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한미 연합공중훈련인 ‘비질런트 스톰’ 기간 중 북한은 이례적으로 역대 최대의 무력도발을 감행했다. 나흘동안 탄도미사일을 32여발 쐈고, 이 중 한발은 울릉도 방향으로 향하다가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해 속초 동방 57㎞ 지점에 낙탄됐다. 이 때문에 울릉도에 공급경보가 발령됐다.
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해 2단 분리에 성공하는 기술력을 과시했으며, 2일 하루에만 동·서해상에 25발의 각종 미사일을 퍼부었다. 또 동서해 완충구역을 향해 한번에 100여발씩 포탄사격을 해서 9.19 남북군사합의도 수차례 위반했다. 4일에는 미사일을 쏘지 않는 대신 약 4시간에 걸쳐 군용기 비행 항적 180여개를 띄워 폭격기의 공대지 사격을 감행했다.
비질런트 스톰에는 최신 스텔스 전투기 F-35B와 F-35A를 포함해 한미 공군전력 240여대가 대거 참여했다. 북한의 무력 대응이 커지면서 훈련기간을 하루 더 연장시킨 5일엔 괌 기지에 있던 일명 ‘죽음의 백조’ B-1B 전략폭격기 2대도 추가로 출격했다. 최대 60톤의 폭탄을 장착할 수 있는 B-1B는 미국의 전략자산으로 꼽힌다.
북한의 지난 9월 핵무력 법제화 발표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선제공격 시사에 따라 이번 한미훈련도 확장억제 강화에 초점이 맞춰졌다. 하지만 북한은 상당히 이례적으로 한미훈련 기간 도중 도발을 벌이면서 NLL 침범에다 오래된 군용기까지 다 동원하는 등 이례적인 무력시위를 계속했고, 미국 역시 한미훈련 연장 등 이례적인 대응을 기록했다.
급기야 북한은 5일 중국과 접경지역에서 서해상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4발을 발사해 그 의도에 관심이 쏠렸다. 중국 선박이 몰려있는 서해 공해상으로 쏘면서 중국과 사전협의를 안 했다면 지금 북한 상황은 중국도 제어 못하는 상태일 수 있다. 하지만 중국과 사전협의를 거쳤을 가능성이 높고, 따라서 유사시를 대비해 원점 타격이 어렵도록 다양한 발사 지점을 개발하는 차원일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자신들의 핵 선제타격 위협에 대응해 시행된 연례적인 한미훈련에 반발하며 매일 강도 높은 도발을 이어간 북한을 규탄하기 위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열렸지만 또다시 ‘빈손’으로 끝났다. 4일(현지시간) 열린 안보리 공개회의에서 중국과 러시아는 또 북한 편을 들었고, 안보리 차원의 ‘규탄성명’조차 채택되지 못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9월 25일부터 10월 9일까지 인민군 전술핵운용부대, 장거리포병부대, 공군비행대의 훈련을 지휘했다고 노동신문이 10일 보도했다. 2022.10.10./사진=뉴스1
2017년만 해도 안보리 결정에 최소한 반대는 하지 않았던 중·러 양국이 지금처럼 노골적으로 북한을 두둔하고 있으니 북한 7차 핵실험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는 전망이 나온다. 북한이 7차 핵실험을 한다면 2018년 4월 북한이 국제사회에 약속했던 핵실험 유예 약속을 공식적으로 파기하는 것이 된다. 아울러 스스로 핵보유국 지위에서 핵능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겠다는 북한의 의지를 천명하는 셈이 된다.
국가정보원은 이미 북한의 7차 핵실험이 중국 당대회 이후 미국 중간선거 이전인 10월 16일~11월 7일 사이에 있을 수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 한미 정보당국은 북한의 핵실험 준비는 모두 끝났고, 김 위원장이 정치적으로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처럼 북한의 핵실험이 임박했다는 예상이 대체적인 가운데 일각에서는 연내 7차 핵실험은 없을 것이란 전망도 내놓고 있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은 이미 6차례나 핵실험하며 경량화, 소형화, 다종화에 수소탄까지 성공했다고 하고, 전술핵운용부대까지 만들어 훈련한다”며 “북한의 발표가 거짓말이 아니라면 기술적으로 7차 핵실험을 한다고 하더라도 더 위협적일까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이제는 북한의 핵실험보다 단거리탄도미사일 한발 발사를 더 위협으로 느껴야 하지 않나”라면서 “북한은 전술핵으로 한반도 전역으로부터의 억지를 현실화하면서 아직 완성하지 못한 미 본토 타격을 위한 억지용 ICBM을 완성하려고 할 것 같다. 전술적 차원과 전략적 차원의 두 가지 트랙을 같이가고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이번에 한미 군 당국은 미국의 전략자산을 ‘상시 배치’에 준하는 효과를 낼 수 있도록 한반도 전개 빈도 및 강도를 확대하기로 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3일 워싱턴에서 열린 제54차 한미 안보협의회의(SCM)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19개항 공동성명에 합의했다. 이 공동성명에는 ‘북한의 핵공격 시 김정은정권 종말로 이어질 것’이라는 문구가 포함됐다. ‘정권 종말’은 지난달 27일 미국정부가 발표한 국방전략서(NDS)에도 담겼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