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다빈 기자]시공능력평가 순위 10위 내 이름을 올리고 있는 대형건설사들이 연말을 앞두고 도시정비사업 수주 막판 스퍼트를 끌어올리고 있는 가운데, 단독 입찰 후 수의계약으로 시공사가 선정되는 '노(No) 경쟁' 트렌드가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주요 사업지를 단독 수주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던 것과 비교되는 분위기다.
삼성물산이 단독 입찰해 수의계약을 통한 수주가 유력한 서울 동작구 '흑석2구역 재개발사업' 사업지 전경./사진=미디어펜
25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최근 수의계약을 통해 시공사를 선정하는 경우가 수도권의 대규모 재개발·재건축 사업 조합에서도 다수 눈에 띄고 있다.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도정법)'에서는 정비사업 시공사 선정 시 한 곳의 건설사만 입찰하면 유찰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일반 경쟁 입찰시 입찰자가 없거나 단독 응찰의 사유로 2회 이상 유찰될 경우 수의계약으로 시공사를 선정할 수 있다.
GS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 컨소시엄은 지난 22일 개최된 '이촌 한가람아파트 리모델링사업' 시공사 선정 총회에서 최종 시공사로 선정됐다. 이 사업은 서울 용산구 일대 기존 지하 3층~지상 22층, 19개 동, 2036가구 규모의 이촌 한가람아파트를 지하 6층~지상 35층, 2281가구로 탈바꿈하는 리모델링 사업이다. 수평(별동) 증축을 통해 신축되는 245가구는 일반 분양될 예정이다. 총 공사비 9913억원 규모다.
수주 경쟁을 피하려는 모습과 함께 이처럼 컨소시엄을 이뤄 단독 입찰 후 수의계약을 진행하는 경우도 올해 들어 증가했다. 금리 인상 등의 여파로 청약 시장이 얼어붙으며 사업 리스크도 커져 위험을 분산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재개발·재건축 조합들이 입찰보증금을 수백억원대에서 1000억원대까지로 높여 부르며 입찰 참여 문턱을 높인 영향도 있다.
대우건설도 지난 22일 수의계약을 통해 '광주 운남구역 재개발사업'의 시공권을 따냈다. 이 사업은 광주 광역시 광산구 일대 지하 4층~지상 25층, 12개 동, 828가구 및 근린생활시설을 건설하는 사업으로 공사비는 약 4000억원 규모다.
오는 29일에는 서울 동작구 '흑석2구역 재개발사업'의 시공사 선정 총회가 열린다. 이곳 역시 입찰에 삼성물산이 단독으로 참여해 수의계약을 통한 수주가 유력하다. 이 사업은 서울 동작구 일대에 지하 7층∼지상 49층, 1216가구 및 부대복리시설 등을 조성하는 사업으로 공사비는 약 5700억원이다.
건설사들은 최근 부동산 시장 악재가 겹치며 수주 출혈 경쟁을 치르는데 신중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철근과 콘크리트, 시멘트 등 건설 원자재 값이 전년 동기대비 30% 이상 오르며 주택 사업 마진률이 대폭 감소한 상황이다. 또 규모가 큰 사업지에서 수주 경쟁이 치열해지면 그에 따라 발생하는 지출도 부담스럽다는 설명이다. 일반적으로 건설사들의 홍보비 지출은 전체 공사비의 2~4% 수준으로 추산된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올해 주택 경기가 위축되면서 확연하게 수주 경쟁을 피하려는 분위기가 우세해졌고 경쟁 입찰이 진행된 사업지는 대형건설사들과 중소 규모의 건설사가 붙어 그마저도 들러리 의혹을 받는 곳도 많았다"라며 "사업의 빠른 추진을 원하는 입장에서 한편으로는 수의계약을 통한 원만한 사업 진행이 더 이득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조합원들은 이와 같이 건설사들이 수주 경쟁을 꺼려하는 분위기를 반기지 않는 모습이다. 수주 경쟁이 이뤄지게 되면 건설사들이 조합에 앞다퉈 좋은 조건을 내걸게 된다. 반면에 시공사 선정이 단독 입찰 후 수의계약으로 진행되면 건설사들의 경쟁이 없어 조합원들의 선택의 폭이 좁아들고 조합과 건설사가 사업 조건을 '협의'하는 상황으로 사업이 진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 주요 재개발 사업 조합의 한 관계자는 "(입찰 당일) 대부분 애초에 대략 어느 건설사들이 참여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돌긴 하지만 시공사 입찰 마감 당일에는 대부분 다수의 건설사들이 참여할 것을 기다리고 있다"라며 "경쟁 입찰이 성사되면 각 건설사들이 제안한 조건을 비교하게 되면서 조합원들도 사업에 더 관심이 생기고 건설사들도 더 좋은 제안을 제시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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