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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경영권 분쟁의 시작…신동주 ‘신사업’ 뭐길래

2022-10-24 18:32 | 이미미 기자 | buzacat59@mediapen.com
[미디어펜=이서우 기자]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최근 한국 롯데 계열사 지분을 정리하면서,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 배경에 다시 한 번 관심이 쏠린다. 2015년 신동주 전 부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직에서 해임되면서 경영권 분쟁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24일 월간지 신동아 보도에 따르면 당시 신 전 부회장은 도둑 촬영, 이른바 ‘몰카’를 전제로 하는 신사업을 추진하면서 이사진이 제기한 불법 가능성을 무마하기 위해 허위보고 등을 한 사실이 드러나 해임됐다. 

2015년 10월8일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경영권 분쟁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착석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DB



2011년 초 신 전 부회장이 추진한 ‘풀리카’는 2010년 12월 사내벤처 아이템으로 검토됐다가, 사업성이 부족하고 법적 리스크도 크다는 이유로 접었던 아이템이다. 

사업 내용은 신 전 부회장이 유일한 임원이자 대표로 있던 일본 롯데서비스가 ‘풀리카’라는 외부 업체를 통해 편의점·양판점·드럭스토어 등 소매 점포에서 영상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마케팅용 정보로 가공해 제3의 회사에 판매한다는 것이다. 

신 전 부회장의 주장에 회사 임원들은 일본 롯데그룹 이해관계자들과 관계에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며 모두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동아가 공개한 2011년 6월말 신동주 전 부회장과 쓰쿠다 다카유키 롯데홀딩스 사장간의 대화에도 이 같은 내부 분위기가 드러난다. 풀리카 사업을 진행하라는 신 전 부회장의 지시에 쓰쿠다 사장은 “매출, 이익 모두 크지 않음에도 소매업의 지식과 노하우를 무단으로 촬영해 분석하고 판매하는 것은 소매업자와 큰 트러블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신 전 부회장은 이미 진열된 상품을 촬영하는 것에 대해서는 법적 문제가 없다며 변호사 자문을 받았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신 전 부회장의 주장은 입증되지 않았다. 다른 변호사들도 풀리카 사업은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일본 롯데그룹 고문 변호사 아키모토는 2011년 1월 21일 의견서에서 “명시적으로 촬영 금지 표시가 있는 소매점포와 관련해 본 건 사업을 진행하는 것은 민사·형사 양쪽으로 법적 리스크가 높고, 명시적으로 촬영 금지 표시가 없는 소매점포 경우라도 법적 리스크가 완전히 없어지지 않음”이라고 적었다. 

그럼에도 신 전 부회장은 무리하게 풀리카 사업을 강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5년 10월8일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왼쪽)이 부인 조은주씨와 함께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경영권 분쟁 긴급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DB



신 전 부회장의 부하직원인 스도 일본 롯데서비스 팀장은 2011년 10월 11일 신격호 명예회장이 주관하는 회의에서 “본 사업(풀리카)은 점포조사에 관여하지 않는 것을 전제로 한다”고 보고했다. 사업 허락을 받기 위해서는 법적인 문제가 없다는 사실을 강조해야 했기 때문이다.  

신격호 명예회장에게 보고한 내용과는 달리, 신 전 부회장은 풀리카 사업 때문에 직원들에게 ‘도촬’에 대한 직접적인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신동아가 공개한 2012년 11월 1일 사업 보고에 따르면 “점포 내에서 촬영함에 있어서 부자연스러운 움직임이 되지 않도록 카메라 연사 속도를 ○초 내로 해라. 아웃풋 데이터는 지역별로 필요하다”, “점포조사에서 잡히지 않도록 해. 드럭스토어는 가격조사에 민감하니까” 등으로 신 전 부회장의 지시는 구체적이다. 

신 전 부회장의 풀리카 사업은 2013년 7월 시스템과 촬영기기 개발 및 운용 실험 등으로 초기 예산 4억7000만 엔(약 45억4372만 원) 대부분을 소진했다. 이후 추가 예산 3억 5000만 엔(약 33억8362만 원)까지 모두 쓰고 약 2년 9개월 만에 종결됐다.

일본 롯데그룹은 2014년 11월 풀리카 사업에 대한 감사를 착수했다. 준법경영 위반 사실들이 드러나, 같은 해 12월부터 이듬해 1월에 걸쳐 신 전 부회장을 이사직에서 해임했다.

이후 신 전 부회장은 2015년 10월 8일 한국에서 SDJ코퍼레이션 설립 기자회견을 열고, 본격적인 경영권 분쟁을 일으켰다. 2016년부터 총 8차례에 걸쳐 일본롯데홀딩스 주총에 본인의 경영 복귀, 신동빈 회장의 이사 해임안건을 주주제안 형식으로 제기했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미디어펜=이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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