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준희 기자]인천 부동산 시장이 심상치 않다. 매매는 물론 전세·분양시장에서 모두 적신호가 발견되고 있다. 지난 2년간 급격한 가격 상승에 따른 피로감과 대규모 입주 물량 등 영향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맥을 못 추는 모양새다.
인천 아파트값 하락폭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인천 시내 전경./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16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인천 아파트값은 0.96% 하락해 변동률이 –1%에 육박했다. 지난 5월(-0.23%)을 기점으로 낙폭이 커진 인천은 6월(-0.26%)과 7월(-0.37%) 계속해서 하향곡선을 그려오다 지난달 2배 이상 하락폭이 확대됐다.
지난 2월부터 8월까지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누계 변동률은 –1.93%로 같은 수도권 지역(서울 –0.92%, 경기 –1.55%) 중에서는 낙폭이 가장 크다.
특히 ‘인천의 강남’으로 불렸던 송도는 하락곡선이 더욱 가팔라지는 분위기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인천 연수구 ‘더샵송도마리나베이’는 지난 2월 전용면적 84㎡(13층)가 12억4500만원에 거래돼 최고가를 경신했으나 지난달 같은 84㎡(7층)가 6억원가량 하락한 6억5000만원에 팔려 반년 사이에 거래가격이 반토막이 났다.
집값 하락이 가속화하면서 전세가격이 매매가격보다 높은 ‘깡통전세’ 우려도 심화하고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인천 아파트 전세가율은 구별로 △중구 93.8% △동구 93.5% △미추홀구 92.2% △연수구 90.4% △남동구 90.4% 등을 기록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전국 아파트 전세가율은 74.4%, 수도권은 69.4%다.
전세계약 종료 후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보증사고도 인천 미추홀구가 53건(보증사고율 21.0%)으로 전국에서 2번째로 많았다.
주택시장 어려움이 지속되면서 분양시장에서도 수요자들로부터 외면받는 분위기다. 이달에만 인천에서 무순위 청약을 진행하는 단지는 △부평 하우스토리 어반그린 △송도 럭스 오션 SK 뷰 △한화 포레나 인천구월 △주안 극동스타클래스 더 로얄 등 총 4개다.
◆ 상승 피로감·물량 폭탄 여파에 주춤…“규제 완화 기대”
전문가들은 인천 집값의 급격한 하락에 대해 지난 2020~2021년 동안 상승곡선이 워낙 가팔랐을뿐더러 지난해부터 입주 물량이 점차 증가한 탓으로 보고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 2020년 인천 집값 누적 상승률은 17.4%, 2021년은 35%로 전국에서 상승폭이 가장 컸다. 신규 입주 물량은 지난해 2만가구에서 올해 4만2000가구로 2배 이상 늘었고 내년도 올해와 비슷한 4만3000가구가 예정돼있다.
임병철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내년까지 대규모 물량이 공급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 부분이 해소되기 전까지는 집값이 하향 안정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어 “전세시장에서도 매매가격 하락세가 심화하면서 전세가격과 역전 내지는 좁혀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가격이 많이 오른 상황에서 대규모 공급이 이어지다 보니 매수세가 약화하면서 집값이 떨어지는 구조로 진행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지난 2년간 상승폭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하락폭이 크지 않다는 점, 송도부터 남양주 마석을 잇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B 노선 호재와 정부의 규제 완화 방침에 따른 회복 가능성이 남아있다는 점은 위안거리다.
임 리서치팀장은 “정부에서 세금, 대출 등 규제 완화를 속도감 있게 진행한다고 하면 현재 하락장 속에서 매수하려는 수요는 나타날 수 있다”며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향후 이러한 하락세가 지속된다고 하면 일부 지역에 한해 규제지역을 해제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미디어펜=김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