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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업계, 탄소 없는 청정 하늘길 모색…"SAF 보급↑, 정책 지원 필수"

2022-11-13 13:17 | 박규빈 기자 | pkb2162@mediapen.com
[미디어펜=박규빈 기자]글로벌 항공업계가 각국 탄소 중립 정책에 맞춰 친환경 항공유 도입 확대를 천명하고 있다. 하지만 단가 자체가 높아 각 항공사들이 고민 중인 만큼 관계 당국들이 항공유 제조를 담당하는 정유업계나 사용자인 항공업계에 대한 각종 혜택을 제공하는 정책을 입안해야 사용량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 화물기가 인천국제공항 저유 시설을 지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13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전세계 항공·환경 당국은 항공사들에 대한 탄소 중립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항공사들은 이에 따라 탄소 복합 소재로 제작된 신형 항공기를 들여오는 등 여러 노력을 경주하고 있지만 핵심은 연료에 관한 부분이다.

자동차는 전기나 수소로 동력 공급이 가능하지만 항공기의 경우 에너지 밀도·예비 연료 탑재 의무·중량 제한 등 현재 기술 수준으로는 불가능한 상태다. 때문에 탄소 배출량이 많은 석유 기반 연료가 아닌 목질·콩 기름·팜유·폐 식용유로 만든 바이오 항공유를 기존 연료에 배합해 온실 가스 저감을 이룩하자는 차원에서 '지속 가능한 항공유(SAF, Sustainable Aviation Fuel)'의 개념이 생겨났다.

영국 기업에너지산업전략부(BEIS)는 승객 한 명이 1km를 이동할 때마다 버스 105g, 중형차(디젤) 171g, 비행기(단거리)는 255g 수준의 탄소 발자국을 남긴다고 발표했다. 에어 트랜스포트 액션 그룹(ATAG)이 발행한 '웨이포인트 2050' 보고서에 따르면 SAF는 2050년까지 항공 부문 탄소 감축량 중 65%를 차지할 전망이다.

이퓨얼(e-fuel) 개요./자료=국제청정교통위원회(ICCT) 제공


SAF는 제조 방식 등에 따라 여러 갈래로 나뉜다. 특히 '피셔-트롭쉬(FT) 합성'과 같은 화학 반응을 통해 수전해에서 파생된 이산화탄소와 수소를 결합해 생성되는 PtL(Power-to-Liquid)은 화석 연료로 만들지 않지만 기존 석유 제품과 유사한 화학식을 보인다. '이퓨얼(e-fuel)'로도 통하는 PtL은 기존 내연 기관·인프라 구조를 변경하는 등 새로운 투자 없이 수송 부문을 탈 탄소화 할 수 있다는 잠재력이 있어 항공 부문에서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 미국 아르곤 국립 연구소는 수전해에 재생 에너지 전기가 사용되면 PtL은 온실 가스 배출량을 0에 가깝게 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 같은 이유로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항공 부문 온실 가스 감축을 달성하기 위한 핵심 조치로 SAF를 제안한 바 있다. 이 점에 가장 적극적인 유럽 연합(EU)은 역내 SAF 의무 혼합 비율을 2025년 2%로 시작, 2030년 27%까지 끌어올리고, 0.7%는 'e-항공유'로 채운다는 하위 목표도 설정했다. 또한 2050년 SAF 사용 비중은 63%, 이 중 e-항공유는 최소 28%까지 끌어올리겠다고도 했다.

SAF 관련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환경 보호를 위해 필수적인 조치이나, 한편 각국 항공사들이 비용 문제를 이유로 주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현재도 항공사들은 영업이익 중 30% 가량을 연료비로 지출하는데, SAF의 단가 자체가 높은 탓에 수지 타산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2020년 기준 미국의 평균 e-항공유 생산 비용은 갤런당 8.80달러(리터당 2유로)다. EU 지역에서는 재생 에너지 전기 가격이 높아 미국 대비 45% 비싸다. 2050년까지도 e-항공유는 여전히 제트-A나 수소 처리 에스테르·지방산(HEFA)과 비용 경쟁력이 없을 것이라는 게 국제청정교통위원회(ICCT) 분석이다. 2050년 미국의 평균 e-항공유 생산 비용은 제트-A 혹은 HEFA 보다 각각 45%, 37% 더 높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지난달 8일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된 제8차 한불클럽·불한클럽 공동 회의석상에서 "올해 봄 국내선 1시간 짜리 노선에 SAF를 급유하는 실험을 해봤는데, 기존 화석 연료 대비 비용이 8배가 들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대한항공 역시 '2022 대한항공 ESG 보고서'를 통해 "SAF가 기존 항공유 대비 가격이 높아 혼합의무화 규제 도입 시 운항 비용이 상승할 것"이라며 중·단기 경영 위협 요인으로 꼽았다. 탄소 정보 공개 프로젝트(CDP)에 의하면 2025년 EU발 항공편에 SAF를 2% 혼합하면 대한항공은 연간 46억 원 가량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4월 기준 전 세계 50개 이상 항공사들이 SAF를 쓰고 있지만 전면 도입에는 난색을 표하고 있는 이유다. 때문에 KLM 네덜란드 항공은 글로벌 항공업계 최초로 스카이NRG와 유럽 내 최대 SAF 생산 공장을 네덜란드에 건립함으로써 연료 공급 수직 계열화를 도모하고 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각국 정부가 정책적 지원에 나서면 SAF가 기존 화석 기반 항공유 가격 경쟁력을 갖춰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또한 관계 당국들이 SAF 제조를 담당하는 정유업계의 연구·개발(R&D)과 실증 플랜트를 지원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ICCT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항공 자원 위원회는 저탄소 연료 표준(LCFS, Low Carbon Fuel Standard) 프로그램에 따라 SAF 생산자에 대한 크레딧 등 주 정부 차원의 재정 지원을 부여토록 했다. 아울러 미국 연방 에너지부는 바이오 항공유 기술 개발에 6470만 달러를 지원한다고 지난해 9월 밝혔다.

에어프랑스 여객기에 프랑스 화학 기업 토탈 급유 차량이 SAF를 주유하고 있다./사진=에어프랑스 제공


프랑스 정부는 SAF 생산 공정을 개발, 혹은 개선하거나 연구에 참여한 대가로 세제 혜택을 제공한다. 토탈은 원유 제로화에 5억 유로를 투자하기로 했고, 에어프랑스는 이 같은 정책들에 힘 입어 2030년까지 자사 모든 항공편의 SAF 혼합 비중을 10% 수준으로, 2030년에는 63%까지 제고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국내 SAF 기술력은 선진국 대비 낮은 편이라는 게 산업통상자원부 설명이다.

산업부 석유산업과 관계자는 "국내 SAF 기술은 미국 대비 83.5%, EU 대비 93%, 일본 대비 88%수준으로, 열위에 있는 만큼 기술 경쟁력 확보가 필요하다"며 "원료 국산화율은 31%로 이에 대한 노력이 따라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부는 바이오 연료를 사용하는 항공사들에게 실적에 따른 인센티브 제공 방안을 검토 중이다./자료=산업통상자원부 석유산업과 제공


산업부 석유산업과는 지난달 13일 '친환경 바이오 연료 확대 방안'을 발표했고, 뒤이어 지난 3일 '친환경 바이오 연료 활성화 얼라이언스'를 출범시켰다. 3개반으로 구성된 이 조직에는 △한국석유관리원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현대오일뱅크 △SK에너지 △대한석유협회 △바이오에너지협회가, 이 중 항공 작업반에는 한국항공협회·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등 각 기관과 업계가 포함돼 있다.

산업부는 2026년 바이오 항공유 상용화를 목표로 함과 동시에 법적 근거 마련을 위해 올해 내 연구 용역을 거쳐 내년부터 관련 법령 개정 작업에 착수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대규모 친환경 바이오 연료 통합형 기술 개발을 추진하며, 이를 위해 올해부터 필수 기술 과제들을 선정하는 기획을 거쳐 2024년부터 4500억 원 규모의 대형 예비 타당성 조사를 기획·추진한다.

아직 국내 정유 4사 중에는 SAF를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기업은 없다. '화이트 바이오' 연료 공장을 추진하는 현대오일뱅크는 대한항공과 국내 바이오 항공유 제조·사용 기반을 조성하고 시장 조사와 연구·개발(R&D)에 착수하며, 바이오 항공유 인식 제고·관련 정책 건의를 함께 해나간다는 방침이다.

SK이노베이션 자회사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SKTI)은 넷제로 원유를 정제해 친환경 항공유를 비롯한 다양한 넷 제로 제품을 생산할 계획이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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