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다빈 기자]문재인 정부 당시 도입된 신혼부부 특화형 공공주택 ‘신혼희망타운’이 5년 만에 폐지될 것으로 보인다. 신혼희망타운 주택 유형이 윤석열 정부의 신규 공급 모델인 역세권첫집과 청년원가주택으로 흡수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무주택 신혼부부들의 내 집 마련을 위한 혜택이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020년 '신혼집 어디가(家) 좋을까 홍보 영상./사진=신혼희망타운 홈페이지
29일 홍기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7월 분양형 신혼희망타운 신규 사업 승인 건수가 0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 승인은 공급 부지와 공급 규모, 사업비, 사업 기간 등을 담은 사업 계획에 대한 검토를 거쳐 이뤄진다. 올해 들어 신규로 추진 중인 신혼희망타운 사업이 단 한 건도 없는 셈이다.
문재인 정부가 2017년 처음 도입한 신혼희망타운은 예비 신혼부부, 신혼부부, 한부모 가족 등 주거 취약층을 대상으로 시세의 60~70% 수준으로 제공하는 공공주택 유형이다. 당시 정부는 2025년까지 총 15만가구의 신혼희망타운을 공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혼인기간 7년 이내 또는 6세 이하의 자녀를 둔 무주택세대 구성원을 대상으로 일정 수준 이하의 자산 기준을 충족하면 입주 자격이 부여된다.
정부가 신혼희망타운의 신규 사업 승인을 꺼려하고 있는 배경에는 신혼희망타운이 비인기 지역을 중심으로 수요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어린 자녀가 있는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공급하고 있는 신혼희망타운은 좁은 면적이 청약을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정부와 국토부는 지난 3월 '공공주택 업무처리지침'을 개정하며 신혼희망타운 면적을 전용 60㎡ 이하로 제한하던 규정을 삭제했다. 기존 공공주택특별법상 공공분양주택은 '국민평형'으로 불리는 전용 85㎡ 이하로 규정하고 있어 신혼희망타운을 통해 전용 84㎡를 중심으로 하는 국민평형 공급이 가능해지는가 싶었다. 하지만 올해 공급하는 신혼희망타운 단지 평형은 아직 46~55㎡ 뿐이다.
실제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이달 울산광역시에 첫 선을 보인 신혼희망타운도 수요자들로부터 외면을 받았다. LH가 '울산다운2지구 A-9블록'에 대한 청약을 진행한 결과 총 835가구 모집에 접수된 건수는 130건(당해·기타지역 포함)에 불과했다. 경기 '평택고덕 A53블록'은 778가구 모집에 499건이 접수되는데 그쳤다.
추후 시세 차익을 정부와 나눠야한다는 조건도 청약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신혼희망타운 전용 대출 상품에 포함된 ‘환매조건부’ 조항에 따르면 분양가 3억300만원이 넘는 신혼희망타운을 공급받기 위해서 전용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상품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한다. 이는 대출액과 대출 기간, 자녀 수에 따라 추후 주택을 되팔 때 분양가 대비 시세차익의 10~50%를 주택도시기금과 나눠야 한다는 조건이다.
이와 같은 문제점으로 윤석열 정부의 주택 공급 청사진인 8·16공급대책에도 신혼희망타운 관련 내용이 언급되지 않았다. 신혼희망타운이 폐지 수순을 밟으면 새 정부가 새롭게 제시한 역세권첫집·청년원가주택으로 통합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국토부도 청년원가주택과 역세권첫집을 통합 브랜드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가운데 신혼희망타운이 다른 공급 유형으로 통합되게 될 경우 신혼부부의 내 집 마련을 위한 입지가 축소되지 않을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여기에 최근 주택담보대출의 금리가 상승하며 1.3% 고정금리를 적용하는 신혼희망타운이 다시 주목을 받게 될 가능성도 있다.
LH 관계자는 "신혼희망타운 유형이 폐지 수순을 밟게 되더라도 공공분양에 기존 신혼부부 특별공급 유형이 있기 때문에 무주택 신혼부부 대상 내 집 마련의 혜택이 단절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한편으로는 일반적인 1인 가구나 신혼부부가 아닌 30~50대 무주택자들의 내 집 마련의 기회가 확대되는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신혼부부 특별공급 유형이 더욱 확대될지 여부는 주택 공급에 대한 규칙에 따르기 때문에 확답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이다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