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준희 기자]한남2 재정비촉진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의 시공사 선정 총회를 하루 남기고 대우건설과 롯데건설의 경쟁이 과열되면서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특히 롯데건설은 지난 2일 조합사무실에서 진행된 부재자 투표 과정에서 불법 행위가 확인됐다며 용산경찰서에 대우건설 직원들을 건설산업기본법, 입찰방해죄, 업무방해죄 등으로 고발했다.
롯데건설 측은 "신원이 확인된 양 사 직원 외에 무단 침입해 있던 대우건설 측 직원이 조합 관계 직원에게 발각됐다"며 "해당 직원은 발각되기 전까지 부재자 투표용지에 접근하고 자리를 옮겨가며 조합원 개인정보가 담겨있는 조합 컴퓨터에서 6명의 투표를 보며 전산 작업을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대우건설 측은 "해당 직원은 주차 안내 등을 위해 일일 아르바이트로 고용된 직원"이라며 "조합 직원이 해당 직원을 조합 아르바이트로 착각해 주변 정리와 컴퓨터로 수행하는 단순 업무를 지시했고 이를 수행하던 중 조합 아르바이트 직원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서로 확인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아울러 "단순 해프닝을 과장해 허위 사실을 유포하고 흑색 선전으로 일관하는 롯데건설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한남2구역 부재자 투표 불법 행위 논란의 중심에 있는 아르바이트 직원 A씨는 미디어펜과 단독 인터뷰를 진행했다. 일련의 사태에 대해 A씨는 당혹스러운 심경을 전하며 "불법 행위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한남2구역 수주전이 과열되는 가운데 부재자 투표 과정에서 불법 행위가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사진은 불법 행위 관련 롯데건설(왼쪽) 및 대우건설 입장문./사진=미디어펜
-부재자 투표 당일 현장은 왜 방문한 것인가.
"아르바이트였다. 부재자 투표 전날 회사(대우건설 협력업체) 직원이 한남2구역 재개발조합 사무실 주소를 알려주며 '7시 50분까지 가라'고 했다. '사무실에 가서 무엇을 해야 하냐'고 묻자 '사무실에 있는 팀장이 할 일을 설명해줄 것이다'라고 해서 당일 시간 맞춰 사무실에 도착했다."
-조합 사무실에 도착한 이후에는 어떤 일을 했나.
"따로 챙겨주는 사람이 없었다. 일단 일을 하기 위해 간 것이니 사무실에 있는 사람들에게 '오늘 하루 도와주러 온 아르바이트인데 무엇을 해야 하냐'고 물었다. 그러자 여성 2명이 간단한 업무 등을 지시했다. 그들이 조합 관계자였는지, 어디 소속이었는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구체적으로 어떤 업무를 지시받았나.
"노트북을 전달 받았다. 조합원 명단과 우편번호가 적혀 있는 엑셀 파일이 열려 있었고 1번에서 900번대까지 숫자가 적혀 있었다. 한 직원이 조합원 이름을 호명하면 내가 번호를 찾아서 불러줬다. 5명 정도 불렀을 때 다른 사람들이 나에게 '어디 소속이냐'고 다시 물었다. 이후 신고를 받고 경찰이 출동했다."
-경찰 출동 이후 상황은 어떻게 진행됐나. '현장 도주설'은 사실인가.
"현장에서 도주했다가 경찰에게 잡혔다는 얘기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그대로 있었고 경찰 조사도 다 받았다. 경찰에게 있었던 일에 대해 그대로 설명했다. 지금 인터뷰 내용과 동일하다. 경찰이 이름과 전화번호 등 인적사항도 확인했다."
부재자 투표 당일 아르바이트 직원으로 고용된 A씨는 불법 행위 의혹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사진은 한남2구역 인근 골목 전경./사진=미디어펜
-신고자가 주장하는 내용은 무엇이었나. '잠입설'도 있다.
"내가 노트북을 조작하면서 조합원 명부를 대우건설 쪽으로 빼돌린 것이 아니냐고 했다. 나는 '원한다면 휴대폰을 확인해 봐도 좋다'고 말했고, 경찰이 그럴 필요 없다고 했다."
-경찰이 다른 말은 하지 않았나. 그대로 조사가 끝난 것인가.
"딱히 큰 잘못이 없다고 했다. 경찰이 '나중에 연락이 갈 수도 있다'고 했고, 일단 경찰에서 더 확인할 것이니 돌아가라고 했다."
-롯데건설 측은 '아르바이트 직원이 투표용지를 만졌다'고 주장하는데.
"투표 전에 용지 갯수가 맞는지 확인해 보자고 해서 같이 확인한 것 뿐이다. 말 그대로 (투표를 하기 위한) 용지라고 생각했지, 중요하다는 생각은 안했다."
-롯데건설과 대우건설 모두 CCTV 공개를 주장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생각은.
"상관없다. 다만 현장에서 몇 번 (개인적인) 통화를 했는데 '대우건설 측과 소통한 게 아니냐'고 할까 봐 걱정된다. CCTV 영상에서 음성까지 확인할 수 있다면, 대우건설과 통화하지 않았다는 것을 확실하게 증명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논란과 관련해 더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대우건설과 롯데건설이 한남2구역 재개발 수주를 위해 경쟁하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나는 협력업체 아르바이트 직원으로 사무실에 갔을 뿐이고 수주전 등에 대해서는 관심도 없다. 그냥 일을 하기 위해 간 것이다. 갑작스럽게 이런 일에 휘말리게 돼서 당혹스럽지만 신경 안 쓰려고 노력 중이다. 다만, 당일 촬영된 내 사진이 조합원 커뮤니티 등에 배포돼 마음이 불편하다."
[미디어펜=김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