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문상진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정청래 최고위원의 ‘공갈’파문이 문재인 대표와 김한길 의원의 대리전 양상으로 비화되면서 계파갈등이 본격화 되고 있다.
정청래 위원은 11일 자신의 ‘공갈’ 발언에 최고위원직을 사퇴하겠다며 전남 여수에서 칩거중인 주승용 의원을 직접 찾아 사과를 전하려 했지만 문전박대를 당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파문이 커지자 문재인 대표 등 당 중진들까지 나서 정청래 위원의 사과를 촉구했지만 이틀간 버티다 결국 등 떠밀리다시피 여수행을 결정했다.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대표와 비노계 김한길 의원으로 계파갈등이 확산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주승용 최고위원은 “최근 정 최고위원이 비공개로 만나자고 했지만 거절했다. 오늘도 정 최고위원이 사전약속도 없이 일방적으로 여수에 왔다”며 앙금이 가라앉지 않았음을 내비췄다.
계파 갈등에 기름을 부은 건 문재인 대표의 측근인 노영민 의원이다. 노 의원은 라디오 방송에서 “최고위원직은 권리가 아니라 의무다. 자신의 의무를 가지고 논란을 벌이는 것은 자해행위”라고 주장하면서 비노진영을 자극했다.
노영민 의원이 발언이 전해지자 주승용 위원과 같은 비노계 중진인 김한길 의원이 직접 나섰다. 김한길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문 대표는 친노의 좌장으로 버티면서 끝까지 갈 건지, 아니면 야권을 대표하는 주자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결단’을 할 건지 정해야 한다”고 비판글을 올렸다.
김한길 의원은 “공갈 발언에 대한 사과만 있으면 상황이 수습될 것처럼 말하는 건 문제의 본질을 비켜가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김한길 의원의 이 같은 입장은 골 깊은 계파갈등의 양상을 수면위로 부상시켜 ‘문재인 대 김한길’의 구도로 만들겠자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아울러 “문대표가 선출직 지도부의 의무를 강조하면서 지도부의 사퇴불가를 강조하는 것은 책임정치 구현을 위해 선거 패배 후 사퇴했던 모든 지도부의 결단을 무색하게 만드는 것 아니냐”며 우회적으로 사퇴를 촉구했다.
김한길 의원은 지난해 7·30 재보궐선거 패배 이후 안철수 공동대표와 함께 사퇴했다.
김한길 의원 뿐 아니라 민주당의 집권을 위한 모임 의원들도 모임을 갖고 “정 최고위원의 출당까지 고려해 봐야 한다”며 “이대로 가면 내년 총선은 전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한길 의원과 안철수 의원은 문대표가 추진중인 전직대표들의 모임인 ‘원탁회의’에도 불참하기로 뜻을 모으는 등 비노 진영의 전선이 확대되는 모양새다.
한편 정청래 위원은 12일 나흘 만에 국회에 모습을 드러낸 주승용 최고위원을 찾아가 다시 한 번 사과하며 손을 잡았지만 주 위원은 시선을 피하며 불편한 심기를 그대로 노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