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최인혁 기자] 신당역 살인사건으로 스토킹 범죄에 대한 불안감과 공포심이 조성되고 있다. 이에 정치권에는 동일 범죄의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마련에 심혈을 기울여달라는 요구가 빗발치는 중이다.
그러나 일부 정치인들은 비극적 사건마저 정쟁의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어 국민들의 탄식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14일 발생한 신당역 살인사건이 정쟁의 요소가 된 배경에는 ‘스토킹 범죄’에 대한 국민적 공분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향한 ‘공격거리’로 치부됐기 때문이다.
6월 1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과 박지현 공동상임선대위원장이 방송사의 지방선거 출구 조사 발표에 앞서 이야기를하고 있다.(자료사진)/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앞서 이재명 대표는 지난달 28일 신임 당대표로 취임한 이래 ‘민생’ 우선 기조를 이어오고 있다. △양곡법 개정안 △노란봉투법 △윤석열 정부 예산안 제동 등이 대표적 사례다.
또 이 대표는 공개석상에서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을 지적하고, 사회안전망에 대한 우려를 자주 언급하는 등 민생입법에 강한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국민의 삶과 직결된 문제인 신당역 살인사건에는 직접언급을 피하며 상반된 모습을 보여 당 안팎에서 비판이 쏟아지는 계기를 제공하게 됐다.
특히 지난 대선과정에서 개딸(개혁의 딸) 등 20·30 여성에게 친화적 모습을 연출하며 여성 유권자들의 지지를 호소한 바 있어, 이 대표가 스토킹 범죄에 침묵하는 모습은 의문을 제기하게 만들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1월18일 서울 마포구 누리꿈스퀘어에서 열린 중앙선대위 여성위원회 필승결의대회에 참석 하고 있다.(자료사진)/사진=민주당 선대위 제공
박지현 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본인의 SNS에 ‘이재명 대표의 적극적인 관심을 촉구합니다’라는 글을 통해 “이 문제에 이재명 대표가 침묵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사건 현장도 방문하고 피해자 유족을 위로하는 일정도 없고, 강력한 입법을 주문하는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면서 대선 과정이었으면 이 대표가 달리 행동했을 것이라며 기회주의적 모습을 규탄해 정쟁의 시위를 당겼다.
그러자 여당에서는 이 대표가 신당역 사건에 대해 직접 언급을 피하는 이유가 살인을 저지른 조카를 변호했던 과거 때문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대표가 스토킹 범죄를 직접 언급할 경우 일가족을 잔혹하게 살해한 조카의 범죄를 ‘데이트 폭력’, ‘심신 미약’이라고 변호하며 감경을 시도했던 과거가 재조명될 것이란 우려 탓에 침묵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말끝마다 민생을 외치면서, 막상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에 대해 정치적 이해득실 때문에 단 한 줄의 논평도 내지 못하는 것이라면 공당의 대표 자격이 없다”며 이 대표의 침묵을 몰아세웠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8월31일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를 예방하고 있다.(자료사진)/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이어 권성동 의원도 “신당역 살인사건이 여성혐오 범죄라고 믿는다면 그 비난은 여가부가 아닌 민주당을 향해야 마땅하다”며 “변호사 시절 이 대표는 끔찍한 살인사건을 변호했다. 민주당은 바로 이런 사람을 압도적 지지를 보내 당대표로 선출했다”며 국민적 공분을 유도했다.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정치적 목적을 위해 비극적 사건을 이용하는 것은 ‘사리분별이 부족한 것’이라며 자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 이 대표에 대한 비난이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 과도한 지적이라는 반감도 나온다.
실제 안호영 수석대변인은 지난 19일 서면브리핑을 통해 이 대표가 신당역 사건의 재발 방지대책을 주문하는 등 필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밝혔다. 여당 대표와 동일한 수준으로 신당역 사건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일각에서는 여전히 공개발언을 하지 않은 것을 문제 삼으며 정쟁화에 나서고 있어 소모적 논쟁만을 야기하고 있다는 평가다.
정치권 관계자는 “정쟁의 소지를 제공한 이재명 대표도,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여당도 잘한 것 없다”며 “피해자가 사망한 사건을 두고 개인적, 정치적 이해득실을 따지는 것을 자중해야 한다”면서 지금 해야 할 일은 정쟁이 아닌 재발방지를 위한 입법이라고 민심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