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보라 기자] 기준금리 인상으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카드사들이 자동차할부금융 금리도 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카드사들은 그간 가맹점수수료 인하로 인한 수익성 악화를 만회하기 위해 낮은 금리를 무기로 자동차할부금융에서 경쟁을 벌여왔으나 이마저도 어렵게 됐다.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기조, 레고랜드 사태 등으로 채권시장 심리가 급랭하면서 채권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길이 막힌 일부 카드사는 물론 자동차할부금융 시장의 터줏대감인 캐피탈사들도 금리를 높이고 무이자 할부기간을 줄이며 영업을 축소하는 모습이다.
9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이달 기준 국내 주요 카드·캐피탈사들의 자동차할부 대출금리는 할부기간 60개월 기준 평균 연 6~7%대로 나타났다. 지난 3분기(7~9월) 평균 할부금리(3%대 중후반) 대비 두 배 수준으로 뛴 것이다.
카드사의 경우 현대자동차 쏘나타(신차)를 현금구매비율 10%, 대출기간 60개월 조회하면 최고금리가 우리카드 9.2%(지난달 25일 기준), 롯데카드 8.7%(2일 기준) 신한카드 8.6%(7일 기준), 삼성카드 6.6%(1일 기준), 하나카드 6.5%(1일 기준), KB국민카드 6.4%(이날 기준) 등으로 나타났다.
캐피탈사의 경우 10%를 넘겼다. 캐피탈사 중 금리가 가장 높은 곳은 하나캐피탈로 10.4%(7일 기준)를 기록했다. 이어 BNK캐피탈 9.4%(9월 30일 기준), 현대캐피탈 9%(지난달 1일 기준), KB캐피탈 7.9%(지난달 1일 기준), 롯데캐피탈 7.8%(9월 30일 기준), 우리금융캐피탈 7.6%(9월 30일 기준) 순이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여신전문금융회사의 자금조달 부담이 커지면서 자동차할부금융 금리도 오른 것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스텝'을 4차례 연속 단행하면서 한국은행 역시 오는 24일 6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보인다. 이에 자동차할부금융 평균금리가 9~10%대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은행과 달리 수신 기능이 없는 카드사와 캐피탈사는 여신전문금융채권(이하 여전채)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데 최근 여전채 금리가 6%대로 뛰면서 할부금융 금리에 그대로 반영됐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신용등급 AA+인 여전채 3년물 금리는 지난 4일 6%를 기록했다. 지난 1월 3일에는 같은 조건의 여전채 금리가 2.42%였는데 10개월만에 금리가 2.5배가 된 것이다. 여신사가 발행하는 기타금융채 순발행액은 지난해 14조8213억원에서 올해 7조9133억원(4일 기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여신금융업계 관계자는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높은 금리를 주고도 자금을 조달하기가 어려워진 상황"이라며 "일부 회사는 금리를 높여 사실상 '디마케팅'(고객 구매를 의도적으로 줄이는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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