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우현 기자]중국의 반도체 산업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이 구상한 반도체 동맹 칩4(팹4, 한국‧미국‧일본‧대만)가 예비 회의를 열며 시동을 걸었다.
이에 중국에 공장을 두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불리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다시금 수면 위에 올랐다. 다만 양사는 이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피하면서도, 정부가 할 일과 기업이 할 일은 구분돼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 전경. /사진=삼성전자 제공
1일 재계와 외교부 등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오전 미국재대만협회(AIT) 주관으로 칩4 예비회의가 화상으로 개최됐다. 이날 회의에는 한국과 미국, 일본, 대만에서 국장급 실무자들이 참석해 작업반 준비 상황과 차기 회의 일정 등을 논의했다.
우리 정부의 경우 아직 본회의 참석 여부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지만, 참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칩4는 각 국이 저마다의 강점을 살려 반도체 전략 공동체를 이루는 것이 목표다. 미국의 경우 원천기술,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 대만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일본은 소재와 장비 분야를 맡는다.
문제는 ‘칩4’가 중국의 반도체 산업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인만큼, 중국의 견제 또한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중국은 자국에 반도체 공장을 두고 있는 삼성전자를 언급하며 칩4에 대한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의 영문판인 글로벌타임스는 칩4 예비 회의가 개최되기 전인 지난 달 26일 “삼성전자를 비롯해 중국에 대규모 투자를 한 기업들이 중국 시장을 포기하긴 어렵다”며 “한국 반도체 업체들이 중국 점유율을 낮추면 세계 경쟁력 또한 하락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한국의 경우, 지난해 메모리 반도체 수출 690억 달러 중 48%의 이익이 중국에서 발생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월 20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안내를 받아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뿐만 아니라 삼성전자는 중국 산시성 시안에서 낸드플래시 공장을 두고 있고, SK하이닉스는 장쑤성 우시에서 D램 공장을 두고 있어 중국과 사이가 틀어질 경우 불리한 측면이 크다.
특히 시안 공장은 삼성전자 전체 낸드 생산의 40%가량을, 우시 공장은 SK하이닉스 D램 전체 생산량의 절반 수준을 책임지고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앞서 경계현 삼성전자 사장은 지난달 7일 “정부가 해야 될 일과 기업이 해야 될 일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뭘 해야 한다고 말하기는 그렇다”면서도 “중국에 먼저 이해를 구하고 미국과 협상을 했으면 좋겠다는 우려사항을 (정부에) 전달하기는 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 끼어 곤란한 상황이 됐지만, ‘중국의 견제는 정부가 외교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해석이 가능한 언급이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외교 문제의 경우 정부의 역할이라는 입장이 지배적인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미중 관계에 대해 기업이 왈가왈부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외교문제는 어디까지나 정부의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