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서우 기자] 이태원 참사로 회식이나 모임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수개월 전부터 연말 쇼핑 대목을 준비해온 유통업계도 매출을 포기하고 애도에 동참했다.
1일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유통업계는 오는 5일까지 이어지는 국민애도기간을 고려해 이달 대형 행사를 전면 중단한 상태다.
롯데월드몰 운영사 롯데물산 등 롯데그룹 계열사들은 이태원 참사 보도 이후 핼러윈 행사 등 관련 이벤트를 모두 중단했다./사진=롯데월드몰 SNS
특히 신세계그룹은 전 계열사 통합 마케팅 '쓱데이'를 과감하게 취소했다. 쓱데이는 지난해 11월 일주일 만에 매출 1조 원을 올렸을 정도로 신세계에는 의미 있는 행사다.
이마트24도 무려 14개월에 걸쳐 개발한 모바일 앱 서비스 발표를 포기했다. 김시재 홍보팀장은 “많이 고민했지만 국가적 재난상황에서 재미요소를 강조한 보도 자료를 배포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주도하는 코리아세일페스타(코세페)도 지난 31일 서울 명동에서 예정했던 개막행사를 취소했다. 올해는 코세페는 전국 17개 지자체가 협력하고, 전년 보다 5% 이상 많은 2300여 개 기업이 참여하기로 했다.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는 핼러윈 관련 행사를 모두 중단했다. 롯데월드몰·롯데월드타워를 운영하는 롯데물산도 방문객이 대거 몰리는 밸리곰 대형 전시 행사를 취소했다.
최근 몇 년 사이 핼러윈데이(10월31일)는 9월 추석, 11월 블랙프라이데이·코리아세일페스타, 12월 크리스마스 등 하반기 쇼핑 대목을 이어가는 축제로 자리매김 했다. 이때 올리는 연말 성수기 매출은 한 해 실적을 견인할 정도로 중요하지만, 유통업계는 사회적 분위기를 고려해 협력사 등과 연계된 최소한의 프로모션만 하기로 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이후 3년 만에 사회적 거리두기와 야외 마스크 해제로 송년회 등 연말 특수를 기대했던 외식업계도 차분하다.
전국한우협회는 한우먹는날(11월1일) 기념으로 서울 성동구에서 개최 예정이었던 한우숯불구이축제를 중단했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관계자는 “외식업체들은 코로나19 이후 상황이 지속적으로 좋지 않았다”며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해 우선 애도기간을 가지며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통업계는 국민애도기간 종료 후에도 연말까지 침체된 소비심리가 쉽사리 회복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물가상승과 금리인상으로 상황이 좋지 않은 데다 이태원 참사로 인해 우울한 사회적 분위기까지 겹쳐서다.
과거 2014년 4월 ‘세월호’ 침몰 사고 발생 이후에도 소비가 침체됐다. 백화점은 봄 정기세일 실적이 당초 예상했던 성장률에 못 미쳤다. 대형마트의 경우 피해자 거주지역 인근 점포 매출이 일시적으로 줄었다.
유통채널 관계자는 “세월호 트라우마로 당시 행사 매출이 반토막 났었다”며 “이태원 참사도 분명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본다. 특히 백화점 등에서 구매력 있는 소비층인, 자녀를 양육하는 부모들이 이 같은 사건에 심리적으로 영향을 많이 받아 소비를 자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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