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미경 기자] 최근 미래부, 방통위, 국회에서 결합 요금 규제에 대한 논의가 뜨거워진 가운데 서울대학교 경쟁법센터가 정부 정책들을 돌아보고 향후 통신시장의 주류가 될 결합시장에 대해 논의했다.
▲ 서울대학교 경쟁법센터가 11일 상공회의소에서 ‘이동통신시장 경쟁정책방향’ 세미나를 개최했다. |
서울대학교 경쟁법센터는 11일 상공회의소에서 ‘이동통신시장 경쟁정책방향’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에는 정부 및 학계, 소비자 단체가 참석한 가운데 이동통신시장의 지배력 이슈를 새롭게 조명하고 공정경쟁환경 조성을 위한 법제도 개선방향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서울대 이인호 교수는 국내 이동통신시장에 대한 실증분석을 통해 이동통신 3사의 이윤구조가 점유율 격차에 비해 쏠림이 훨씬 심하다고 강조했다.
또 특정 사업자가 이동통신서비스의 누적초과이윤 23조 중 93%를 점유하고 있는 점에 주목하고, 이러한 결과는 시장지배적 사업자에 의한 경쟁억제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규제 장치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최근 주목되고 있는 결합판매에 대해서는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결합판매를 여타 사업자들의 것과 동일시하고 사업자들의 경쟁행위이니까 별 문제가 없다는 접근은 경제이론에서 의미하는 경쟁의 효율성 효과와는 무관한 그릇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결합상품은 할인이라는 소비자 편익적 측면도 있으나 시장지배적 지위를 가진 사업자들의 일부 경쟁행위는 동등하게 효율적인 경쟁사업자 조차 시장에서 배제 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결합은 곧 요금할인이라는 일반적 상식이 경제학적으로 보면 오류일 수 있다며 “경쟁이 결합위주로 전환되면서 현재 단품가격은 할인을 염두에 두고 높게 책정되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진정한 가격할인이 아닌 착시효과일 수 있다”며 “결합판매가 없을 경우에 형성되었을 가격(but-for-price)보다 높다는 의미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국내 결합상품은 지배적사업자의 상품이라 할지라도 할인액이 전체 요금의 30% 이내일 경우 요금적정성 심사를 면제한다”며 “해외에서는 결합상품에 적용된 가격할인을 경쟁상품에 모두 몰아주고 가격-비용테스트를 시행하므로 국내와 같은 지배적사업자의 결합상품은 요금적정성 심사를 통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영국, 프랑스, 일본 등 해외 주요국에서는 소매 요금규제 유무와 별도로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결합판매를 금지해왔으며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후에야 1위 사업자의 결합판매를 허용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영남대 박추환 교수는 현재의 5:3:2의 점유율 고착화 구조로 인한 소비자 후생 손실규모가 균형적 산업구조(3:3:3) 대비 약 11조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단통법 시행 이후 이동통신시장은 유무선 결합 상품 시장으로 마케팅 역량이 집중되고 있어 결합상품 시장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한 상황임을 지적하며 이동통신과 초고속인터넷 결합상품을 통해 이동통신시장의 지배력이 유선시장으로 전이되고 있고 결합 약정으로 인한 위약금 등 전환비용이 발생하는 등 부정적 측면이 노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그간 요금이슈 등으로 결합시장 지배력 전이 문제가 후 순위로 밀려왔으나 경쟁패러다임이 결합상품중심으로 변화하면서 공정경쟁과 소비자 후생에 결합이 미치는 영향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이동통신시장 고착화 현상이 결합시장에서 재연되지 않도록 지배력 전이를 차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명지대 홍명수 교수는 “실질적 진입장벽의 존재, 경쟁 발전의 가시적 경향의 부재, 사후적 규제에 의한 경쟁 구조를 보장할 수 없을 것 등의 사유가 존재하는 경우 사전 규제가 가능하다”고 했다.
홍 교수는 “사전규제는 과잉규제로서 무조건 좋은 규제가 아니라는 단정적인 이해는 바람직한 접근으로 보기 어렵다”며 “현재 이동통신서비스를 중심으로 한 결합상품의 경우 다른 구성상품 시장으로의 지배력 확대 가능성과 가격차별 등에 의한 이용자 불이익 가능성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사후적 규제만으로 충분할지 의문”이라고 강조했다.
성신여대 황태희 교수는 소비자 이익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거나 소비자 이익에 반하는 요금제에 대한 신속하고 간편한 시정절차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교수는 “현재 이동통신시장은 특정한 사업자에게 시장지배력이 존재하고 고착화된 구조가 지속되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정치권 일각과 정부는 요금경쟁 활성화의 한 방향으로 요금인가제의 폐지 내지 개선을 주장하고 있는데 요금 인가제의 목적이나 요금의 사후규제를 시행함에 있어서의 다른 제도 개선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 문제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요금 인가제가 추구하고자 하는 기본적인 목적과 취지는 유지되어야 할 것이며 현재의 사전규제를 다소 보완하는 방식이거나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거나 소비자 이익에 반하는 요금제가 나왔을 때 이를 신속하고 간편하게 시정할 수 있는 사후규제 절차를 마련하는 것이 그 방안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