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서우 기자] 낙농가와 유업체간의 원유(原乳)가격 협상이 2013년 원유가격연동제 도입 이후 두 번째로 큰 인상폭으로 결론 났다. 흰 우유는 물론 빵과 커피, 아이스크림 가격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되면서 다가오는 2023년에도 소비자 부담은 더 커질 전망이다.
4일 유업계는 인상된 원유 가격이 올해 안에 소비자 가격에까지 반영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원윳값 조정은 통상 8월 이뤄진다. 올해는 낙농제도 개편이 맞물리면서, 낙농가와 유업체 간 의견차를 보여 지난 9월에서야 협상이 시작됐다.
현재 흰 우유 소비자 가격은 리터당 2700원대 중반 수준이다. 과거 원윳값이 ℓ당 21원 올랐을 때 흰 우유 가격은 150∼200원 올랐다. 이번 원유 가격 인상으로 ℓ당 400~500원 가량 오를 것이란 관측이다. 흰 우유 1ℓ 가격은 3000원에 육박해 앞자리가 바뀌게 된다.
매일유업, 남양유업 등 유업체들은 올해 원윳값 협상이 늦어진 만큼, 서둘러 유제품 가격 인상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물류비와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생산비 압박이 커진데다, 낙농가로부터 사들이는 원유 가격도 올라 식품업계 부담도 커진 상황이다.
원유가격 인상은 곧 ‘밀크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우유를 재료로 쓰는 빵이나 커피전문점 라떼류, 아이스크림까지 원재료 값이 오르기 때문이다.
앞서 유업계는 올해만 두 차례 이상 원자재 가격 급등을 이유로 유제품 가격을 올렸다. 스타벅스 코리아, 커피빈 등 커피 전문점들도 이미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이번 원유가격 인상으로 내년 초 가격인상까지 예고된 셈이다.
서울우유협동조합은 지난달 피자치즈 등 40여 종의 치즈 가격을 약 20% 올렸다. 남양유업은 이달부터 발효유 제품을 대리점 출고가 기준 평균 10%, 치즈 제품은 평균 15%, 두유는 평균 14%, 컵커피 편의점 제품은 7~12% 각각 인상했다. 매일유업은 지난 9월 요거트와 요구르트 제품 가격을 15~25%, 컵커피를 11% 각각 올렸다.
유업체 관계자는 “정부에서도 인상 폭을 최소화하도록 요청하고 있다”며 “어떻게 소비자 부담을 최소로 반영할지는 기업들이 계속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지난 3일 낙농진흥회는 이사회를 열고 원유 기본가격을 ℓ당 947원에서 999원으로 올리기로 합의했다.
기본 가격은 ℓ당 49원 올리고, 올해의 경우 원유가 인상이 늦게 결정된 점을 고려해 L당 3원 추가로 지급하기로 했다. 실질적으로는 ℓ당 52원이 오르는 셈이다. 2013년 원유가격연동제 도입 이후 두 번째로 큰 인상폭이다.
농식품부는 또 내년부터는 원유를 음용유와 가공유로 분류해 가격을 달리 적용하는 ‘용도별 차등가격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내년에는 원유 가격이 음용유와 가공유로 나눠 다르게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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