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세 최고령 박사, 다사다난했던 시기 지나고…77년만에 박사학위 따내

102세 최고령 박사, 다사다난했던 시기 지나고…77년만에 박사학위 따내

[미디어펜=이상일 기자] 독일의 102세 할머니가 나치 시절 받지 못한 박사학위를 77년 만에 받으면서 세계에서 가장 늦은 나이에 박사학위를 따낸 기록을 세웠다.

▲ 102세 최고령 박사/NYT 방송 캡처

1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베를린에 사는 전직 신생아학자 잉게보르그 라포포트는 지난 1938년 함부르크 대학에 제출했던 디프테리아 연구 논문을 최근 손질해 심사를 통과했다.

함부르크 대학은 다음달 9일 박사 학위 수여식을 열 예정이다. 기네스 기록을 보면 지금까지 박사학위를 받은 최고령자는 97세 독일인이다.

라포포트는 25세 때인 1938년 급성 전염병인 디프테리아에 대한 연구로 박사 논문을 제출했지만 구술시험을 치를 수 없었다. 그의 어머니가 유대인이었기에 당시 권력을 장악하고 있던 나치의 용어로는 '1급 잡종'이었기 때문이다.

그해 홀로 미국으로 이주한 라포포트는 48곳의 의대에 지원한 끝에 필라델피아의 펜실베이니아여자의대에 입학했다. 오스트리아 출신 유대인인 내과 의사와 결혼했다.

하지만 공산당과 연관돼 있다는 이유로 정부로부터 달갑지 않은 관심을 받고 있던 남편은 1950년 스위스의 한 학회에 참석했다가 돌아오지 않았고 라포포트도 아이들을 데리고 유럽으로 이주, 동독에 정착했다.

그녀의 사정을 전해 들은 우베 코흐-그로무스 함부르크 의대 학장이 나서 구술시험을 다시 치르는 방법을 제안했고 박사 학위를 다시 받을 가능성이 생기게 된다.

시력이 나빠 컴퓨터를 사용할 수 없었던 라포포트는 가족과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70여년 동안 이뤄진 디프테리아 연구를 샅샅이 뒤져 공부했다. 

그리고 결국 13일 자택 거실에서 코흐-그로무스 학장과 다른 두 명의 교수의 입회하에 45분 동안 구술시험을 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