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올해 잇단 기준금리 상승으로 대출금리가 치솟는 가운데,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었던 개인사업자들을 중심으로 부채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2%대 금리로 기업대출을 일으킨 자영업자 비중이 1년만에 약 46%포인트(p) 급락한 반면, 3%대 금리 비중은 약 35%p 급등했다. 특히 4%대 금리로 대출을 이용 중인 사업자는 약 16%p 불어났다.
26일 국회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서울 강동갑·기획재정위원회)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확보한 '대출 잔액 이자율별 현황'에 따르면, 3% 이상 5% 미만의 금리로 대출을 이용 중인 개인사업자 비중은 73.3%에 육박했다. 1년 전 23.2%에 견주면 50.1%p 급등했다.
올해 잇단 기준금리 상승으로 대출금리가 치솟는 가운데,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었던 개인사업자들을 중심으로 부채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사진은 중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지난 1월 25일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앞에서 ‘분노와 저항의 299인 릴레이 삭발식’을 진행하는 모습./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대출금리별로 살펴보면 2%대 금리의 대출잔액 비중은 전년 6월 말 64.2%(약 132조 4072억원), 전년 말 46.8%(약 103조 488억원), 올해 6월 말 18.7%(약 96조 8107억원)를 기록했다. 1년 전에 견주면 약 45.5%p 폭락했다.
반대로 3%대 대출잔액 비중은 전년 6월 말 21.1%(약 83조 7974억원), 전년 말 39.9%(약 121조 6031억원), 올해 6월 말 55.7%(약 155조 6030억원)로 집계됐다. 1년 전보다 34.6%p 급등했다. 4%대 대출잔액 비중도 눈에 띄게 늘었다. 4%대 금리의 대출잔액 비중은 전년 6월 말 2.1%(약 28조 2932억원), 전년 말 3.9%(약 40조 8638억원)에 불과했지만, 올해 6월 말 17.6%(약 78조 4934억원)를 기록해 1년만에 15.5%p 불어났다.
특히 개인사업자가 영업손실을 메우기 위해 금융기관 여러 곳에서 빚을 내 '돌려막기'를 하는 모습도 포착된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이 신용평가기관 나이스(NICE)평가정보로부터 확보한 '다중채무 현황'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개인사업자 중 금융회사 3곳 이상에서 기업대출을 보유한 다중채무자는 41만 4964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28만 6839명 대비 44.7% 폭증한 수치다. 이들의 다중채무 금액은 약 195조원으로 1인당 평균 약 4억 7000만원의 빚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별로 40대 다중채무자가 13만 5874명으로 가장 많았고, 50대 13만 3357명, 60세 이상 6만 7938명으로 뒤를 이었다. 30세 미만의 청년 자영업자도 채무 증가세가 눈에 띈다. 6월 말 30세 미만 다중채무자는 1만 732명으로 6개월 전 6741명보다 59.2% 폭증했다.
소득별로 보면 연소득 3000만원 이상 4000만원 미만인 다중채무자가 11만 7377명으로 가장 많았다. 증가율로는 연소득 1000만원 이상 2000만원 미만의 다중채무자가 55.5%로 가장 높았다.
은행권 개인사업자 대출 이자율별 비중/자료=진선미 의원실 제공
대출자들의 금리상승과 그로 인한 부채 증가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에서 비롯된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8월과 10월 각각 0.25%p씩 기준금리를 인상했고, 올해 상반기들어 1월 4월 5월 연이어 금리를 0.25%p씩 올렸다. 이어 7월에는 금리를 한 번에 0.5%p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했고, 8월 추가로 0.25%p를 인상했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한 번에 금리를 0.75%p 인상하는 '자이언트스텝'을 세 차례 연속 단행해, 한은이 다음달 12일 빅스텝(한 번에 금리를 0.5%p 인상)을 밟을 것이라는 평가도 유력하게 제기된다.
한은은 지난 22일 금융안정 보고서에서 "금리 상승에 따른 잠재위험 현실화 가능성에 유의해야한다"며 "금리 상승으로 채무 상환 부담이 가중되면서 저소득·영세 자영업자, 가계 취약차주(다중채무자 중 저소득·저신용자), 과다 차입자, 한계기업 등 취약부문 중심으로 부실 위험이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정부는 부채 상환이 어려운 자영업자의 채무를 조정해주고, 고금리대출을 저금리로 전환해주는 '새출발기금'을 다음달 4일 공식 출범한다. 금융위원회는 27일부터 4일간 새출발기금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사전 신청을 받을 예정이다. 신청 대상은 코로나19 피해를 본 개입사업자와 소상공인이다. 채무조정 한도는 담보대출 10억원, 무담보대출 5억원 등 총 15억원이다. 부실 차주의 보증·신용 채무는 재산을 초과한 순부채액의 최대 80%까지 감면율을 적용한다.
30일부터는 자영업자가 보유한 연 7% 초과 고금리 대출을 최대 연 5.5% 대출로 전환하는 대환 프로그램도 접수를 받을 예정이다. 총 8조 5000억원 규모로 개인사업자는 5000만원, 법인 소기업은 1억원 한도로 대환을 신청할 수 있다. 1~2년 차에는 최대 5.5%의 고정금리가 적용되며, 3~5년 차에는 협약금리로 금리 상한선이 정해진다. 그외 기존 만기연장 지원은 2025년까지, 상환유예는 내년 9월까지 연장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진 의원은 "코로나19를 지나며 빚으로 사업을 유지하던 자영업자에게 가파른 금리 상승은 더욱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며 "자영업자의 대출은 코로나19라는 국가적 재난으로 인한 긴급조치였던 만큼, 정부의 금융지원을 두텁게 마련하여 이들이 부실에 빠지지않도록 연착륙 시켜야 한다"고 전했다.
윤 의원도 "다중 채무로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 청년, 저소득층이 늘고 있다"며 "정부는 이런 취약 차주들의 고금리 대출을 재조정하는데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