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백지현 기자] 한국은행이 올해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할 전망이다. 국내 물가상승률이 5%대로 여전히 높은 데다 미국과의 기준금리 격차가 1.0%포인트로 확대되면서 추가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8월 2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사진공동취재단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 금통위는 오는 24일 올해 마지막 통화정책방향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당장 한은이 이번 회의에서 현재 연 3.0% 수준인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할지 여부를 두고선 시장 전망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5%대의 고물가와 한미 금리 역전 폭이 1.0%포인트 확대되면서 한은의 ‘빅스텝(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 전제조건이 크게 바뀌지 않았다는 점에 비춰봤을 때 한은이 이번에도 0.5%포인트 인상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7%로 오르며 석 달 만에 상승폭이 확대됐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7월 6.3%로 정점을 찍은 뒤 8월 5.7%, 9월 5.6%로 2개월 연속 상승세가 둔화됐다. 하지만 공공요금 인상에 따른 전기‧가스‧수도 오름폭이 확대되면서 10월 들어 상승폭이 다시 확대됐다.
소비자물가는 내년 1분기까지 5%대의 높은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한은은 분석한다. 향후 물가 전망경로 상에는 국내외 경기 하방압력 증대에 따른 하방 리스크와 고환율 지속, 주요 산유국의 감산 규모 확대 등에 따른 상방 리스크가 혼재해 있어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달 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을 밟으면서 한국(연 3.00%)과 미국의 기준금리 차는 상단기준 1.0%포인트로 확대됐다. 한미간 금리 역전 폭이 커질수록 외국인의 자본이 대거 유출될 가능성이 커지며, 원화 가치도 떨어질(원·달러 환율 상승) 우려가 크다. 원화 가치 하락은 수입물가를 끌어올려 결국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게 된다.
다만 지난달 강원도 레고랜드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로 단기 금융시장에 자금경색 우려가 커진 점과 수출 진과 민간소비 회복세가 약화되면서 경제 성장 둔화 가능성이 높아진 점은 한은이 큰 폭의 금리인상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0.25%포인트 인상에 그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편 한은은 이번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결정과 함께 ‘11월 수정 경제전망’도 발표한다. 한은은 지난 8월 발표한 경제전망에서 내년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기존 2.1%로 전망했다. 앞서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내년 경제성장률이 기존 전망치(2.1%)를 밑돌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힌 바 있다.
경제 전문가들 및 국내외 연구기관들은 한국의 내년 경제성장률이 2%대를 밑돌 수 있다고 내다봤다. 고금리와 고물가 등의 영향으로 수출과 내수가 모두 동반 부진에 빠지면서 경기둔화 국면에 접어들 것이란 이유에서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내년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1.8%로 전망했다. 한국금융연구원는 세미나를 통해 1.7%로 전망했고,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1.8%,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1.9%의 전망을 내놨다.
다만, 국제통화기금(IMF)은 2.0%,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2%, 아시아개발은행(ADB)은 2.3%로 2%대 성장률 전망을 유지했다.
[미디어펜=백지현 기자]