 대표 측은 이같은 당헌 개정이 헌법을 위배한 '무효 당헌'이라고 주장했다. 최고위원 4명이 궐위한 경우 비대위 전환이 가능한 비상상황으로 본다는 규정은 헌법이 금지하는 '소급입법'에 해당하고, 특정 개인을 겨냥한 '처분적 법률'이라는 것이다.
반면 국민의힘 측은 '비대위 전환 요건인 비상상황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첫 가처분 결정을 받아들여 기존 비대위 기능을 정지했고 개정 당헌을 근거로 새 비대위를 출범했기 때문에 절차적 정당성을 갖췄다고 맞섰다. 또한 개정 당헌에 따라 이 전 대표는 해임됐기 때문에 소송을 제기할 자격이 없고 당헌 개정은 고도의 정치적 행위로 정당의 자율성을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준석 전 대표 측 "비상상황 아닌데 비상상황으로 작출...비대위, 무효"
이 전 대표측은 당헌 개정안 효력정지 가처분 사건과 관련해 "이 사건의 신청 취지는 전국위의 개정 당헌의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것"이라며 "우선 기존의 사실관계가 비상상황이 아닌데 비상상황을 작출해 비대위가 무효"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채무자(국민의힘) 측이 줄곧 주장하는 게 소송요건과 관련해 신청인 요건을 문제 삼아왔지만 종전 당대표의 최고위원회 체제는 유효하게 존속 중이라서 신청인 조건이 있다"라고 했다.
이 전 대표 측은 또 "대법원 판례에 따라 정당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면서 정당도 헌법에 따라야 한다는 것을 지켜야 한다"며 "개정된 당헌에서는 최고위원 4명 사퇴 때만 비대위 전환이 가능하다고 하는데 이는 1차 가처분에도 위배되고 헌법에도 정면으로 반하는 것으로 위법"이라고 강조했다.
이 전 대표는 "2번의 전국위를 개최하는 상황에서 충분히 보궐을 할 수 있음에도 보궐을 안 한 상황에서 비상상황을 빠르게 소멸시키기보다는 비상상황 지속을 유지시키기 위함으로 보는 게 더 맞지 않느냐"며 "당헌 개정 굉장히 졸속"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주호영 전 비대위원장 선임을 무효로 한 1차 가처분 결정 취지에 비춰볼 때 비대위 자체가 설치되지 않았다고 본다"라며 "최고위가 이미 해산됐다고 주장하는 것은 지난 결정 취지와 맞지 않는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측 "당, 비상상황...당헌개정 이준석 권리 침해 아냐"
반면 국민의힘 측은 "현재 당은 비상상황이고 상임위와 전국위는 당원에 의해 적법하게 된 대의기관이자 총의를 대변하는 기관"이라며 "당헌 개정 자체가 채권자(이준석)의 권리 침해는 아니다"고 반박했다.
9월14일 정진석 국민의힘 비대위원장(가운데)이 임명장 수여 후 전체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국민의힘 측은 "당대표 권한대행, 직무대행 명칭만 다르지 당대표를 대신할 수 있다"며 "전국위가 당헌 개정한다면 사후 승인으로 전당대회에서 즉시 공포가 돼 효력이 개시되기에 이 사건을 각하해 달라"라고 요청했다.
국민의힘 측은 이 전 대표 측이 다른 정당의 당헌과 비교한 데 대해서도 "당이 비대위로 가기 위해서는 정당마다 고유한 특색에 따라 결정하는 것이고 각 정당이 정치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과거 열린우리당 때도 비대위에다가 당헌개정권을 위임했었다. 정당의 행위는 내용과 절차가 현저하게 불공정하거나 내부규정을 위반한 경우,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경우에서 효력정지를 했었는데, 그 외의 내용을 갖고 효력 정지한 적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양측의 의견을 청취한 재판부는 "개정된 당헌 자체가 효력이 있는지가 쟁점 같다"며 "심문기일을 28일 속행하겠다"고 했다.
[미디어펜=이희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