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규빈 기자] 한국전력공사가 아랍에미리트 연합국(UAE) 해저 송전망 건설과 관련, 금융 조달에 성공해 본격 건설에 나선다. 한국전력은 해외에서 신 성장 동력을 찾고 현지 탄소 중립에 기여한다는 입장이다.
UAE 해저 송전망 사업 위치 개요도. /사진=한국전력공사 제공
한전은 지난 22일 총 사업비 약 38억4000만 달러(한화 약 5조4000억 원) 규모의 아랍에미리트 연합국(UAE) 해저 송전망 사업에 필요한 금융 계약을 체결했다고 25일 밝혔다.
해당 사업은 작년 12월 큐슈전력·EDF이 참여한 한전 컨소시엄이 국제 경쟁 입찰로 수주했다. 이는 중동-북아프리카(MENA) 지역 최초로 초고압 직류 송전(HDVC, High Voltage Direct Current) 기술을 적용해 3.2 기가와트(GW) 용량의 해저 케이블과 변환소를 2025년까지 건설하고 35년간 운영하는 사업이다.
이번 계약은 약 31억 달러(한화 약 4조3000억 원)에 달하는 차입금을 UAE 소재 현지 법인이 모기업의 보증 없이 사업 자체의 신용만으로 대출받는 프로젝트 파이낸스(PF) 방식으로 조달한 것이다.
한전 측에 따르면 컨소시엄은 급속한 금리 인상 등 불안한 금융시장 환경에도 불구하고 한국수출입은행·일본국제협력은행·국제상업은행으로 구성된 대주단으로부터 경쟁력 있는 금융 조건으로 자금을 조달하게 됐다.
한전 관계자는 "본 사업은 당사 최초의 해외 전력망 투자 사업"이라며 "국내에서 축적된 HVDC 기술력과 경험을 국제무대에서 인정받았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금번 재원 조달로 계약협상·인허가 획득 등 개발 단계 업무를 마무리해 본격 건설 단계에 진입했다"며 "성공적으로 건설·운영해 향후 해외 전력망 투자 사업 확대의 기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사업은 한전이 개발·운영하는 사업에 수출입은행이 자금을 지원하고 삼성물산이 건설해 '개발-금융-건설-운영' 전 단계에 한국 기업 간 협업을 통해 해외 플랜트 시장에 진출하는 모범 사례가 됐다.
한전은 올해 미국 괌에서 60MW급 망길라오 태양광 발전소를 준공해 상업 운전을 시작하고, 198MW급 우쿠두 가스복합 발전소를 착공했다. 베트남에서는 2013년 국제 경쟁 입찰을 통해 수주한 1200MW 응이손2 화력 사업을 당초 계획 일정보다 앞서 준공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이처럼 한전은 1995년부터 해외 사업을 시작해 현재 24개국에서 47개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해외 발전 설비 용량은 전체 29GW 중 한전 보유한 지분 기준 약 10GW이며, 이는 국내 5개 발전 자회사의 평균 설비 용량과 맞먹는 규모로 사실상 해외에 발전 자회사 1개를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한전은 해외 사업 분야에서 탄소 중립·친환경 에너지 전환을 추진하고자 자산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 해상 풍력·태양광 등 재생 에너지 사업을 육성하는 한편 전력망 사업 투자를 통해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다. 그린 수소·암모니아 사업은 생산뿐 아니라 발전 연료 활용을 목표로 폭넓게 추진할 예정이다.
해외 석탄 화력 사업은 자산을 전략적으로 매각해 재무 구조 개선을 이뤄낸다는 방침이다. 또한 현재 어려운 재무 상황을 고려해 고수익 사업을 선별 추진하되 PF 방식을 활용하는 등 투자금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한전 관계자는 "이번 UAE 해저 송전망 사업 재원 조달 성공·착공은 당사가 추진하고자 하는 새로운 해외 사업 분야에서의 중요한 성과"라며 "향후 다양한 신사업 분야 진출의 초석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원자력·재생 에너지 등 청정 에너지 인증서(CEC, Clean Energy Certificates) 거래 시장이 개설된 UAE에서 본 HVDC 해저 송전망이 준공되면 한전이 건설한 바라카 원전 등 육상에서 생산한 청정에너지를 해상 석유․가스 생산설비에 직접 공급하게 된다. 이에 따라 기존 노후화된 해상 가스 발전 설비를 대체해 탄소 발생량이 약 30% 가량 줄어들 전망이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