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희연 기자]윤석열 정부 첫 국정감사(국감)가 여야 간 고성으로 얼룩지면서 파행에 파행을 반복하고 있다. 집권 여당 국민의힘이 '이재명 사법리스크'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공세를 펼치자 5년만의 정권 교체로 야당이 된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이 '김건희 사법리스크'로 역공에 나서면서다. 매일이다시피 펼쳐지는 '정쟁국감'이 국민들의 눈쌀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지난 18일 진행된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서울중앙지검·수원지검 국정감사와 행정안전위원회(행안위) 경기도 국정감사는 이재명-김건희 리스크 공방으로 여야가 고성을 주고 받으면서 시작 1시간 여만에 결국 파행을 맞았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 관련 ‘쌍방울 사건’과 함께 대장동 개발비리·성남FC 후원금 의혹 등에 대한 철저한 규명을 요구한 반면 민주당은 이 대표 수사가 '보복수사'라며 '김건희 여사 특검'으로 맞불작전을 놨다.
김도읍 국회 법사위원장(오른쪽)이 10월 1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서울고등검찰청, 수원고등검찰청,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의 언쟁이 이어지자 감사중지를 선포하고 감사장을 나서고 있다. /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박형수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2018년 경기도가 주최한 아시아태평양평화교류협회 국제대회 행사에 북한 고위 인사가 방한했고 이화영 부지사가 초청하는 역할을 했다”라며 “이 대표도 같이 다니면서 극진하게 예우했다고 한다”라며 이 대표 관련성을 주장했다. 전주혜 의원은 “성남FC 사건의 경우 두산건설에(서) 50억원 뇌물 수수를 한 것과 관련해 이 대표와 정진상 실장이 공범으로 (공소장에) 적시되어 있다”라며 "기소 가능성이 높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민주당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관련된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보복 수사를 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김건희 여사 연루 의혹이 있는 주가조작 사건으로 역공을 폈다.
김남국 민주당 의원은 “수원지검에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정치 보복을 하려고 노력하는 주요 사건, 쌍방울 사건과 이 대표에 대한 사건이 있다”라며 "잘하고 있던 검사, 수사를 하고 있던 검사를 아예 빼버려서 자기 라인의 검사를 꽂아서 만들어오라는 수사를 하라고 하는 것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권칠승 의원은 “윤 대통령이 후보 당시 작전 세력과 절연했다고 했을 때 도이치모터스 외 10여 가지 주식을 했다고 언급했는데 공교롭게도 도이치모터스와 NSN 주식이 주가조작과 관련된 것으로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라고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으로 맞섰다.
이날 열린 행안위 경기도 국감에서도 자료 제출을 놓고 국민의힘과 경기도가 충돌하면서 파행을 겪었다. 국민의힘 소속 이채익 행안위원장은 “취임 100일밖에 안 된 김동연 국감보다는 이재명 지사의 4년 도정을 점검하는 시간이 돼야 하는데 한계가 있었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민주당 이성만 의원은 “보자 보자 하니까. 윤 대통령 관리나 잘하세요”라고 고성을 질렀다. 결국 회의는 1시간 만에 파행됐다.
이후 가까스로 회의가 재개되긴 했지만 계속해서 국감장에는 '이재명' '김건희' 등의 이름이 등장하면서 여야가 난타전을 벌였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자료제출 문제를 언급하면서 "우리 김동연 지사는 왜 이걸 숨기고 은폐해서 이재명 전 지사 방탄에 동참하고 있냐"라고 질타했다. 반면 민주당은 윤 대통령 장모 관련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양평 공흥지구 도시개발 특혜 의혹으로 역공을 펼쳤다.
10월 4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정복 의원이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논문에 대하여 장상윤 교육부 차관에게 질문을 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이처럼 윤석열 정부 첫 국정감사가 이제 마무리 단계에 들어가는 가운데 국감장은 매일매일 여야 의원들 간의 고성으로 파행에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정책 국감' 보다는 '이재명' '김건희' 등 '정쟁국감'에만 몰두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이강윤 한국사회여론연구소장은 19일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정책국감'이 돼야 하는데 지난 20년 간 그런 경우를 본 적이 별로 없다"라며 "그런데 특히 이번 국감은 대선 2라운드 성격이 강하다. 여야가 국감 현장에서는 하라나도 밀리면 큰일나는 듯 대치를 벌이고 있다"라고 꼬집었다.
이 소장은 "지금 경제가 어렵다. (그런데)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지 않나. 국제적 경제 환경요인으로 (경제위기가) 발생하는 게 크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며 "그래서 (여야가)더욱 더 힘을 모아야 하는데 매일 정쟁에만 몰두하니 국민들의 실망감은 하늘을 찌를 수 밖에 없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여야 모두 이 전투에서 한 발도 물러서지 않으려고 하고 있는데, 이는 양당 모두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특히 국정 운영의 총괄 책임을 맡고 있는 국민의힘에 여론이 더 안 좋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디어펜=이희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