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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 "은행권 이자장사, 심각" 질타…은행권 "금융사고 등 송구"

2022-10-11 17:43 | 류준현 기자 | jhryu@mediapen.com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1일 취임 후 첫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를 치렀다. 이날 국감에서 여야 의원들은 은행권의 이자장사 문제, 횡령·채용비리 등의 내부통제 문제 등을 집중적으로 질문했다. 증시 악화의 요인으로 꼽히는 불법 공매도를 비롯해 가상자산거래소 경영진의 불법행위에 대한 당국의 대책을 요구하는 지적도 나왔다. 

여야 의원들은 이날 국감에서 급격한 금리상승으로 빚어진 은행권의 '이자장사'에 대해 이 원장과 증인으로 출석한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수장들을 질책했다. 양정숙 무소속 의원은 금융권의 이자이익을 두고 "5대 금융지주들은 지난해 이자수익 44조 9000억원, 비이자수익 9조 5000억원을 벌어 들였다"며 "국내 은행들은 예금금리를 눈꼽만큼 올리고, 대출금리는 한껏 올리며 손쉬운 이자놀이로 막대한 실적을 올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0월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금융감독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금리인하요구권의 실효성에 대해서도 거론됐다. 급격한 금리상승으로 인하요구권을 행사하려는 금융소비자가 급증하는 가운데, 은행마다 요구권 수용기준이 제각각이다 보니 소비자와 금융기관 모두 혼선을 빚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이 원장은 "금융기관별 (금리 인하 요구권 수용 기준이) 들쑥날쑥한 건 문제"라며 "(요구권 수용 여부) 통지나 절차 기준은 업권의 자율협약이든, 금감원이 기준을 마련하든 챙겨보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금리 인상기 금융기관들도 취약층에 대한 배려 인식이 있다"며 "공감대를 전제로 해서 (수용률 부분에 대한) 개선책 마련하겠다"고 전했다.

이날 국감의 증인으로 불린 5대 은행 수장들은 금리인하요구권 수용률 부진에 대해 "비대면으로 금리인하요구권 접수를 받으면서 신청건이 수용건수보다 월등히 많은 까닭"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금리인하요구권은 고객의 가장 큰 권리라고 생각하는 만큼, 최대한 행사할 수 있도록 고객에게 안내하고 있다"고 답했다. 

일개 직원의 대규모 횡령 및 금융사고 등 내부통제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금융권의 부족한 내부통제기준에 대해 이 원장은 "금융사의 최고경영진이 단기 경영성과에 대한 비용 측면에서 내부통제에 대한 시각을 가지고 있다는 우려가 크다"며 "내부통제 전담 인력, 비용을 금융사들이 자의적으로 분류했는데 저희가 갖고 있는 기준과 수치에 많이 못 미친다"고 설명했다. 

10월 11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금융감독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시중 5대 은행장들이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진옥동 신한은행장, 이재근 국민은행장, 임동순 농협은행 수석부행장, 박성호 하나은행장, 이원덕 우리은행장.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5대 은행장들은 매년 거듭되는 횡령사고에 대해 머리를 숙였다. 최근 내부 직원의 700억원대 횡령사고를 두고 이원덕 우리은행장은 "횡령사고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죄송하다고 말씀드린다"며 "우리은행이 각고의 노력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권준학 농협은행장을 대신해 출석한 임동순 농협은행 수석부행장은 "횡령사고로 국민 심려끼쳐드린 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내부 통제 강화를 위해 현장점검을 2배로 늘린 상태고, IT투자를 위해 지점에 위험도를 간별해서 감시감독을 강화하는 방안을 4월에 시행했다"고 답했다.

박성호 하나은행장은 "현재 리스크 발생 가능성이 있는 직무에 대한 순환근무 제도, 불시명령 휴가제, 고위험직무에 대한 견제와 균형 등을 강구하고 있다"며 "중요한 건 CEO가 이러한 내부통제 체계가 자리잡을 수 있도록 직접 문제에 관심을 갖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근 국민은행장도 "실질적으로 금융사고는 예방이 중요하다"며 "사고가 많이 날 수 있는 거래 유형 발생 지점 직원에 대해선 상시 감사 시스템이 구축돼있다. 내부통제 교육과 연수를 통해 횡령사고가 근절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진옥동 신한은행장은 금융인이 갖춰야 할 직업 윤리의식 부재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진 행장은 "금융인으로서 중요한건 직업 윤리인데 최근 약화되지 않았나"라며 "내부 교육이나 최고경영자(CEO)의 의식이 중요한 만큼, 이 부분에 대해 강화해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횡령사고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징계위에서 면직 처리 중에 있다"며 "이 부분에 대해 직원들에게 일벌백계 자세로 분위기를 잡아가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018년 밝혀진 국민은행의 채용비리 문제도 재조명됐다. 이날 민병덕 더불어민주당은 이재근 행장을 향한 질의를 통해 당시 채용비리로 연루된 입사자 중 수백명이 아직 재직 중임을 밝혀냈다. 이 행장은 "재직하고 있는 직원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채용비리에 연루된 직원들은 신규로 채용된 직원들이 많지만 거기에서 합격한 직원도 있고 불합격한 직원이있다"고 답했다.

이들이 아직 근무 중이냐고 민 의원이 채근하자 이 행장은 "현재 근무하고 있다"면서도 청탁이나 임의적인 점수 조작에 따른 입사자 규모에는 "그것은 판결문에 나와 있지 않고 특정인을 상대로 해서 합격시킨 게 아니라서 특정할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이 행장은 "국민의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은행에서 채용비리를 저질렀다는 것에 대해서 책임을 통감하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0월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금융감독원에 대한 국정감사에 참석 의원들 질문을 경청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불법공매도를 비롯해 가상자산거래소 '빗썸'의 경영진 불법행위도 이날 국감에서 언급됐다. 불법공매도에 대한 추가 대응책을 요구하는 질의에 이 원장은 "공매도 금지 관련 논란이 있지만, 최근처럼 시장 상황이 급변하고 시장 참여자들의 심리 불안이 극대화된 상태에서는 금융당국 입장에서 어떠한 시장안정 조치도 취할 수 있다"고 답했다.  

이어 "지난 7월 28일 불법 공매도 대책 이후 무차입 공매도나 공매도와 결합한 불공정 거래행위에 대해 여러 가지 내부 점검을 하고 있다"며 "일부 증권사는 최근 검사를 마쳤고 검사가 아직 진행 중인 곳도 있는데 늦지 않은 시일에 결과를 보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빗썸 의혹에 대해 "회사가 특정인들에 의해 머니게임의 놀이터가 되는 게 아닌가 의심스러운데 이건 작년에 문제된 쌍방울 논란과 닮았다"며 "쌍방울 김성태 회장이 페이퍼컴퍼니를 만든 뒤 자금을 조달해 전환사채(CB)를 인수하고 주식으로 전환하고 장내매도하는 방식으로 현금화했다. 이 돈이 어디로갔는지 알수없다"고 지적했다. 

특정인들 간 순환출자를 통해 사실상 '머니게임' 놀이터가 되고 있는 만큼, 금감원이 자본시장의 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이 원장은 "최근 몇 년간 실질적으로는 공모이면서 사모 형태로 한다든가, 사모를 투자조합을 형태로 규제를 회피하면서 일반 피해자들에게 영향을 미친 사례가 있었다"며 "그 과정에서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시장 불공정거래가 있을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 좀 더 적극적으로 대처를 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감독원이 잘해야 하는 게 있고 검찰과 금융위가 잘해야 하는 부분도 있는데 협의 결연성이 떨어진 부분, 각자 역할에 주인의식이 부족했다"며 "전환사채나 신주인수권부사채와 관련된 시장 교란 행위에 대해서는 유념해서 보겠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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