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 서경배 회장이 부자가 된 비결 아십니까?

[미디어펜=김지호 기자]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사진)이 재계와 주식시장에 연일 화제를 뿌리고 있다. 액면분할 전 아모레퍼시픽과 아모레퍼시픽그룹(아모레G)의 주가가 급상승하면서 서 회장의 지분가치 역시 급등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액면분할로 거래량이 늘어나면서 서 회장의 보유지분가치의 상승세가 더욱 빨라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8일 금융정보업체 와이즈에프엔에 따르면 서 회장이 보유한 아모레퍼시픽 주식 10.72%(62만6445주)와 지주회사인 아모레G 주식 55.7%(444만4362주)의 액면분할 전 지분가치는 9조6774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6조원에 미치지 못했던 서 회장의 지분가치는 아모레퍼시픽 주가가 액면분할 전 장 중 403만원까지 치솟으면서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주가 상승으로 서 회장은 지난달 블룸버그가 선정한 200대 부자 중 155위를 차지하면서 172위에 그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가볍게 따돌렸다. 중국 화장품 시장이 본격적인 성장기에 진입할 것으로 보여 서 회장의 보유지분 가치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뿐만 아니라 서 회장은 두 회사로부터 204억원이 넘는 배당금도 챙겼다. 지난해 아모레퍼시픽으로 받은 보수는 44억원. 여기에 보유하고 있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 주택 공시가격도 지난해보다 9.3%나 오른 91억5000만원에 달해 국내 부의 지도를 바꾸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렇지만 미모를 가꿔주는 화장품 회사를 경영하는 서 회장이 엄청난 부를 축적한 과정은 그리 아름답지 않았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해 불거진 영업사원의 막말 파문과 물량 밀어내기, 방문판매원 빼가기 등 각종 ‘갑의 횡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아모레퍼시픽이 공정위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은 2005년부터 2013년까지 특약점주와 별도로 계약을 맺은 방문판매원 3482명을 특약점주의 동의 없이 신규 특약점이나 직영점으로 이동시켰다면서 과징금 5억원을 부과했다.

특약점은 아모레퍼시픽의 고가 브랜드 제품을 파는 전속대리점이다. 방문판매원은 아모레퍼시픽 직원이 아니라 특약점에 소속된 위탁판매원이다. 특약점은 방문판매원을 모집·양성, 방문판매를 강화해 매출을 키운다. 방문판매원이 특약점의 핵심적인 매출 기반이면서 핵심자산인 셈이다. 아모레퍼시픽이 일방적으로 방문판매원을 다른 대리점으로 옮기면서 특약점주는 막대한 손실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 아모레퍼시픽은 기존 특약점주의 자산인 위탁판매원을 활용해 신규 특약점을 개척하는 데 악용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공정위는 5억원의 ‘솜방망이 처벌’을 내리면서 피해를 입은 특약점주는 더욱 분노를 삼켜야만 했다. 이 과정에서 아모레퍼시픽 감사실이 피해 대리점주를 사찰한 정확까지 드러나기도 했다. 더욱이 영업사업의 욕설이 담긴 녹취록이 공개되고 물량 밀어내기 등의 행위가 명백함에도 위법성을 인정할 수 없다면서 공정위는 아모레퍼시픽에 사실상 ‘면죄부’를 줬다.

‘우선주 꼼수’를 통한 장녀 민정씨에 대한 증여도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지난 2006년 6월, 지주회사 전환을 위해 태평양을 두 개 법인으로 인적 분할했다. 태평양(현 아모레퍼시픽그룹) 37.9%, 아모레퍼시픽 62.1%의 비율이었다. 이 과정에서 서 회장은 자신에게 배정된 아모레퍼시픽 우선주 20만1448주를 당시 중학생이었던 민정씨에게 전량 증여했다.

이후 민정씨는 증여받은 우선주 가운데 일부(8만8940주)를 증여세로 현납하고, 잔여지분을 아모레퍼시픽그룹에 현물출자했다. 이에 대한 대가로 2006년 12월, 아모레퍼시픽그룹은 민정씨에 2우선주(교환비율1 대 2.15)를 발행해 줬다. 2우선주의 상장 주식수는 총 26만6720주였고 이 중 민정씨가 24만1271주(약 90.5%)를 보유했다. 발행 당시 주당 9만6000원이었던 이 주식은 107만원이 넘게 치솟았지만 거래량 부진으로 결국 지난해 상장폐지됐다. 실질적으로 민정씨를 비롯한 오너일가가 주식 전체를 소유하고 있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아모레퍼시픽그룹 신형우선주는 구형우선주와는 달리 10년만 보유하면 보통주로 자동전환되고 최저 연 3%의 배당수익률이 주어지는 전환우선주라는 점. 이 주식을 통해 민정씨는 두둑한 배당금을 챙겼을 뿐 아니라 오는 2016년에는 보통주 전환을 통해 지분가치를 크게 느릴 수 있게 됐다.

아모레퍼시픽그룹 보통주의 액면 분할 전 주가는 163만원. 주가가 2016년 12월까지 그대로만 유지된다고 해도 민정씨의 지분은 17배에 가깝게 늘어나게 된다. 발행 당시 231억원에 불과했던 지분가치는 3932억으로 불어나게 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2016년에는 아모레퍼시픽의 지주사인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지분율을 3.02%로 끌어올릴 수 있게 돼 그룹의 지배력도 강화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보게 됐다. 때문에 전환 당시 아모레퍼시픽 우선주의 가치를 너무 낮게 평가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이와는 별개로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서 회장과 민정씨 등 특수관계인은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지분을 싸게 매입했다는 이유로 국세청으로부터 150억원의 증여세 부과 통지를 받았다가 과세 전 적부심을 통해 80억원으로 감면받아 납부하기도 했다.

이처럼 편법 논란을 감수한 장녀 민정씨에 대한 주식 증여를 두고 재계에서는 아모레퍼시픽의 경영승계가 본격화된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민정씨는 이미 아모레퍼시픽그룹의 비상장 계열사인 에뛰드 지분 19.52%, 이니스프리 지분 18.18%도 보유 중이다.

회사 측은 “국세청에서 부과받은 증여세는 서 회장의 조세 불복 심사 청구가 받아들여져 환급 받은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서 회장의 주식 증여는 경영권 승계와도 전혀 관계가 없다는 입장이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아직 서 회장이 현직에 있고 두 딸이 학업 중이어서 경영권 승계와는 관련이 없는 서 회장의 개인적인 재산권 행사로 봐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