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규빈 기자]문재인 정권의 탈원전 정책 탓에 한국전력공사의 올해 적자가 30조 원 가량 예상된다. 정부와 한국전력은 적자 타개 차원에서 모든 전력 소비자들의 이용 요금을 인상하기로 한 가운데 부동산 매각에도 적극 나서고 있지만 무리하게 추진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2일 한전은 재무 구조를 개선하겠다며 모든 전력 소비자들에 대해 kWh당 2.5원 인상한다고 지난달 30일 밝혔다. 계약 전력 300kW를 초과하는 산업용(을)·일반용(을) 대용량 고객의 경우 최대 11.7원까지 인상하되 공급 전압에 따라 고압A와 고압BC로 차등 조정한다는 방침이다. 대기업의 농사용 전력 적용도 제외되며, 최근 5개년 전력 사용 변화를 반영해 계절별 시간대별 구분 기준을 변경해 내년 1월 1일부터 적용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앞서 박일준 산업통상자원부 제2차관은 지난 21일 출입 기자 간담회에서 "에너지를 많이 쓰는 기업이 전기 요금을 더 많이 내도록 전력 요금 부과 시스템을 개편하겠다"는 취지로 발언한 바 있다.
천연 가스(LNG)와 석탄 가격은 폭등세를 보이며 올해 9월 전력 도매가격(SMP)은 kWh당 사상 최고 수준인 255원 수준까지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전기 요금 조정으로 월 평균 사용량이 307kWh인 4인 가구 기준 2270원씩 더 내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전 측은 "연료비가 급격히 올라 인한 도매 가격 상승분을 전기 요금에 제때 반영하지 못해 전기를 팔수록 적자가 커지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전의 전기 요금 체계는 △기준 △전력량 △기후 환경 △연료비 조정 등 네 가지로 분류된다. 한전이 금번에 조정한 연료비 조정 요금은 연간 인상 한도가 kWh당 5원인데, 올해 3분기까지 최대치까지 모두 올렸다. 하지만 막대한 적자를 줄이기에는 턱 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업계는 전력 주무 부처인 산업부가 한전 지원 차원에서 이를 10~15원으로 상향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당국은 전력량을 기준으로 요금을 올렸다.
한전의 올해 상반기 영업 적자는 14조3033억 원에 달하고, 연말까지 30조 원을 기록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와 관련, 지난 8월까지 한전은 19조8000억 원 수준의 사채를 발행했다.
재무 압박에서 벗어나기 위해 한전은 보유 자산 매각·비 핵심 사업 조정 등 강도 높은 긴축 경영을 통해 향후 5년 간 총 14조3000억 원 상당의 구조 조정 목표를 세웠다.
한편 한전이 재무 개선을 급하게 진행하다보니 손해를 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한전으로부터 제출받은 혁신 계획안에 따르면 한전은 의정부 변전소 등 부동산 자산으로 등록된 27개 항목을 매각해 약 5000억 원 상당의 현금을 확보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 중에는 △서울 배전 스테이션 3개소(75억 원) △수색 변전소(81억 원) △경기 북부 본부 사옥(130억 원), 제주 전력지사(34억 원) 등 수도권·제주 지역 내 핵심 부동산 자산을 총 320억 원에 매각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문제는 한전이 책정한 매각 예정가가 시가에 한참 못 미친다는 점이다. 기획재정부 등 관계 부처들은 한전에 재무 구조 개선 압박을 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전이 약 1700억 원 수준의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부동산 '급매'에 나섰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경기북부본부 사옥 역시 주변 토지 시세대로라면 272억~407억 원 사이에서 거래를 진행해야 하지만 한전은 내년 하반기 중 130억 원에 매각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제주 전력지사는 33억9500만 원대에 입찰 공고를 냈는데, 토지 가치는 45억∼47억 원으로 추산돼 약 11억~13억 원 가량 평가 절하됐다.
정일영 민주당 의원은 "한전이 구조 조정 계획에 쫓겨 자산을 헐값에 내놓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자본 잠식 해결 차원에서 노른자위의 부동산을 졸속으로 매각하는 건 국민과 정부에 손해만 안겨줄 것"이라고 꼬집었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한전은 지난 수년 간 문재인 정권의 탈원전 정책 아래에서 수익을 낼 수 없었는데, 전기 요금 인상·자산 매각 등은 고육지책이라고 할 수 있다"며 "공기업도 수익을 내야 하는 기업인 만큼 정치 논리에 휘둘리지 않도록 현실적 전략을 짤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제언했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