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잇단 은행권의 금융사고에 대응해 금융당국과 은행권이 새로운 혁신안을 내놨다. 내부통제 개선의 일환으로 준법감시를 강화하고 한 부서에 장기근무하는 인력을 감축한다. 또 오는 2027년까지 변호사·회계사 등의 전문인력 비중을 20% 이상 의무화한다. 나아가 명령휴가제 등 사고예방조치 세부 운영기준을 마련하고 사고에 취약한 업무과정을 고도화한다.
이로써 최소한의 내부통제 의무를 피상적으로 지키던 과거의 관례를 타파하고, 내부통제에 대한 인식 전환의 기회로 삼겠다는 입장이다.
잇단 은행권의 금융사고에 대응해 금융당국과 은행권이 새로운 혁신안을 내놨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3일 금융감독원은 이 같은 내용의 '국내은행 내부통제 혁신방안'을 내놨다. 금감원은 지난 7월 26일부터 10월 18일까지 은행연합회, 은행권과 함께 금융사고 예방 및 내부통제 개선을 위한 '은행권 태스크포스(TF)'를 운영했다. 최근 금융사고 발생원인을 분석하고, 은행권 내부통제 운영현황을 점검한 결과를 토대로 개선안을 마련했다는 후문이다.
이번 혁신안의 핵심기조는 △내부통제 인프라 혁신 △내부통제 실질화 △내부통제 상시화 등으로 구분된다.
우선 인프라 혁신은 준법감시부서 인력과 전문성을 확충하고, 동일 부서의 장기근무자를 감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올해 3월 말 은행권 준법감시부서 인력 비중은 0.48%로 최소 필요인력비율인 0.80%에 크게 못미친다. 주요 전문인력 비중도 9.7% 수준이다. 담당부서 인력과 전문성 부족으로 내부통제가 느슨해지고, 금융사고로 이어지는 만큼, 관련 전문인력을 추가 배치하도록 의무화하겠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준법감시부서 인력은 총 임직원의 0.8%를 지키고 최소 15명 이상 배치해야 한다. 총직원 1500명 이하의 소규모 은행은 최소비율 1.0% 최소 8명을 차등 적용한다.
더불어 해당 부서 내 전문인력 비중도 20% 이상 갖춰야 한다. △전문분야 석사학위 이상 소유자 △변호사, 회계사, CFA, FRM, CISA 등 관련 분야 자격증(해외 자격증 포함) 보유자 △은행 전문 분야에서 5년 이상 근무한 직원 등이 해당된다. 특히 여신, 외환, 파생, 리스크, IT, 회계 등 주요 6개 분야에는 최소 1명 이상의 전문인력을 확보해야 한다. 모든 은행은 전문인력 배치를 2027년 말까지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동일 부서의 장기근무자 인사관리 체계는 현행 부서이동 및 직무순환과 별도로 장기근무자는 순환근무 대상 직원 중 5% 이내 또는 50명 이하로 관리해야 한다. 장기근무 승인은 매년 심사하며, 최대 2회까지 가능하다. 관리비율 준수의무 등은 인사관리 측면을 고려해 오는 2025년 말부터 시행한다.
명령휴가 및 직무분리제도도 개편된다. 명령휴가자 대상에 영업점 직무 위주의 위험직무자를 본점 직무까지 대폭 확대하고 동일 부서 장기근무자, 동일 직무 2년 이상 근무자도 포함한다. 위험직무자와 장기근무자의 경우 강제명령휴가(최소 연 1회, 회당 1∼3영업일 이상)가 의무화되고, 준법감시부서는 매년 명령휴가 실시 현황을 평가해 그 결과를 내부통제위원회에 보고해야 한다. 이 밖에 직무분리 대상을 구체적으로 밝히고, 은행들은 관리시스템도 구축하기로 했다.
내부고발자에 대한 익명성도 강화된다. 내규상 실명신고 원칙 문구를 삭제하는 한편, 익명신고 시에도 원칙적으로 조사결과 회신 의무화된다. 내부고발자의 고발 유형을 구분해 보상안도 마련한다. 사고예방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대상도 지점과 본점 부서 업무 일부로 확대된다. 책임회피를 피하기 위해 직급별 내부통제 책임도 구체화한다.
더불어 시스템 접근통제를 고도화해 비밀번호를 대체할 생체인식 등의 인증방식을 도입하고, 채권단 공동자금 검증을 의무화한다. 또 자금인출 시스템의 단계별 검증을 강화하고, 수기문서와 외부 수신문서에 대한 관리·검증을 강화한다.
이밖에 내부통제를 확대하기 위해 상시감사 대상을 확대하고, 이상거래에 대한 보고·처리 프로세스도 강화된다. 영업점 자점감사 결과에 대한 준법감시부는 적정성 검사를 의무적으로 해야 한다.
은행연합회는 이번 혁신안을 올 연말까지 모범규준에 반영하기로 했다. 개별 은행들은 업무계획 검토 등 준비기간을 거쳐 내년 4월 1일부터 본격 시행할 계획이다. 금감원은 내년 2분기부터 은행들이 관련 내용을 이행하는지 확인할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감원은 은행권 금융사고 검사상시감독 강화방안도 적극 시행해 법규개정이 필요한 과제에 대해서도 금융위와 협의해 차질 없이 추진할 계획"이라며 "이번 혁신방안이 제대로 이행돼 은행권에 내부통제 문화가 뿌리내릴 수 있도록 지속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