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서우 기자] 치킨 프랜차이즈 1위 교촌에프앤비가 오너 체제로 복귀했다. 국내외 경제위기로 기업들의 긴장감이 고조되면서 전문경영인에만 회사를 맡길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발동한 것으로 보인다.
교촌에프앤비 권원강 창업주가 지난 3월 교촌 창립 31주년을 맞아 상생기금을 사재로 출연하고 기념사를 하고 있다./사진=교촌에프앤비 제공
3일 외식업계에 따르면 교촌에프앤비는 오는 2023년부터 권원강 창업주 단독 체제로 운영된다. 롯데 출신의 전문경영인 소진세 교촌에프앤비 회장은 올해를 끝으로 퇴임한다. 다음 달 초 퇴임식을 갖는 것으로 알려졌다.
권원강 회장은 2019년 3월 교촌 창립 28주년 기념식에서 경영 퇴임을 발표했다. 실제로 회장직과 대표이사직을 모두 내려놓고 지난 3년 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었다.
교촌에프앤비는 올해 3월 권원강 창업주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하면서 오너체제 복귀 신호탄을 쐈다. 연말까지 권 회장 지휘 하에 조직개편을 이어 나갈 예정이다.
기존 소진세 회장과 권 회장은 다른 경영 스타일을 보였다. 소 회장이 카리스마형 리더였다면, 권 회장은 포용력을 바탕으로 회사를 운영했다는 평가다. 다만 2018년 12월 권 회장 6촌 조카인 권 모 본부장이 가맹점 직원 폭행 사건으로 도마에 오르면서 이듬해 3월 권 회장이 물러났었다.
돌아온 권 회장은 실적에 대한 부담도 가질 수 있다. 소진세 회장 취임 이후 교촌에프앤비는 지난해 연매출 5000억 원으로 역대 최대 성적을 올렸다.
2020년 1월 윤홍근 제너시스BBQ그룹 회장이 창사 25주년 기념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제너시스BBQ그룹 제공
치킨 프랜차이즈 경쟁사 비비큐(BBQ)는 교촌과 반대다.
창업주인 윤홍근 제너시스BBQ그룹 회장이 지난 8월 지주사인 제너시스 대표이사직을 내려놨다. 정승욱 전 휠라코리아 부사장을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하고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했다. 윤 회장은 경영일선에서 물러나 제너시스와 제너시스BBQ 이사회 의장직만 맡기로 했다.
잦은 최고경영자(CEO) 교체로 논란이 됐던 제너시스BBQ가 이번에는 오명을 벗을 수 있을지, 당분간은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윤 회장은 여전히 글로벌 시장개척과 같은 주요 사업을 맡고 있고, 윤 회장의 동생 윤경주 부회장은 지주사 제너시스의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최근 푸르밀 사태 등으로 업계에는 오너 경영능력 검증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범 롯데가 유제품 전문기업 푸르밀은 지난 달 17일 전 직원에게 메일로 사업 종료를 알렸다. 이유는 영업적자였다. 푸르밀 노조는 사측의 일방적인 사업 종료와 해고 통보에 반발하며 “오너의 경영 무능 때문에 회사가 빠졌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전문경영인 체제에서 2018년 초 오너 경영으로 전환한 이후, 실적이 악화일로를 걸었기 때문이다.
특히 유통업계가 최근 현장 사고로 인해 오너의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어 오너 경영과 전문경영인 간 회사 경영 문제는 더욱 이목이 쏠릴 수밖에 없다.
교촌 관계자는 “급속도로 악화되는 국내외 경제위기 상황 가운데 이사회 의장인 권원강 창업주가 책임경영에 대한 의지를 갖고, 임기를 모두 마친 소진세 회장은 회장직을 더 이상 맡지 않기로 공감대를 가졌다”고 설명했다.
[미디어펜=이서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