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는 대선공약을 지키기 위한 방안으로 공약가계부를 발표한바 있다. 이 공약가계부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예산절감과 세출구조조정이었다. 그러나 디플레이션 우려 속에,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으로 세출구조조정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중복되는 유사사업에 대한 조정이 시급한 과제인 가운데, 이와 더불어 공기업과 기금을 활용한 투자확대도 시도되고 있다. 경제활성화를 위한 재정 정책임을 감안해도, 효율성이 떨어지는 사업에 대한 구조조정은 병행되어야 할 시점이다. 이에 바른사회시민회의(이하 바른사회)는 효율적 국가예산 운용을 위하여 바람직한 세출조정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바른사회는 11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2016국가예산 세출조정방안 모색’ 토론회를 개최했다. 김영봉 세종대 석좌교수의 사회로 박노욱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재정성과평가센터 소장이 발표를 맡았다. 패널로는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한국세무학회장), 한상일 한국기술교육대 산업경영학부 교수, 조형곤 21세기미래교육연합 대표가 토론자로 나섰다. 참석자들은 범정부적인 사업성과 정보의 생산 및 실행체계가 필요하며, 사전에 실 사업진행조직에 대한 책임소지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더해 세출에 대한 사후평가를 강화하고 기존 평가결과 예결산서와 연계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아래 글은 토론자로 참석한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한국세무학회장)의 토론문 전문이다. [편집자주] |
▲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 |
지속가능한 세출구조조정 추진과 정책 과제
2013년 5월, 새로운 정부는 늘어나는 복지 등 공약재원 134.8조원을 마련하기 위한 대책으로 “박근혜정부 국정과제 이행을 위한 재정지원실천계획(공약가계부)”을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소요재원은 총 134.8조원으로써, 이는 각각 경제부흥 33.9조원, 국민행복 79.3조원, 문화융성 6.7조원, 평화통일기반구축 등 17.6조원이였다.
이중 국민행복분야는 노후생활보장 18.3조원, 무상교육/교육확대 11.8조원 등 대부분 복지분야의 지출이다. 소요재원 134.8조원에 대한 재원대책으로는 세입확충 20.7조원과 세출절감 84.1조원이였다. 따라서 세출절감 등 세출구조조정은 현정부에서 재정운영에 중요한 국가과제가 되었다.
발제문은 재원대책을 위한 재정적 공간(fiscal space) 중 세입은 논외로 하고 세출구조조정에 한정하여 이에 대한 합리적인 방안을 논의했다. 저자는 재정사업관리의 경우 사전적 통제와 사후적 성과관리를 위한 제도는 잘 구비되어 있으나 상시적 모니터링과 현장피드백이 약한 측면이 있고, 중앙예산당국의 모니터링은 주로 예산집행률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지적하며, 이에 대한 개선이 요구된다고 하였다. 이는 의미 있는 지적이다.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재정적 공간의 문제는 선거과정에서 정치적 목적을 위한 선거공약상 대두된 복지확충 등 새로운 세출요구에서 주로 야기된 측면이 있다. 즉 거론되고 있는 세출구조조정은 기존 세출구조의 문제점을 점검하는 평상의 과정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정치적 목적에서 새로운 세출요구에 대응한 대체적 재원조달의 하나의 방법으로서 요구된 측면이 있다, 이 점에서 세출구조조정이 인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에서 매우 어려운 과제라고 할 것이다.
▲ 2013년 5월, 박근혜 정부는 늘어나는 복지 등 공약재원 134.8조원을 마련하기 위한 대책으로 “박근혜정부 국정과제 이행을 위한 재정지원실천계획(공약가계부)”을 발표한 바 있다. /사진=연합뉴스 |
대규모 세출구조조정은 정부의 의무지출분야에서는 사실상 매우 어렵고, 재량지출분야에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즉 인위적으로 SOC분야, 산업분야 등 분야별 점검과 조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선거공약상 복지분야의 지출을 상수로 놓고 다른 분야에 대한 세출구조조정만을 인위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못하다. 따라서 복지분야의 경우에도 이미 시행 중이거나 앞으로 시행할 것을 모두 포함하여, 조정 및 시행이연 등도 함께 고려해야 할 것이다.
즉, 최근 복지분야에 대한 국민적 공감이 변화하고 있다는 면에서, 보편적 복지의 보완 및 선별적복지로의 전환 등을 통한 세출조정과 선거공약의 수정도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또한 복지분야는 복지확충도 중요하지만 복지지출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도 매우 의미가 있다. 이를 위해 복지경영적 접근에 대한 인식이 필요하다. 복지서비스는 대부분 민간기관이 수탁하여 운영되고 있다는 면에서, 복지기관의 경영학적 운영 및 경영자의 역할과 평가가 중시되어야 한다. 연속적 수탁을 제한할 수 있는 방안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세출구조조정은 항시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지만, 이미 시행중인 세출구조를 대규모로 조정하는 것은 사실상 쉽지 않다. 세출구조조정은 선거과정을 통해 새로운 정부가 출현할 때마다 강조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무리한 선거공약을 억제할 수 있는 정치환경이 필요하다.
과거 급속한 경제성장을 통한 세수확보가 용이할 때는 무리한 선거공약을 하더라도 세출구조조정 등의 큰 난제를 겪지 않고도 선거공약을 이행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저성장의 경제환경에서는 상대적으로 세수확보가 어렵고 납세자의 조세저항이 클 수밖에 없다는 측면에서 무리한 세출구조조정은 오히려 재정운영에 어려움을 주고 사회적 문제가 될 수 있다. 이 점에서 무리한 선거공약을 자제하고 사전적 점검이 필요하며, 이에 대한 수정도 검토되어야 한다.
▲ 바른사회시민회의가 11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개최한 ‘2016국가예산 세출조정방안 모색’ 토론회의 전경. /사진=미디어펜 |
복잡한 재정정책을 간결한 정치메세지를 추구하는 선거전략에 너무 많이 이용하다보면 정책실패가 야기될 수밖에 없다. 보편적 복지 등 사회적 문제를 정부가 직접 나서서 모두 떠안는 재정정책으로 해결해 보려고 큰 정부를 추구하다보면 비효율을 낳을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한국세무학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