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영국이 중앙은행 차원의 시장 개입에 나서면서 파운드화 위기가 한 고비를 넘기자 미국 증시가 급등하고, 그 영향으로 한국증시 역시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달러환율 급등을 비롯한 위기의 근본 원인이 사라진 것은 아닌 만큼 불안의 불씨는 여전하다는 게 중론이다. 이 가운데 개인투자자(개미)들의 신용거래 잔고 또한 크게 줄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증시 흐름이 다시 꺾일 경우 낙폭이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9일 국내 증시가 반등하며 투자자들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그러나 신용거래융자 등 여전히 위협요소가 많아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KB국민은행 본점 딜링룸. /사진=KB국민은행
29일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날 국내 증시가 반등하며 투자자들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이날 오후 현재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 지수는 전일 대비 약 1.4% 정도 상승하며 2200선을 회복했다. 같은 시점 코스닥도 약 2.4% 정도 상승한 680선 후반까지 지수를 회복했다.
어제인 지난 28일까지만 해도 희망의 불씨가 전혀 보이지 않던 증시 반등의 모멘텀은 바다 건너 영국과 미국에서부터 생성됐다. 한때 금융위기 가능성까지 제기되던 영국은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이 직접 진화에 나섰다.
28일(현지시간) BOE는 대규모 감세 정책 발표로 혼란에 빠진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내달 14일까지 장기국채를 대규모 매입하고 양적긴축 계획을 10월 말까지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영국 파운드화와 국채가격 급락세도 일단 진정됐다.
여전히 미국을 잇는 금융선진국이자 주식시장의 중요한 허브인 영국이 중앙은행 수준의 수습에 나서자 미국 증시도 반색했다. 간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각각 1.88%, 1.97% 상승했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도 2.05% 급등하며 흐름을 같이 했다.
당분간은 숨 쉴 틈이 만들어진 것으로 보이지만 안심하긴 아직 이르다는 시각도 많다. 일단 최근의 급락세에 비하면 이날 오전 반등이 그리 강한 것은 아니다. 한국 주식시장에서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 삼성전자 주가를 보면 그 현황이 드러난다. 삼성전자 주가는 29일 오후 현재 여전히 5만3000원선을 맴돌고 있다. 반등폭도 0.5% 수준이다.
코스피와 코스닥을 통틀어 매우 많은 종목들이 52주 신저가를 경신한 상황에서 이 정도 반등은 ‘언 발에 오줌 누기’라는 말이 나올 만도 하다. 게다가 진짜 큰 문제는 더 있다. 개미들의 신용거래 잔고다.
코스피가 2200선을 하회할 정도로 심각했던 최근 상황에서도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거의 줄지 않았다. 금융투자협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 27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18조5928억원을 기록했다(코스피‧코스닥 합산). 이 수치는 지난 19일 이후부터 지속적으로 줄고는 있지만 증시 낙폭에 비하면 결코 빠른 속도는 아니다.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높을 때의 문제점은, 증시가 다시 하락 국면에 접어들었을 경우 반대매매로 인해 낙폭이 더 커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반대매매란 투자자가 외상으로 산 주식이 하락하면서 담보 비율을 유지하지 못하면 증권사가 주식을 강제로 처분하는 것을 지칭한다. 이 수치가 어느 정도 떨어지지 않으면 반등폭에도 제한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한재혁 하나증권 연구원은 “현재 코스피는 ‘코로나19’ 팬데믹에서 시작된 유동성 랠리 이전 수준으로 돌아간 상태이지만 신용융자는 여전히 높은 레벨에 있다”면서 “당분간 코스피는 상방보다는 하방 압력이 높은 상태로 진단하며 현금 보유액이 충분한 기업들이 유망하다”고 분석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