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고이란 기자] “돌이켜보면 참으로 형극과도 같은 길이었습니다. 자본도 기술도 경험도 없는 불모지에서 용광로 구경조차 해본 일이 없는 38명의 창업요원을 이끌고 포항의 모래사장을 밟았을 때는 각하가 원망스럽기도 했습니다. 자본과 기술을 독점한 선진 철강국의 냉대 속에서 국력의 한계를 절감하고 한숨짓기도 했습니다.”
고(故)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이 25년에 걸친 포항제철 종합 준공을 마치고 1992년 10월 3일 국립현충원 故박정희 대통령 무덤 앞에서 임무완수를 보고하며 한 말이다.
포스코는 1967년 박 대통령의 제 2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의 핵심사업에 종합제철소 건설이 포함되면서 본격적으로 추진되기 시작해 1973년 7월 3일 조강생산 규모 103만t의 일관제철소 고로(高爐)에서 황금빛 첫 쇳물이 흘러나오면서 한국경제의 금빛 미래를 비췄다.
▲ 1976년 포항 2고로에 화입하는 박정희 대통령(왼쪽사진), 2015년 3차 개수를 마친 2고로에 화입하는 권오준 포스코 회장. /사진=포스코 |
박 회장은 2008년 포스코 창립 40주년 인사말에서 “자본도 기술도 경험도 없었다는 3무(三無)가 포스코의 태생 조건이라고 말해왔지만 원료도 없는 나라였기 때문에 실제로 포스코는 4무의 악조건 속에서 탄생했다”며 “자원은 유한, 창의는 무한이란 슬로건이 포스코의 앞길을 밝혀주는 횃불이었다”고 회고했다.
철강 불모지에서 포스코는 연간 3800만t의 조강 생산 능력을 갖춘 세계적인 철강기업으로 거듭나며 한국경제의 고도 성장을 견인하는 원동력이 됐다.
숱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오늘의 발전을 이룬 우리 경제 역사의 산증인이 다름없는 포스코의 고로가 새롭게 탄생하며 한국경제의 새로운 역사를 만들기 위해 뜨겁게 달아오를 준비를 마쳤다.
13일 포스코에 따르면 최근 포항2고로가 새 옷을 입고 다시 활활 타오를 계기를 마련했다. 고로는 키가 높은 용광로라는 뜻이다. 포스코에는 현재 포항에 4개, 광양에 5개의 고로가 있다. 고로는 포스코의 시작이자 한국경제를 이끈 밑거름이다.
포스코 전신인 포항제철은 제철보국(製鐵報國)의 창업정신이 밑바탕에 깔려있다. 국가 최대 숙원사업의 수행자로서 책임감과 노력으로 국민 여망에 보답한다는 의미다.
포항제철은 70년대 경제개발시대의 고도성장과 궤를 같이했다. 1973년 6월9일 포항제철 제1고로에서 대한민국의 첫 쇳물이 쏟아지고 철 생산으로 본격적인 중화학공업 시대를 열었다.
이후 국민의 과학화를 이끌기 위해 대규모 기능 인력을 양성하고 전국 공업고등학교를 집중적으로 설립해 우리나라 산업혁명의 근간이 됐다. 아무 것도 없는 철강불모지에서 세계 유수의 선재 생산능력을 갖추며 한국경제의 전기를 마련하게 됐다.
포항2고로는 38년간 690만t의 쇳물을 생산했던 포항 2고로는 두 차례의 개수를 거치며 국내 최초로 4대기 조업에 들어갔다.
포항2고로는 국내조강생산 능력을 400만t으로 올려 북한의 320만t을 처음 앞지르는 계기가 됐다. 이후 조선, 가전, 자동차 등 국가선업 발전의 근간이 되는 주요 관련 산업이 선진국 수준으로 성장하는데 밑바탕이 됐다.
이번 2고로 개수 사업은 총 4500억원을 투자해 중소 공급사와 협업을 이뤄 중소기업 상생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한 것도 높이 평가받고 있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최근 어려운 대내외 경영여건 속에서 2고로가 ‘POSCO the Great’ 달성의 주춧돌이 되어주리라 확신하다”고 말했다.
우리 경제는 '내우외환'이다. 밖으로는 엔저, 미국의 조기 금리인상 등 세계 각국의 돈풀기 재정운용에 금융시장이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세계경제의 불확실성도 심화되고 있다.
안으로는 경제 성장통을 겪고 있다. 저성장·저금리의 높은 파고에 기업의 경쟁력은 크게 악화됐다. 지난해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을 꼼꼼히 살펴보면 제조업 생산은 0.9% 줄고 수출마저 큰 폭으로 감소됐다. 8월 설비투자는 11년 7개월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가계부채는 우리경제의 시한폭탄과 같다. 지난 10년간 선진국 국가부채는 7.8%인데 반해 우리의 경우 12.9%로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가파른 속도를 내는 고령화는 생산가능인구를 줄게 해 성장잠재력을 떨어뜨린다.
박근혜 정부는 재정확대의 카드를 꺼내들었다. 재정적자를 감수하더라도 우리 경제활성화를 위해 마중물 역할을 해야 장기불황의 긴 터널에서 벗어나 생기를 되찾을 수 있으리란 절박함이 묻어있다.
기초가 튼튼한 경제가 되기 위해서 혁신이 필요하다. 민간에서부터 공공부문에 이르기까지 창조경제의 밑거름인 개혁 정신이 곳곳에서 불타올라야 한다.
한국경제 70년을 대변하는 포스코의 용광로가 새로운 모습을 선보이며 앞으로의 70년을 향해 달릴 준비를 마쳤다. 권 회장의 기대처럼 포스코의 용광로가 새옷을 입고 초심으로 돌아가 다시 뜨겁게 타오르며 과거의 영광을 꿈꾸듯 한국경제도 다시 뜨겁게 타야 한다. 답답한 국민들의 마음을 쇳물처럼 녹여주길 국민들은 바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