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태우 기자]대우조선해양 경영권을 인수하려는 경쟁 후보자가 나타나지 않으면서 사실상 한화그룹이 최종 인수자 지위를 굳히게 됐다.
한화그룹과 대우조선은 이를 계기로 방산분야에서의 입지 굳히기와 경영정상화라는 두가지 목표를 동시에 진행해 나갈 전망이다.
18일 투자은행(IB)업계와 재계 등에 따르면 산업은행이 지난달 27일부터 대우조선 인수전 경쟁입찰에 참여할 잠재 후보를 모집한 결과, 마감일인 이날 오후까지 한화 이외에 추가로 입찰의향서를 제출한 곳은 없었다.
대우조선해양 조선소. /사진=대우조선해양 제공
앞서 대우조선은 지난달 26일 한화그룹이 2조 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경영권 지분(49.3%)을 인수하는 내용의 조건부 투자합의서(MOU)를 한화 측과 체결한 바 있다.
합의서 체결 당시 대우조선은 한화그룹보다 더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는 투자자도 참여할 수 있도록 이른바 '스토킹호스' 절차에 따라 지분 경쟁입찰을 진행하기로 했다.
잠재 투자자가 2조 원보다 더 높은 가격을 써낼 경우 한화는 우선협상대상자로서 제시된 가격에 투자우선권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다.
하지만 또 다른 잠재 후보가 나타나지 않으면서 한화는 당초 합의서를 체결한 2조 원에 대우조선 유상증자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한화는 앞으로 최대 6주 간 상세 실사 작업을 단독으로 벌인 뒤 대우조선과 본계약을 체결할 계획이다.
한편, 대우조선 유상증자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1조 원), 한화시스템(5000억 원), 한화임팩트파트너스(4000억 원), 한화에너지 자회사 3개사(1000억 원)가 참여한다.
한화그룹이 지난 2009년 한 차례 고배를 마셨던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13년 만에 다시 재추진에 나선 것은 '글로벌 종합 방산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마지막 퍼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잠수함과 군함 등의 특수선 생산 역량을 갖춘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할 경우 기존 우주에서 지상 방산을 넘어 해양까지 아우르는 '육해공 통합 방산시스템'을 갖추게 된다.
특히 한화는 2030년까지 '글로벌 방산 톱10'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중심으로 한 '사업구조 개편'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이번에 대우조선해양까지 품으면서 '규모의 성장'과 '방산 제품 다양화'를 통해 '한국형 록히드마틴'으로 거듭나겠다는 비전도 달성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화디펜스와 다음 달 합병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대우조선해양 인수로 기존의 우주, 지상 방산에서 해양까지 아우르는 육·해·공 통합 방산 시스템 구축을 노린다.
중동·유럽·아시아 고객 네트워크를 공유하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의 무기체계는 물론 대우조선해양의 주력 방산 제품인 3000톤급 잠수함과 전투함 수출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한화그룹의 인수 추진으로 지난 2000년 대우그룹 해체와 함께 21년 간 산은 등 채권단 관리를 받으면서 '주인 없는 회사'라는 설움을 받아온 대우조선해양의 경영 정상화에도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한화그룹의 전폭적인 투자지원을 바탕으로 친환경 선박 기술 개발에도 탄력이 붙고, 글로벌 수주 경쟁에도 보다 적극적으로 뛰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이번에 인수 주체가 가시화됨에 따라 임금과 복지, 고용승계 등의 내용이 담긴 인수 요구안을 조만간 공개하며 노조의 입장 관철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앞서 전국금속노동조합 경남지부 대우조선지회는 매각 과정에 노조의 참여를 요구하며 "지회의 요청에도 산업은행이 일방적으로 밀실, 특혜매각을 진행한다면 지회는 전면 투쟁도 불사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노조는 한화그룹이 요구안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매각 반대 파업을 벌이며 반발 수위를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달 말 대우조선해양 매각 관련 쟁의행위 안건을 놓고 조합원 대상 찬반 투표를 진행한 결과 찬성 72%로 합법적인 파업권을 확보해 둔 상태다.
업계 내 한 관계자는 "지난 2년 전 높은 가격에 수주한 선박들이 내년부터 본격 건조에 들어가면서 이익 증가가 예상된다"며 "이는 한화그룹과의 시너지와 맞물려 대우조선이 부실을 빠르게 털고 조기에 실적 턴어라운드 할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