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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망 사용료 법안, 왜 필요할까

2022-10-24 09:12 | 문수호 부장 | msh14@mediapen.com

[미디어펜=문수호 기자]최근 망 사용료 법안 입법을 놓고 갑론을박(甲論乙駁)이 한창이다. 카카오 데이터센터 화재로 조금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지만, 구글과 넷플릭스의 무임승차에 따른 망 사용료 법안 문제는 하루 이틀로 끝날 문제는 아니다. 

업계에서는 이 문제를 일반 국도와 고속도로 이용료로 비유한다.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만큼 돈을 더 내라는 것이다. 구글과 넷플릭스는 이미 이용료(망 접속료)를 내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통신업계는 접속료의 경우 모든 이용자들이 내는 만큼 국도를 이용하는 요금에 불과하고 고속도로 사용료는 따로 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론 몰이를 하는 일부 유튜버들은 망 사용료 법안이 통과되는 것을 일종의 ‘해악(害惡)’으로 치부하고 있다. 통신사들이 과거 전화요금에 인터넷 사용료를 부과했던 종량제 시절로 돌아가길 원한다고 주장하거나, IT 스타트업 기업들이 사장될 것이라는 등의 왜곡된 정보를 퍼뜨리고 있다. 특히 외국 게임 사용 시 망 사용료를 내야 한다거나 개인이 인기 있는 콘텐츠를 올려도 망 사용료를 부과할 수 있다는 등의 말로 법안의 부당함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법안 마련의 취지는 어디까지나 구글과 넷플릭스 등 극히 제한된 외국계 기업의 무임승차를 제한하는 데 있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 모든 이에게 망 사용료를 부담하는 것이 아닌 트래픽(정보의 이동량) 사용이 많은 일부 기업에 국한해 사용료를 부담토록 하겠다는 뜻이다.

현재 문제가 되는 기업은 외국계인 구글과 넷플릭스로 이들은 각각 27%, 7%대의 망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트래픽 1, 2위인 두 업체가 망 사용료를 회피하고 있는 것이다.

어떤 이들은 정치가들이 기업의 이득을 왜 대변해주냐고 반문하지만, 망 사용료 법안은 일부 기업의 이득을 대변해주는 것이 아닌, 국내에서 정당한 이용료를 내지 않고 무임승차하고 있는 외국계 기업에 대한 청구의 정당성을 만들자는 것이다. 

이와 관련 트위터에서 화질 제한을 한다거나 철수한다는 말이 나오는 등 이용자들을 압박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수많은 유튜버들이 이 법안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하지만 다르게 생각해보자. 국내 기업인 KT나 SKT가 서비스 품질을 제한한다고 하면 아마 대부분의 고객들은 경쟁사로 이동하는 일이 발생할 것이다. 

현재 수준의 품질로 망을 구축하고 고객들이 저렴한 가격에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어디까지나 통신 3사의 경쟁체제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도 볼 수 있다. 반대로 구글이나 넷플릭스 같은 거대 공룡들은 시장을 독점하고 있기에 품질 제한이나 한국 철수라는 엄포를 낼 수 있는 것이다. 

세계 어디에도 망 사용료를 내는 곳은 없고, 이와 관련된 법안이 있는 나라도 없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가 최초가 되어야 하는 이유는 충분하다. 국가 전역에 걸쳐 망이 깔린 국가는 전세계에서도 한국 외에는 사례를 찾기 어렵다. 미국이나 유럽도 여전히 망이 깔리지 않아 국가에서 지원을 통해 망을 넓히는 작업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전국민이 자유롭게 빠른 속도로 인터넷 등 각종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곳이기에, 망 사용료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준비가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이제는 늘어가는 트래픽에 대비해 망 품질을 높이기 위한 작업을 해야 하는데, 이 비용이 수조 원에 이르는 만큼 과한 트래픽 발생을 유발하는 이들이 일부 감당해야 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넷플릭스 광고판/사진=넷플릭스 제공.



물론 법안 마련에 따른 우려가 공존하는 것도 사실이다. 자칫 법안을 잘못 만들어 통신사들이 이를 상업적으로 악용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다. 하지만 애초에 법안을 중소기업들과 일반 고객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일정 수준 이상의 망 사용으로 제한한다면 문제될 일이 없다.

현재 통신사들은 기업으로서 마땅히 지향해야 할 ‘성장’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미래성장동력이 없다는 뜻이다. 계속 홈쇼핑 업체들의 송출수수료를 늘려 이익을 늘리려는 것도 이러한 이유 중 하나다. 시장이 성장하기엔 수요의 한계에 다다랐고, 땅따먹기 시장이 돼버렸다. 

주요 수익원인 송출수수료 역시 온라인에 시장을 잠식당하고 있고, 홈쇼핑 업계 역시 과도한 송출수수료로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어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구글과 넷플릭스 등 무임승차 기업들에게 합당한 이용료를 받아낼 수 있다면, 성장의 한계에 부딪힌 사슬고리를 풀어낼 단초가 될 수도 있다. 

이미 전세계의 자유시장 경제체제는 크게 변질됐다.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보호무역주의가 판을 치고 있고, 각 정부가 앞서 자국 기업의 이익을 우선시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선진국들이 다른 산업 분야에서 보복에 나설 것을 우려하는 일은 오히려 어리석다. 

이미 자동차나 반도체 등 우리 주력산업은 세계 각국의 보호무역주의 속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문화와 콘텐츠에 강점이 있는 나라라면 망 사용료 법안 제정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당당하게 근거를 제시하고 불이익을 없애야 할 것이다.

최근 유튜브코리아는 유튜브를 통해 망 사용료 법안 반대 청원 광고를 내 이용자들을 선동하고 있다. 하지만 생각해보라. 누군가 당신의 앞마당에 목이 좋다며 장사를 시작한다면 당신은 앞마당을 무료로 제공하며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도록 아량을 베풀 것인가? 막상 장사꾼은 엄청난 이득을 챙기면서 당신의 앞마당을 꾸미는데 전혀 일조하지 않고 있는데 말이다. 

이것이 장사꾼의 고객들이 집주인에게 왜 앞마당을 못 쓰게 하냐며 항의한다고 그대로 방치해야할 문제일까? 최소한 소급적용은 못하더라도 앞으로 무임승차를 하는 기업이 없도록 하는 것이, 이미 망 사용료를 내고 있는 기업들의 상대적 피해와 억울함을 없애는 길이다.


[미디어펜=문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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