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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아닌 로봇...정의선 회장, 미래전략 청사진

2022-11-14 11:56 | 김태우 차장 | ghost0149@mediapen.com
[미디어펜=김태우 기자]글로벌 완성차 시장에서 현대자동차그룹의 전기차들이 올해의 차를 수상하는 놀라운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자동차 격전지 미국과 종주국 독일에서도 현대차그룹의 전기차가 인정받으며 글로벌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모습이다. 

이런 시장의 분위기에 몇 해 전 체질개선을 선언하고, 자동차 제조사에서 모빌리티솔루션제공기업으로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는 정의선 회장의 미래전략에 관심이 집중된다.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이 로보틱스 비전 발표를 위해 로봇개 스팟과 함께 무대위로 등장하고 있다. /사진=현대차 제공


흥행하고 있는 전기차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로보틱스 기업이 아닌 배터리 기업을 인수하는 것이 더 실용적이었다는 의견 때문이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은 지속가능한 신성장동력 마련과 체질개선이라는 목표를 위해 더 멀리 내다보고 이 같은 결정을 한 것으로 보인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의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 전기차 GV60가 독일 올해의 차의 프리미엄(구매가 최대 5만 유로 미만)부문에 최종후보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자동차 종주국에서 전기차를 통해 고급차브랜드로서의 가치를 인정받게 된 것을 의미한다. 

앞서 지난해에는 현대차그룹의 산하 브랜드 현대차와 기아 등의 전기차가 미국과 유럽등에서 다수의 올해의 차를 수상하며 현대차그룹 전기차의 경쟁력과 기술력을 입증한 바 있다. 하지만 이런 기술력이 현재 핵심부품 배터리의 수급부족으로 판매량을 올리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일부에서는 정의선 회장의 미래전략 선택에 의문을 품는 시선도 나오고 있다. 전기차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는 현대차그룹을 도약시키기 위해서는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이수보다 배터리 스타트업 기업을 인수하는 방안이 더 가치 있는 투자였을 것이라는 시선 때문이다. 

현재 글로벌 자동차 시장은 배터리부족 현상으로 인해 고객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에 현대차그룹의 전기차도 주문 후 최대 2년 이상의 시간을 기다려야 되는 실정이다. 이 같은 현상은 타 전가차 선구자격인 테슬라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문제다. 

이에 배터리 업체를 내제화해 빠르게 문제를 해결해 나갈 방법을 모색해야 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하지만 정의선 회장은 배터리 스타트업이 아닌 로보틱스 회사를 인수하고 체질개선에 집중하고 있다.


◇로보틱스에 진심 보인 정의선 회장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을 단순 자동차 제조회사가 아닌 모빌리티 솔루션 제공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이런 정 회장의 선택은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인수였다. 

정의선 회장은 코로나가 창궐하던 지난 2020년 글로벌 기업들이 긴축정책을 시행했을 당시 사재까지 동원해 현대자동차그룹의 보스턴다이내믹스 인수를 마무리한 바 있다. 

현대차그룹의 지속가능한 신성장동력으로 꼽히는 로보틱스 분야의 새출발이 시작된 것이다. 정의선 회장의 취임 이후 모빌리티솔루션 제공기업으로 전환을 선언한 현대차그룹인 만큼 로보틱스 분야에서의 광폭행보가 기대를 모으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2020년 12월 본계약을 체결한 미국 로봇 전문기업 보스톤 다이내믹스의 지분인수를 지난해 6월 최종 완결했다. 지분 인수에는 정의선 회장의 직접 투자도 포함됐다.

현대차그룹 뛰어든 글로벌 로보틱스 시장 추이. /사진=현대차 제공



앞서 현대차그룹은 2020년 말 소프트뱅크와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에 대한 본계약을 체결했으며, 그동안 지분 인수 대금 납입 등의 절차를 진행해 왔다.

이번 거래에서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가치는 약 11억 달러로 평가됐다. 인수 결과 현대차그룹이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지분 80%를, 소프트뱅크그룹이 20%를 보유하게 됐다.

로봇 시장은 서비스, 인명구조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의 수요와 센서, 모터 등의 기술 발전을 바탕으로 급성장해왔으며, 향후 정보통신기술(ICT) 기술 발전과 함께 더욱 확장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정의선 회장은 지난 2020년 임직원과의 타운홀 미팅에서 "현대차그룹 미래 사업의 50%는 자동차, 30%는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 20%는 로보틱스가 맡게 될 것"이라고 선언하는 등 로보틱스 사업을 미래 현대차그룹의 중심 축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로보틱스 통해 기대되는 시너지

정의선 회장의 로보틱스 사업에 대한 기대감은 그가 사재를 동원해 직접 지분 인수에 나선 것을 통해 증명된다. 정 회장은 이번 투자를 통해 보스턴 다이내믹스 지분 20%를 보유하게 됐다. 나머지는 현대차 30%, 현대모비스 20%, 현대글로비스 10% 등으로 구성된다.

현대차그룹은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물류 로봇, 안내 및 지원 로봇,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 진입을 위한 자율주행(보행), 로봇팔, 비전(인지·판단)등의 기술 분야에서 종합적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핵심 기술력을 갖춘 것으로 판단했다.

이를 통해 현대차그룹은 자율주행분야와 더불어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스마트팩토리 구축등에서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자율주행 분야에서는 로봇의 자율보행기술을 통해 자동차에 접목해 비약적인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 이를 기반으로 한 UAM분야에서도 큰 시너지 효과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현재 40~50km의 속력에서 완벽한 자율보행이 가능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 로봇보행 기술이 자동차에 접목되면 근시일 내에 완전자율주행이 가능한 시대도 기대할 수 있다. 

또 제조업 기반의 현대차그룹인 만큼 로보틱스 기술력을 접목해 보다 빠른 스마트 팩토리의 안착도 기대할 수 있다. 현재 자동화 단계에서 인력으로 해왔던 마지막 부분에 로보틱스가 접목되면 완전한 자동화가 가능해 지기 때문이다.

이 부분에서 활용할 수 있는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기술은 최대 23kg의 물건을 싣고 내릴 수 있는 로봇 '스트레치'와 같은 로봇들이 대기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인력이 필수였던 마지막 작업을 로봇이 대체 할 수 있게 되며 제조업의 자동화가 빠르게 진행 될 수 있다. 

미국 로봇 전문 업체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아틀라스&스팟. /사진=현대차그룹 제공



이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글로벌 고령화 시대에 인력난을 호소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나아가 현대차그룹은 로봇틱스 분야의 기술을 통해 기존의 사업영역을 확대해 모빌리티 전반의 솔루션과 간단한 안내 및 지원, 헬스케어뿐 아니라 공사 현장, 재난 구호, 개인 비서 등 분야에서의 서비스 로봇 수요로의 영토 확장도 가능하다. 

이런 가능성 때문에 정의선 회장은 로봇분야가 미래 현대차그룹의 20%에 해당하는 비중을 책임 질 것으로 내다봤다. 


◇새로운 분야 진출 통한 현대차그룹 신성장동력 기대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2017년 245억 달러 수준의 세계 로봇 시장은 연평균 성장률(CAGR) 22%를 기록했고 지난해 444억 달러 수준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경제·사회적 패러다임 전환으로 오는 2025년까지는 32%의 높은 연평균 성장률을 기록해 1772억 달러 규모로 시장이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에 토요타를 비롯한 닛산·혼다·포드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 콘티넨탈·보쉬 등 부품 업체, 로지스틱스와 같은 물류 업체들이 물류 자동화 전문 기업, 인공지능 및 로봇 업체들을 인수하거나 공동연구를 진행하며 로봇 시장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로보틱스 분야에서 정의선 회장은 최고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하며 해당분야 최고 기술력을 현대차그룹의 새로운 전력으로 흡수하며 독보적인 위치를 선점하게 됐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향후 급변하는 산업 환경 속에서 어떤 기업보다 빠르고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이다"며 "이번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를 통해서 모빌리티 분야를 넘어 전 산업 분야, 고객들의 모든 삶의 영역에 현대차그룹의 가치를 전할 수 있을 것이다"고 밝혔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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