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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아니라 야당' 대통령실 해명, 더 악수인 이유

2022-09-23 02:13 | 김규태 차장 | suslater53@gmail.com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대통령실은 22일(현지시간) 뉴욕을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 논란에 대해 미국 의회가 아닌 우리 국회 야당을 향한 것이라며 정면으로 부인하고 나섰다.

윤석열 대통령이 미 의회가 아니라 한국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을 겨냥해 '이XX'라고 말했다는 것인데, 이러한 대통령실 해명은 향후 더 큰 악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악수가 될 것으로 전망되는 첫번째 배경은 해명에 걸린 '시간'이다.

당초 이 발언은 경호 엠바고가 걸려 있는 일정 말미에 나온 것으로, 언론 보도로 알려지기 전 대통령실이 기자단과 사전 협의할 시간이 충분히 있었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이 시간에 윤 대통령에게 직접 확인을 거쳐서 발언의 사실관계 여부를 명확히 하지 않았다.

애초에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면'이라고 발언한 것이라고 해명하고, 의회 언급 또한 미국이 아니라 우리 국회 민주당을 향한 것이라고 밝히면 되는데 대통령실은 그러지 않았다.

논란이 크게 일어난지 하루종일 전국을 떠들석하게 만들었지만, 10시간 만에 내놓은 해명은 기자들이 영상 싱크에 나온 윤 대통령 발언을 잘못 들었다는 지적이었다.

비생산적인 정쟁의 소용돌이를 야기한게 윤 대통령 입인데, 그 사실관계 여부에 대해 대통령실은 지난 10시간 동안 무엇을 한 것인지 의문이다.

9월 20일(현지시간) 윤석열 대통령이 뉴욕 시내 한 연회장에서 동포간담회를 갖고 참석자들과 악수하며 반갑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대통령실 해명이 더 악수가 된 두번째 이유는 바로 이 해명이 녹취에 대한 기자들의 판단을 정면으로 부정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대통령실 출입기자단은 펜기자를 비롯해 사진기자, 영상기자 등 200명에 달한다. 이들은 수년간 별의별 녹취를 들어왔다. 그들 모두가 잘못 들었다는게 대통령실 해명의 요지다. 지난 10시간 동안 일언반구 제대로 된 해명이 없다가 내놓은 것이 '당신들이 잘못 들었다'는 주장이다.

김은혜 홍보수석은 22일(현지시간) 오전 현안 관련 브리핑에서 이에 대해 "짜깁기와 왜곡으로 (순방 외교의) 발목이 꺾였다"며 우회적으로 비난하고 나섰다.

김은혜 수석은 이어 "대통령의 외교 활동을 왜곡하고 거짓으로 동맹을 이간하는 것이야말로 국익 자해 행위"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 발언은 겉보기엔 야당을 겨냥한 것으로 보이지만, 속내는 이번 논란을 보도한 언론 매체를 향한 것으로도 읽힌다.

브리핑에서 이와 관련해 "짜깁기 왜곡은 누가 했다는 건가"라고 묻자, 김 수석은 "그 안에 맥락을 보면 기자에게 말씀드리는게 아니다"라며 "기자가 정면으로 그렇게 생각하실 그런게 아니다"라며 정확한 답변을 회피했다.

김 수석은 현장 기자들을 향해 "지금 다시 한번 들어봐 주십시오"라며 대통령실 주장을 수용해 달라는 제스처를 취하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9월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7차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에 앞서 박진 외교부 장관(가운데),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오른쪽)과 함께 논의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대통령실 입장이 악수가 된 마지막 세번째 이유는 이번 해명이 동전의 양면과 같이 장단점을 함께 갖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이 아니라 한국 국회를 겨냥한 것이라고 정정함으로써 한미동맹 관계를 견고하게 하는 장점이 있다. 반면 거대야당인 민주당을 싸잡아 '이XX'라고 말했다고 인정함으로써 당분간 핵심법안 및 내년도 예산안 통과는 진통을 겪게 됐다.

또한 이번 대통령실 해명에도 불구하고 윤 대통령이 그러한 발언을 공적인 공간에서 사적으로 내뱉었다는 비난을 피할 순 없다. 기자들 수십 명이 곳곳에 포진해 있는 공간에서 본심을 드러내는 사적 발언을 스스럼 없이 한다는건 윤 대통령의 조심성이 부족한 탓이다.

윤 대통령도 사람인 이상 실언을 인정하고 직접 유감을 표명하면 된다. 책임은 외교라인 문책으로 족하다. 하지만 이번 해명과 같이 기자들과 정면으로 싸우겠다고 나서면 답이 없다. 멀리 희미하게나마 보이던 출구가 완전히 막힌 느낌이다. 대통령실이 향후 입장을 재차 바꿀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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