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구태경 기자] 공공 및 민간의 통신장비 입찰에서 장기간에 걸쳐 담합한 3개 업체가 경쟁당국으로부터 제재를 받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한국철도공사(KORAIL), SK브로드밴드 등이 발주한 광(光)다중화장치 구매 입찰 총 57건에서 낙찰예정자, 투찰가격 등을 합의한 ㈜코위버, ㈜우리넷, ㈜텔레필드 3개사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총 58억 1000만원을 부과키로 결정했다고 12일 밝혔다.
광다중화장치는 음성, 영상 등 다양한 종류의 데이터를 하나의 장치에서 전송할 수 있게 구성된 장비로 철도, 도로 등의 통신망 구축에 널리 활용되고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번 담합은 2010년부터 2020년까지 10년간 민간부문과 공공부문에서 매우 은밀하게 이뤄졌다. 특히 이 통신시장은 이들 3개 업체밖에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즉 독과점화된 시장에서 입찰담합이 이뤄진 건으로 경쟁제한성은 매우 크다는 것이다.
장혜림 입찰담합조사과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철도·도로 등 통신망 구축과 관련된 것은 우리나라 기간산업에서의 담합으로 더욱 큰 문제가 될 수 있는 만큼 엄중한 법 집행을 조치했다”고 언급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이들의 담합이 시작된 것은 2010년 7월 7일로 최초로 입찰담합을 위한 협정서(합의서)를 작성했다. 담합은 처음에 한국철도공사, 국가철도공단에서 시작해서 한국도로공사로 확대됐으며, 민간부문 SK브로드밴드까지 확대됐다.
합의 내용은 처음에는 순번제로 처음에 코위버가 받고, 이후 우리넷, 텔레필드 순으로 정해졌다.
그러나 철도망은 전국에 걸쳐서 동시에 이뤄진 경우가 많아 지역별로 할당하게 되는데, 이에 이들은 서울과 경기도는 코위버가, 텔레필드는 강원도와 경북, 충북, 우리넷은 전남, 충남 등으로 지역을 할당해 담합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정위는 이번 사건을 거래지역 제한과 입찰담합 두 가지 법 위반으로 보고 코위버에 과징금 19억 원, 우리넷 19억 원, 텔레필 18억 원을 각각 부과했다.
공정위는 해당 업체를 고발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법 위반 시에 물론 엄중하게 법 집행을 해야 되는 것이 합당하나 이들이 대기업이 아니고 중소기업이며 과거에 법 위반한 적이 없다는 점을 들었다.
장 과장은 “지금 물가가 높아 물가안정이 가장 중요한 시책이 될 수 있을 텐데 이런 기간시설에까지 입찰담합을 통해서 통신망 구축에 대한 비용이 증가하고, 이를 통해 소비자에게 전가된다면 이것은 소비자들의 피해도 굉장히 클 수 있다”면서도 “이들이 공정위의 현장조사에서 매우 협조를 잘해줬기 때문에 고발은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구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