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홈 경제 정치 연예 스포츠

숨통 트인 완성차 중견 3사, 현대차·기아 출고지연이 '호재'

2022-10-07 15:53 | 김태우 차장 | ghost0149@mediapen.com
[미디어펜=김태우 기자]자동차 업계의 반도체 품귀현상 이후로 출고 대기가 길어지고 있는 현대자동차와 기아를 대신해 중견 3사로 고객이 이동하는 듯한 모습이다. 

르노코리아자동차, 쌍용자동차, 한국지엠 등 중견 3사의 지난달 내수 판매량이 반등하고 있다. 길게는 2년 가까이 기다려야 되는 소비자들이 대체재를 찾으며 중견 3사가 반사효과를 누리는 것으로 분석된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완성차 5사는 9월 내수 판매량에서 일제히 전년 동월대비 증가세를 보였다. 

현대차가 전년 동월대비 29.8% 증가한 5만6910대를 판매했고, 기아는 11.8% 증가한 4만9대, 쌍용차는 98.9% 증가한 7675대, 르노코리아는 14.7% 증가한 5050대, 한국GM은 3.6% 증가한 4012대를 각각 판매했다.

주목되는 부분은 중견 3사의 판매 호조다. 토레스 효과를 한창 누리고 있는 쌍용차 외 나머지 2사는 딱히 판매실적을 부양할 만한 신차가 없음에도 판매가 늘었다.

수출을 위해 평택항에 대기중인 자동차들./사진=미디어펜



르노코리아는 2019년 부분변경 이후 큰 변화가 없는 QM6 판매량이 전년 동월대비 2.7% 증가한 2909대를 기록한 것을 비롯, 2020년 3월 출시된 XM3도 46.8%나 증가한 1715대의 판매고를 올렸다. 

심지어 중형 세단 시장에서 쟁쟁한 경쟁차들에 밀려 힘을 쓰지 못하던 SM6까지 지난해 9월의 두 배 규모인 316대의 판매실적으로 부활 조짐을 보였다.

한국지엠은 내수 판매 증가율이 3.6%에 불과했지만, 판매 볼륨을 담당하던 한 축인 경차 스파크 판매가 20% 가까이 감소했음에도 불구, 그간 판매량이 미미했던 트랙스, 말리부, 이쿼녹스 등이 선전하며 이를 만회했다는 점에서 고무적인 분위기다. 도합 800대가 팔린 전기차 볼트 EUV와 볼트 EV의 호조도 내수 실적에 힘을 보탰다.

쌍용차의 실적 호조를 이끈 것은 단연 신차 토레스였다. 9월 토레스 판매는 출시 이후 최대 실적인 4685대에 달했다. 여기에 대형 SUV 렉스턴도 전년 동월대비 18.9% 증가한 346대를 기록했다.

중견 3사의 약진으로 완성차 업계에서 현대차‧기아의 과점현상도 소폭 완화됐다. 지난해 9월 도합 13.2%였던 중견 3사의 완성차 5사 내 점유율은 올해 13.9%까지 상승했다.

업계에서는 현대차와 기아의 인기 차종들의 출고 대기 기간이 1년 이상으로 길어지면서 일부 소비자들이 중견 3사로 이동하는 상황이 일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완성차 업체 한 관계자는 "출시된 지 3년 이상 된 차종의 판매량이 증가하는 사례는 흔치 않다"면서 "인기 차종의 출고를 기다리다 지친 소비자들이 비교적 빠르게 인도 가능한 차종으로 갈아타는 사례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실제 중견 3사의 대부분 차종은 출고 대기기간이 통상적인 수준을 벗어나지 않는다. 르노코리아는 전차종이 계약 후 1~2개월 내 인도 가능하고, 한국지엠도 내수에서 생산하는 모델의 경우 출고 대기 기간이 2개월을 넘기는 차종이 없다.

쌍용차의 경우 토레스가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며 트림 및 사양에 따라 길게는 10개월 이상까지 기다려야 하지만, 다른 차종들은 출고 대기가 심하지 않은 편이다.

쌍용차 관계자는 "현재 1라인에서 토레스를 집중적으로 생산하면서 혼류 생산되는 티볼리와 코란도 생산도 다소 차질이 있지만 물량 부족이 심하지는 않은 편이다"며 "2라인에서 생산되는 렉스턴과 렉스턴 스포츠는 생산 차질이 없어 적기 인도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만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긴 힘들 것이라는 게 업계 예상이다. 부품 수급이 원활해지고 생산이 가속화되면 대기물량이 많은 쪽이 시장을 더 많이 가져갈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모델 노후화가 심한 중견 3사로서는 토레스와 같이 경쟁력 있는 신차를 준비하지 않는다면 중장기적으로 점유율이 더 위축될 우려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출고 적체 상황으로 중견 3사는 시간을 벌게 됐지만, 이는 일시적 현상일 뿐"이라며 "미리 경쟁력 있는 차종을 준비해 놓지 못한다면 시장이 정상화되는 시점에 더 큰 충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관련기사
종합 인기기사
© 미디어펜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