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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왜 존재하나'...'면피 발언' 이상민 책임론 급부상

2022-11-01 14:35 | 이희연 기자 | leehy_0320@daum.net
[미디어펜=이희연 기자]"국가는 왜 존재하는가?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대한민국 헌법 제34조 6항" 

"인파는 예전 수준이었다. 경찰 인력을 배치해 막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라는 이상민 행정안전부(행안부) 장관을 향해 여권 한 인사가 한 말이다. 

이태원 할로윈 축제 현장에서 일어난 압사 참사로 1일 현재 156명의 희생자가 발생했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사고 직후 열린 정부 브리핑에서 "(경찰) 인력을 미리 배치해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라고 말했다. 국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의무가 있는 행안부 수장의 입에서 나온 '면피성' 발언에 여권 내부에서조차 '부적절한 발언'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 30일 이태원 일대에서 열린 '핼로윈 축제'는 156명 사망이라는 비극으로 끝이 났다. 중상자가 아직 남아있어 희생자는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코로나19 실외 마스크 해제 이후 처음으로 열리는 이날 행사에는 13만 명에 달하는 대규모 인파가 모였다. 그러나 경찰의 현장 통제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좁은 골목길에 수천명의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10월 2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행정안전부·중앙선거관리위원회·경찰청 등에 대한 종합감사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156명의 죽음 앞에서 이 장관은 "인력을 미리 배치해서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예년과 비교했을 때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모였던 것은 아니었다"라고 말해 논란을 자초했다. 사전 대비가 미흡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한 답변이였다. 그러면서 “정확한 사고 원인이 나오기 전까지는 섣부른 예측이나 추측, 선동성 정치적 주장을 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라고 덧붙였다. 

이 장관의 이같은 발언을 두고 일각에서는 '면피성 발언'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에 이 장관은 지난 31일 "(경찰이나 소방의 대응으로) 사고를 막기에 불가능했다는 게 아니라 과연 그것이 원인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라는 답변으로 경찰력 배치가 주요 사고 원인이 될 순 없다는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이 장관은 "염려하실 수 있는 발언을 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라며 자세를 낮췄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무책임한 발언'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국민의힘 당권주자인 김기현 의원은 전날(31일)MBC 라디오에서 "국민들의 아픔을 이해하고 동참하는 모습이 아닌 형태의 언행은 조심했어야 했다"라고 지적했다. 윤상현 의원은 "공직자는 국민에 대해 무한책임을 가져야 한다"라며 "특히 안전을 책임진 행안부 장관은 책임을 다하지 못한 죄송함을 표했어야 한다"라고 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국가는 왜 존재하나"라며 "위험할 정도로 인파가 몰릴 것을 미리 예상하고 정부는 사전에 대비했어야 했다. '선동성 정치적 주장을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 (이상민) 장관부터 당장 파면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10월 31일 국민의힘 정진석 비대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가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다만 국민의힘은 이 장관에게 책임을 묻기 보다는 사고 수습과 재발방지 그리고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게 먼저라는 입장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일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적절한 발언이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면서도 "애도 기간에는 정쟁을 지양하고 사고 원인이나 책임 문제는 그 이후에 논의될 것 같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 장관의 발언을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던 김기현 의원도 유 의원이 제기한 이 장관 '파면론'에 "충분한 원인 규명과 책임 소재가 가려지기도 전인데, 파면부터 언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애도 기간이다. 국민이 마음을 모아 희생자들을 애도하고 유족들의 고통을 위로하며 부상자의 빠른 회복에 관심을 쏟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한 중진의원은 1일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이 장관의 발언이 적절하지 않은 것은 맞다. 조금 더 깊이 생각하고 신중하게 발언했어야 하는데, 그런 부분에서 아쉬운 부분이 있다"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지금은 무엇보다도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을 기리고 그들을 추모해야 할 시간이다. 사고에 대한 책임은 애도 기간이 지난 후에 해도 늦지 않다"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이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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